반말‧고성 난무하고 정책 국감은 실종
지난 26일 국회 법사위원회의 국정감사를 끝으로 2020년도 국정감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21대 국회 출범 이후 첫 국감이었던 만큼 큰 기대를 모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정쟁과 막말로 얼룩진 ‘맹탕’ 국감이었다는 혹평이 쏟아져 나왔다.
#1 추미애로 시작해 윤석열로 끝난 국감
21대 국감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여야 간 신경전이 계속됐다. 대검찰청을 대상으로 열린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은 시청률이 10%에 육박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남은 것은 윤 총장의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작심 발언과 추 장관의 “윤석열, 선 넘었다”는 반격뿐이었다.
특히 여야 의원들은 추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이나 윤 총장의 라임 사태 부실수사 의혹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내놓지 못한 채 태도 논란만 부각시켰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윤 총장에게 “자세를 똑바로 하라”거나 “묻는 말에만 답을 하라”며 호통쳤고, 국민의힘 의원들도 추 장관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사퇴를 압박했다.
#2 빈 수레 요란한 라임‧옵티머스 사태
21대 국감의 최대 화두는 단연 라임‧옵티머스 사태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특혜 의혹, 해양수산부 공무원 북한 피살 사건 등 굵직한 사안에도 정국을 휘어잡지 못한 국민의힘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여당을 압박하려 했지만, 관련자 중 단 한 명도 국감 증인으로 출석시키지 못하는 등 제대로 된 의혹을 제기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권력형 게이트’를 띄우고 특별검사 도입까지 촉구했지만 국감에서 결정적 한 방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오히려 라임 환매 중단 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 편지가 공개되면서 검찰 로비와 야권 인사 연루 의혹에 휘말리며 여당에 분위기를 역전당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3 존경받던 교수가 하루아침에…장하성 룸살롱 논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장하성 중국대사가 고려대학교 교수 재직 시절인 2016~2017년 유흥주점에서 법인카드를 부당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장 대사는 해당 업소가 유흥주점이 아닌 일반 음식점이라고 해명했으나, 야당은 ‘위증’이라고 주장하며 장 대사 해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4 안 나오면 섭섭한 반말‧욕설 추태
21대 국감에서도 막말과 고성이 난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23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장에서 박성중 국민의힘 간사와 이원욱 민주당 위원장은 욕설과 고함을 주고받으며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모습을 연출했다. 박 의원이 ‘당신’이라는 표현을 쓴 데 이 위원장이 격분하면서다. 22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장에서도 송갑석 민주당 의원과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어디서 삿대질이냐”라는 등 추태를 보이기도 했다.
#5 게임하다 딱 걸린 강훈식 민주당 의원
강훈식 민주당 의원이 22일 국감 도중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도 빈축을 샀다. 강 의원은 지난 2017년 국토교통위 서울시 국감장에서도 게임을 한 바 있다. 강 의원은 곧바로 “반성하고 자숙하겠다”고 사과했으나, “국감장이 놀이터냐, 국회를 우습게 본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지는 못했다.
한편 14개 상임위원회 감사 일정은 모두 마무리됐지만, 국회는 27일부터 내달 4일까지 운영·정보·여성가족위원회 등 겸임 상임위 감사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