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만큼 중요한 건강검진 결과표 읽기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10.30 14:00
  • 호수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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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검사부터 종양표지자 검사까지, 내용 제대로 이해해야  

건강검진이 늘어나는 시기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 유행으로 건강검진을 미루는 사람이 적지 않다. 건강검진을 받지 않는 편이 건강 유지에 이로울까.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일반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나오지 않았고 병원 검진센터는 감염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런데도 건강검진을 받지 않으면 개인 건강을 점검할 기회를 잃는 셈이어서 득보다 실이 크다”고 설명했다. 

건강검진 후 받은 결과표를 보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수많은 의학 용어와 수치로 인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수치만 보고 자신의 건강 상태를 단정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건강검진을 받는 목적은 증상이 없는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함이다. 또 앞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을 점검하기 위해서라도 건강검진 결과를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freepik

• 당뇨병의 잣대 ‘공복 혈당’...100mg/dL 미만이면 안심 

건강검진 항목 가운데 가장 많은 영역을 차지하는 것은 혈액 검사 결과다. 그중에서 당뇨 여부를 알 수 있는 항목이 공복 혈당이다. 아무것도 먹지 않은 공복 상태에서 측정한 혈당을 ‘공복 혈당’이라고 한다. 자신의 공복 혈당 수치가 100mg/dL 미만이면 일단 당뇨병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 되고 그 이상이면 당뇨병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이 수치가 126mg/dL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다만 이 수치는 음식물 섭취와 관련이 크다. 음식을 먹으면 음식에 있는 당분 때문에 혈당 수치가 오른다. 건강검진 직전에 음식을 먹으면 당뇨병이 없는데도 혈당 수치가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신의 혈당 수치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검진센터가 알려주는 주의사항대로 최소 8시간 공복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최근 2~3개월의 평균 혈당값을 반영하는 수치인 당화혈색소(HbA1c)가 6.5% 이상일 때도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공복 혈당 정상 범위  100mg/dL 미만

공복 혈당 경계 범위  100~126mg/dL

• 빈혈 지표인 혈색소...수치가 낮은 경우는 거의 없어 

혈액검사 결과 항목에 혈색소(Hb)가 있다. 혈색소 수치를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혈색소의 정상 범위는 남성 13~16.5g/dL, 여성 12~15.5g/dL인데 이보다 낮은 수치가 나오면 빈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혈색소란 혈액 내 적혈구에 있는 붉은 색소(헤모글로빈)를 의미한다. 헤모글로빈은 산소와 결합하는 철을 포함하는 금속단백질이다. 일반인에게 혈색소 수치가 낮은 경우는 거의 없지만 이 수치가 낮은 사람은 쉽게 피로하고 힘이 없는 증상을 느낀다. 생리가 아닌데도 이 수치가 낮은 여성은 대체로 육류(철분) 섭취가 적기 때문이다. 남성이 이 수치가 낮으면 위암이나 대장암의 신호로 받아들이기도 하는데 이는 매우 드문 일이다. 

혈색소(Hb) 정상 범위  남성 13~16.5g/dL, 여성 12~15.5g/dL 

• LDL과 중성지방 수치 높으면 혈관질환 위험 상승...정상 범위 벗어나면 치료 필요

중년 이후 눈여겨볼 항목은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LDL)과 중성지방 수치다. 이 두 가지는 혈관질환 위험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건강검진 결과표에 LDL 또는 triglyceride(TG)로 표기되기도 한다. LDL의 정상 범위는 130mg/dL 미만이고 중성지방의 정상 범위는 150mg/dL 미만이다. 이 두 가지 중 하나라도 정상 범위를 넘어서면 이상지질혈증이다. 즉 혈액에 지질이 많아 혈관질환 위험성이 크다는 의미다. LDL과 중성지방이 혈액에 필요 이상으로 많으면 혈관의 한 곳에 쌓여 혈관을 막아 심뇌혈관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LDL이 130mg/dL 이상 또는 중성지방이 200mg/dL 이상이면 의사와 상담해 치료를 결정해야 한다. 이 수치는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상승하므로 검사 전날 기름진 음식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대로 혈관질환 위험성을 낮춰주는 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HDL) 수치는 60mg/dL 이상이면 정상이다. 

LDL 콜레스테롤 정상 수치  100~129mg/dL

LDL 콜레스테롤 경계 수치  130~149mg/dL

LDL 콜레스테롤 높음 수치  150mg/dL 이상

중성지방 정상 수치  150mg/dL 미만

중성지방 경계 수치  150~199mg/dL

중성지방 높음 수치  200mg/dL

• 신장의 신호등 ‘신사구체여과율’...분당 60mL 이하면 신장질환 의심 

혈청 크레아티닌(Cr)과 신사구체여과율(e-GRF)은 신장질환과 관련 있는 항목이다. 혈청 크레아티닌은 활동 후 근육에 생기는 노폐물이다. 이 수치가 1.5mg/dL 이하면 정상인데 그 이상이면 신장이 노폐물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 실제로 신장 기능에 이상이 생겼는지를 알 수 있는 항목은 신사구체여과율이다. 신사구체는 신장에 모세혈관이 실타래처럼 뭉친 기관이다. 이 기관에서 혈액이 여과되는 양을 비율로 나타낸 것이 신사구체여과율이다. 분당 60mL 이상의 혈액을 여과해야 정상인데 이보다 낮으면 신장의 여과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건강한 사람의 신사구체여과율은 분당 90~120mL이다. 

