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어떻게 해야 잘 받았다고 소문날까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10.30 16:00
  • 호수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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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진센터ㆍ검사항목 선택부터 결과표 활용법까지 유의해야 할 점들

해마다 건강검진을 받을 때 검진센터를 옮겨볼까, 또는 어떤 항목을 추가할까 고민하게 된다. 그렇지만 건강검진 결과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연례행사와 같은 건강검진을 자신에게 이롭게 활용해야 건강검진을 받는 의미가 있다. 

ⓒ시사저널 포토

• 건강검진센터 선택 요령 5가지 

지난해 건강검진을 받은 검진센터에서 혹시 놓친 부분이 있을지 모르니 올해는 다른 곳으로 바꿔볼까. 이런 고민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없다. 한 곳을 꾸준히 이용하면 수년간의 건강 상태를 한눈에 보고 이상이 생겼을 때 대처하기가 쉽다. 그러나 애초부터 부실한 검진센터를 선택했다면 불필요한 검사를 반복적으로 받을 수도 있다. 반대로 검진센터를 바꾼 후 몸에 이상 증상을 발견했을 때는 이전 기록이 없어 다시 처음부터 검사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따라서 처음부터 검진센터를 잘 선택해야 한다. 흔히 가격이 싸고 검사항목이 많은 곳을 선택하지만 사실 불필요한 검사를 받을 소지가 있다. 예를 들어 뇌CT검사나 경추CT검사는 일반인에게 임상적으로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방사선 노출만 늘어나는 항목이다. 또 건강검진 전에 받는 예진과 후에 받는 결과 상담이 없거나 형식적인 경우도 있다. 

검진센터를 고르는 기준을 무엇으로 삼아야 할까. 우선 자신이 받고 싶은 검사가 가능한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유방촬영술은 가능한데 유방초음파검사가 안 된다면 유방촬영술에서 이상 소견이 있을 때 유방초음파검사를 받기 위해 다른 병원으로 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맞춤 검사는 안 되고 특정 패키지 검사만 되는 검진센터도 피하는 것이 유리하다. 자신에게 필요한 검사를 받을 수 없고 오히려 불필요한 검사를 무조건 받아야 하는 일이 생긴다. 

두 번째는 예진이 가능한지를 확인해야 한다. 검사 전에 자신의 질병, 증상, 나이 등을 종합해 필요한 검사항목을 상담할 수 있는 의료진이 있는 곳이 좋다. 검사항목을 인터넷이나 안내서만으로 선택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맞는 검사항목을 선택하기에 용이하다. 

세 번째는 검사 결과를 상담할 수 있는 전문의가 있어야 한다. 일부 검진센터는 비용 절감을 위해 검사 결과표를 우편으로 송부한다. 그러나 건강검진 결과는 환자가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없으므로 의사의 설명이 필요하다. 

네 번째는 사후 관리가 편리한지를 봐야 한다. 일부 검진센터는 검사만 하고 사후 관리는 하지 않는다. 무슨 항목에 이상 소견이 있으니 다른 병원에 가보라는 식의 통보는 의미가 없다. 

다섯 번째는 자신의 경제적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 경제력에 여유가 있다면 대학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는 게 유리하다.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의료진과 장비가 잘 갖춰져 있고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 검사항목은 고위험군, 성별, 나이를 기준으로 선택 

기본 검사항목은 신체 계측(체지방 측정), 안과, 청력, 폐 기능, 심전도, 혈액, 대소변, 흉부X선, 유방X선, 복부초음파, 위내시경, 자궁경부암 검사다. 이런 검사는 1년에 한 차례씩 받는 게 기본이다. 수면내시경검사를 포함한 나머지 검사는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선택 사항이다. 

어떤 검사를 추가해야 할까. 자신에게 필요한 검사항목을 일일이 파악하고 정하기란 힘들다. 평소 자주 들르는 동네 의원이 있다면 그곳에서 검사 시기와 항목을 상담하는 것이 가장 좋다. 상담할 만한 의사가 없다면 검진센터에서 간호사와 상담하는 방법도 있다. 대부분 검진센터에는 연령, 성별, 위험 요인, 관심 사항 등을 종합해 설계해 주는 전문 간호사가 있다. 

스스로 판단할 부분도 있다. 만약 자신이 특정 질병의 고위험군이라면 그 질병과 관련된 검사를 최우선으로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30년 이상 담배를 피웠다면 폐암 관련 검사를 추가하고 대장암 가족력이 있다면 분변잠혈검사보다 대장내시경검사를 선택하는 식이다. 

