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이건희] 이재용, ‘리스크’ 넘어  ‘뉴 삼성’  이룰까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0.11.02 10:00
  • 호수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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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타계로 재계가 본격적인 3·4세 총수 시대에 진입했다. 이재용 부회장 등 새로운 리더들은 선대의 공과(功過)를 딛고 어떻게 경영을 해 나갈 지, 재벌 체제 위에 세워진 대한민국 경제는 어디로 향할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산 400조원 시대를 열며 압도적인 재계 1위를 달리는 삼성그룹은 이미 6년째 이재용 부회장이 이끌어 왔다. 이병철 창업주에 이어 강력한 리더십으로 그룹을 이끌던 2세 이건희 회장(79)이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부터다.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후 같은 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동일인 지정으로 공식적으로 삼성 총수에 올랐다.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도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0월14일 회장으로 취임하며 국내 4대 그룹 중 이 부회장만 회장 타이틀이 없는 상황이다. 

ⓒ시사저널 최준필

이 부회장을 실질적 총수로 맞은 후 삼성의 실적은 어땠을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포털에 따르면, 삼성 매출액은 2018년 326조6550억원에서 2019년 314조512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40조6330억원에서 19조616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부회장이 2016년 말부터 국정농단 사건 관련 수사와 재판을 받느라 완전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아쉬운 성적표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반도체, 스마트폰, 5세대(5G) 통신, 인공지능(AI) 등 주력·미래 사업을 확대해 나가야 하는 삼성은 아직 ‘오너 리스크’조차 떨치지 못했다. 당장 사법 리스크가 눈앞에 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9월1일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관계자 11명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 미래전략실 주도로 이뤄졌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10월22일 열린 첫 공판 준비기일에 이 부회장 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통상적 경영활동이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재판부 기피 신청으로 9개월간 멈췄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도 10월26일 재개됐다. 경영권 승계 재판은 내년 이후 천천히 진행될 여지가 크지만,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은 11월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만약 이 부회장이 실형 선고를 받는다면 삼성 경영은 다시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뉴 삼성’ 비전을 비롯한 이 부회장표 리더십 구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대국민 사과를 통해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 거듭나겠다는 뉴 삼성 비전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도 했다. 9월엔 삼성디지털프라자를 깜짝 방문하며 공개 경영 행보를 재개했다.  

이 회장 지분 상속과 그룹 지배구조 문제는 이 부회장과 삼성 앞에 놓인 또 다른 과제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삼성SDS 지분을 각각 17.3%, 9.2% 보유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삼성생명을 거쳐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회장 타계에 따른 상속세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일부 계열사 지분을 처분해야 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론 이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삼남매가 계열 분리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코로나19, 미·중 분쟁, 반도체 시장 지각변동 등 거대 변수 속에 모든 글로벌 기업의 리더십은 시험대에 올랐다. 조만간 이 부회장이 그룹의 1인자로서 투자 확대나 유망 기업 인수·합병(M&A) 등 첫 결단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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