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이건희] 정의선, 선대 업적 계승에  글로벌 혁신 더해야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0.11.02 10:00
  • 호수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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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타계로 재계가 본격적인 3·4세 총수 시대에 진입했다. 이재용 부회장 등 새로운 리더들은 선대의 공과(功過)를 딛고 어떻게 경영을 해나갈 지, 재벌 체제 위에 세워진 대한민국 경제는 어디로 향할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이어 지난해엔 구광모 LG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며 재계 세대교체의 시작과 본격화를 연달아 알렸다. 올해 5월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 발표 때는 주요 대기업 총수 명단이 그대로였는데, 향후 추가 교체 1순위로 거론된 인물이 바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당시 총괄수석부회장)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진공동취재단

공정위의 총수 지정보다 먼저 현대차가 10월14일 회장을 교체했다. 정의선 신임 회장은 이미 2017년부터 아버지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경영 전면에 나서왔다. 2018년 9월 총괄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고, 올해 3월 현대차 이사회 의장에 올랐다. 회장 교체에 따라 정몽구 전 회장은 명예회장이 됐다. ‘정의선 시대’가 공식적으로 열리며 현대차는 20년 만에 총수를 교체하게 됐다. 

현대차의 매출액은 2018년 173조7910억원에서 지난해 185조3150억원으로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4조770억원에서 7조9080억원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올해 들어선 코로나19 직격탄에 휘청거리고 있다. 현대차는 올 3분기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판매 감소와 2조원대 품질 비용 반영으로 3000억원대 영업손실을 냈다. 직전인 2분기 영업이익도 1년 전보다 52.3% 급감했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당장의 판매 실적보다 더 급박한 것은 혁신이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 대변혁기에 관련 기업은 조금만 ‘삐끗’해도 도태될 수 있다. 정 회장은 책임경영을 강화하며 첨단 모빌리티 솔루션 사업 추진에 한층 더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그는 전 세계 그룹 임직원에게 보낸 취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인류의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 고객에게 새로운 이동 경험을 실현시키겠다”고 밝혔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와 정몽구 명예회장의 업적과 경영철학을 계승하겠다’고 밝힌 정 회장에게는 아이러니하게도 과거를 떨쳐내야 하는 과제도 주어졌다. 바로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지배구조 개편이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현대모비스(21.4%)→현대차(33.9%)→기아차(17.3%)→현대모비스’ ‘기아차(17.3%)→현대제철(5.8%)→현대모비스(21.4%)→현대차(33.9%)→기아차’ ‘현대차(4.9%)→현대글로비스(0.7%)→현대모비스(21.4%)→현대차’ ‘현대차(6.9%)→현대제철(5.8%)→현대모비스(21.4%)→현대차’ 등으로 꼬여 있는 상황이다. 

정 회장의 현대차그룹 지분은 현대차 2.62%, 기아차 1.74%, 현대글로비스 23.29%, 현대위아 1.95%, 현대오토에버 9.57% 등이다. 현대차 지분과 그룹 지배에 핵심적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정 회장 입장에서 복잡한 지배구조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룹 지배력 강화와 안정적 승계를 위해서다. 이 밖에 중고차 시장 진출, 전기차 코나 화재,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완공 등도 정 회장이 눈을 뗄 수 없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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