혈청 크레아티닌(Cr) 정상 범위  1.5mg/dL 이하

신사구체여과율(e-GFR) 정상 범위 60mL/min/1.73㎡ 이상

ⓒfreepik

• 간 손상을 의미하는 AST와 ALT...수치를 임의로 해석하는 행동 금지 

중년 남성은 AST(GOT)와 ALT(GPT) 수치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 두 가지 모두 간에서 발견되는 효소이고 이 수치가 높으면 간세포가 손상됐다고 의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세포가 파괴되면 이 두 효소가 세포 밖으로 나와 혈액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혈액검사에서 이들 수치가 상승한다. AST와 ALT의 정상 범위는 각각 40IU/L 이하와 35IU/L 이하다. AST는 간뿐만 아니라 신장, 심장, 근육, 뇌에도 있으므로 이 수치가 올랐다고 간이 나빠졌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그래서 주로 간에 있는 ALT 수치를 함께 보고 평가한다. 급성 간염에서 ALT 수치는 급격하게 증가한다. 

그러나 일반인이 이 수치를 임의로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 수치는 과체중·비만에서도 상승하며 만성 간염, 간경변, 간암에서는 약간 증가하거나 정상으로 나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만약 실제로는 간암인데 정상 범위라는 결과가 나오면 간 건강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AST와 ALT 수치에 대해서는 의사와 상담을 통해 자신의 간 건강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편 감마GTP 수치도 있는데 이 수치가 64IU/L를 넘어서면 담석, 담관염 등 담도계 이상이나 음주에 의한 간 손상을 의심할 수 있다. 

AST(GOT) 정상 범위  40IU/L 이하

ALT(GPT) 정상 범위  35IU/L 이하

감마지티피(γGTP) 정상 범위  64IU/L 이하

• 갑상선 이상 알리는 갑상선자극호르몬(TSH)...정상 범위 벗어나면 추가 진료 

혈액 검사 결과에 TSH라는 항목이 있는데 갑상선자극호르몬이라는 뜻이다. 이 호르몬은 갑상선 기능의 변화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므로 TSH 검사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이나 항진증을 조기에 발견하는 도구가 된다. 그 수치는 0.5~4.0mU/L가 정상 범위다. 그러나 이 수치는 갑상선질환 외에도 중증질환이나 약물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났다면 전문의의 추가적인 진료나 초음파 검사를 받아야 한다. 

갑상선자극호르몬(TSH) 정상 범위 0.5~4.0mU/L

• 신장 기능과 요로감염 지표 소변pH...대부분 정상 범위 

소변 검사 결과에는 소변의 산도를 보여주는 소변pH 또는 요pH라는 항목이 있다. 대부분은 정상 범위(4.6~8.0pH)에 해당한다. 이 범위를 약간 벗어났다고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육류(산성)나 채소(알칼리성) 섭취에 따라 다소 변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 수치가 정상 범위보다 낮으면 신장 기능이 떨어진 것이다. 정상 범위보다 높은 수치는 신장질환이나 요로 감염을 의심할 수 있다. 그러나 최종 판단은 의사가 소변의 백혈구와 세균 검출 그리고 기타 신장 관련 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확인한 후 내린다.