이런 위험 요소가 없다면 성별과 나이를 선택 항목을 고르는 기준으로 삼으면 된다. 여성은 유방암과 자궁경부암 같은 여성 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유방X선검사, 자궁경부암 검사, 골반초음파검사 등을 선택하는 게 이롭다. 음주와 흡연을 하는 남성은 간암과 폐암에 걸릴 위험이 크므로 간암과 폐암 위주의 CT(컴퓨터단층촬영)검사가 필요하다. 과거보다 전립선암이 증가하므로 중년 남성에게는 PSA(전립선특이항원) 검사도 추천된다. 

연령별로 보면 30대는 혈액 검사, 흉부X선검사, 복부초음파검사, 위내시경검사 등이 필요하고 40~50대는 암이 발생하는 시기이므로 위, 대장, 폐 중심의 암 검사를 추가하는 게 좋다. 50대부터는 심혈관질환이 늘어나는 시기여서 관련 검사를 선택하고 60대부터는 암과 심혈관질환 외에 뇌질환도 늘어나므로 해마다 뇌 검사 항목을 추가하는 게 바람직하다. 

같은 검사라도 장비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X선, 초음파, CT, MRI(자기공명영상), PET(양전자단층촬영) 등이 있는데 비용에 차이가 있다. 간암, 신장암, 난소암, 췌장암 등 복부에 있는 암과 심혈관질환은 초음파검사보다 CT검사가 비교적 정확하다. 50대 이후는 CT검사를 받는 편이 유리하다. 

일부 검진센터에서는 유전자 검사와 생체 나이 검사를 선택 항목으로 추천한다. 유전자 검사는 자신이 특정 암이나 질병에 잘 걸릴지를 미리 확인하는 방법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많은 의사는 유전자 검사와 생체 나이 검사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 이런 검사는 의학적 근거가 크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 건강검진 결과를 활용하는 방법 

건강검진을 마친 후에 받아본 결과표는 의사와 상담을 통해 이해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결과표에는 통계적 수치나 기계적인 안내만 있어 개인에게 맞는 진료 방향을 잡기가 어렵다. 일부 검진센터는 전화상담으로 대체한다. 그러나 의사와 피험자 모두 형식적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고 상담 시간도 짧다. 반쪽짜리 건강검진인 셈이다. 

결과표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하는 문구는 ‘추적 관찰’이다. 그러나 당장 증상이 없으므로 방치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러면 건강검진을 받는 의미가 없다. 건강검진은 당장 큰 병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향후 큰 병으로 진행할 요인을 잡아내 개선하려는 목적도 있다. 그래서 ‘추적 관찰’이나 ‘이상 소견’ 또는 ‘진료 요함’은 ‘한 번쯤은 의사와 상담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결과표에서 특정 수치가 정상 범위를 조금 벗어날 때 반응은 두 가지다. 무시하거나 임의로 약을 먹는다. 두 가지 모두 좋은 방법이 아니다. 자신이 고칠 생활습관을 의사에게 문의하고 실천하는 것이 바른 방법이다. 또 자신이 관심을 두고 보는 수치가 있다면 해마다 꼼꼼히 적어 두었다가 의사와 상담할 때 보여주면 진료 방향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건강검진을 받은 후 이상 소견이 없다면 건강하다는 의미일까. 그렇지 않다. 건강검진은 표적 질환을 찾아내도록 설계됐다. 표적 질환이란 사회 구성원이 잘 걸리는 병,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 결과가 좋은 병,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에 지장을 주는 병 등을 일컫는다. 예를 들면 위암, 대장암, 자궁경부암, 유방암, 심장질환, 폐결핵, B형 간염 등이다. 따라서 건강검진을 받는 것에 그치지 말고 그 결과를 의사와 상담하고 자신이 개선할 생활습관을 찾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뉴스뱅크이미지

안전하게 수면내시경검사를 받으려면

최근 수면내시경검사를 받는 사람이 많다. 이와 함께 수면내시경검사 도중 사망하는 사례가 이따금 나온다. 대부분은 진정 유도제(프로포폴 등)를 과도하게 투여한 것이 원인이다. 그러나 국내 수면내시경검사 건수로 볼 때 사망까지 가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다. 사실 수면내시경검사 도중에 환자에게 이상 반응이 생겨도 응급처치만 잘하면 큰 문제는 없다. 병원은 응급 상황에 대비한 인력과 장비를 갖춰야 함에도 일부에서는 응급 상황 대비에 소홀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일반인 입장에서는 수면내시경검사를 받아도 괜찮은지 걱정이 커진다. 최창환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수면내시경검사를 받을 사람은 우선 자신의 건강 상태와 질환에 대해 의사에게 말하고 수면내시경검사를 받아도 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검사를 받아도 된다면 그 병원에서 가능한지 아니면 상급병원에서 받는 편이 안전한지를 상의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도움말=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김태형 중앙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김홍규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도재혁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박경일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신경과 교수, 신승용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이미경 중앙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이은주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임영석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전재관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학과 교수, 주웅 이대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차재명 강동경희대병원 건강증진센터장, 최창환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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