소변 pH 정상 범위  4.6~8.0pH

• 소변 검사 항목 ‘요당·요단백·요잠혈’...모두 ‘음성’이 정상 

소변 검사에서 당·요단백·요잠혈이라는 항목은 모두 ‘음성’이어야 좋다. ‘양성’이 나오면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당뇨병이 있으면 요당이 양성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요단백의 양성 결과는 신장질환을 의심하라는 신호다. 요잠혈이 양성이면 신장의 사구체나 세뇨관이 손상됐거나 요로 하부에 출혈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과도한 음주, 피로, 심장질환이 있어도 요잠혈이 나타난다. 차재명 강동경희대병원 건강검진센터장은 “대다수 검사 결과에서 ‘양성’은 대체로 뭔가 이상이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위내시경검사나 대장내시경검사에서의 ‘양성’은 암이 아니라는 의미다. 암이라면 ‘악성’ 판정이 나온다”고 말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암 가능성을 알려주는 종양표지자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 원인 1위인 암에 대한 관심이 높다. 건강검진 결과표에도 종양표지자(암표지자) 수치가 있다. 종양표지자는 암세포가 분비하거나 암세포에 우리 몸이 반응하면서 생기는 물질이다. 대표적인 것이 PSA, AFP, CA125, CEA, CA19-9 등이다. 이들 수치가 높으면 암 공포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의사는 이 수치만으로 암 판정을 내리지 않는다. 암이 없는데도 이 수치가 상승할 수 있고 암이 있는데도 정상 범위에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정확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종양표지자 검사에서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났다면 전문의에게 분석을 맡기고 해설을 들어야 한다. 전재관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학과 교수는 “종양표지자 수치가 상승한 사람 100명 가운데 실제로 암에 걸린 사람은 5명 미만이다. 이 수치가 증가했다고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고 정상 수치라고 안심할 것도 아니다. 종양표지자 수치가 증가했다면 의사와 상담한 후 추가 검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 PSA 수치 높으면 전립선암 신호...40대부터 1년마다 검사 권고 

여러 종양표지자 가운데 PSA(전립선특이항원)는 가장 신뢰도가 높다. 전립선 상피세포에서만 합성되는 효소여서 PSA 검사는 편리한 전립선암 진단법 중 하나다. 40대 이상 남성은 증상이 없더라도 1년마다 건강검진을 통해 이 수치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수치가 높다고 모두 전립선암은 아니다. 이 수치가 높아도 약 75%는 전립선비대증과 같은 다른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수치가 높다면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PSA 정상 범위  0~3ng/mL

• 간암 체크하는 AFP 수치...고위험군 아니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AFP(알파태아단백) 수치가 높으면 간암을 걱정하지만 이 수치만으로 간암을 선별하지 못한다. 특히 추가로 받은 초음파 검사에서 이상이 없으면 간암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위험 요인이 없는 사람이 간암에 걸릴 확률은 0.1% 미만이다. 고위험군이 아닌 일반인에게 AFP 검사가 필요 없다는 전문의의 의견도 있다. 이 수치에 민감해야 할 사람은 간염과 간경화 환자다. 이들과 같은 고위험군에서 이 수치가 세 자릿수까지 상승하면 간암을 의심하게 된다. 즉 AFP는 초음파 검사와 함께 고위험군에서 간암을 선별하는 도구라고 생각하면 된다. 고위험군은 40세 이후부터 1년에 2회 AFP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AFP 정상 범위  0~7.0ng/mL

• 난소암 지표 CA125...수치 높으면 추가 검사 필요

난소암은 초기에 증상이 없어 1기 난소암은 대부분 건강검진을 통해 우연히 발견된다. 즉 CA125 수치가 높으면 난소암과 자궁내막암을 의심한다. 정상 범위는 0~35U/mL인데 암인 경우엔 이 수치가 300~400U/mL까지 상승한다. 그러나 자궁근종, 생리 기간, 전신 염증 상태에서도 이 수치가 오르며 암이 있어도 정상 수치가 나오기도 한다. 따라서 이 수치만으로 암을 확진하지 않고 추가적인 초음파 검사나 CT 촬영이 필요하다. 이 수치는 암의 재발을 확인하는 용도로도 사용한다.

CA125 정상 범위  0~35U/mL 

• 대장암 알리는 CEA 수치...단독 선별검사 의미는 적어

CEA(암태아성단백항원) 수치는 대장암 등 소화기계 암에서 상승한다. 정상 범위는 5ng/mL 이하인데 보통 10ng/mL 이하까지는 양성, 20ng/mL 이상일 때 악성 종양일 가능성이 있다. 간경변, 갑상선기능저하증, 신부전 등에서도 이 수치가 증가하므로 대장암 선별검사로서의 의미는 크지 않다. 이 항원은 간에서 대사되므로 이 수치가 높으면 간으로 전이된 암을 검색하는 데 유용한다.

CEA 정상 범위  0~5ng/mL

• 췌장암 지표 CA19-9...진단율 낮아 단독 선별검사로 비권고 

CA19-9는 소화기계 암의 진단에 도움이 되는 종양표지자다. 특히 췌장암을 발견하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췌장암이어도 이 수치가 상승하지 않는 경우가 절반이나 되고 다른 이유로도 이 수치가 증가할 수 있다. 한마디로 진단율이 낮다. 따라서 이 검사만을 췌장암 선별검사로 권고하지 않는다. 추가로 내시경검사와 복부 CT 검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췌장암이나 담도암에서 CA19-9 수치가 높은 경우에는 예후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며 치료 후 CA19-9 수치가 다시 증가하면 재발을 의심할 수 있는 지표로 사용한다. 

CA19-9 정상 범위  0~37U/mL 

도움말=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김태형 중앙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김홍규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도재혁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박경일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신경과 교수, 신승용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이미경 중앙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이은주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임영석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전재관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학과 교수, 주웅 이대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차재명 강동경희대병원 건강증진센터장, 최창환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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