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국회∙지자체 ‘조두순을 막아라!’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0.11.04 10:00
  • 호수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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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음주.외출 제한, 전자감독 등 출소 대책 세워…’전시행정’ 우려도

‘절대악’이 풀려난다. 오는 12월13일, 초등학생 납치·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조두순이 12년형을 마치고 출소한다. 정부, 국회, 지자체가 조두순의 재범을 막기 위한 각종 대책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일부는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 이들 대책은 악마를 포박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저 ‘전시행정’의 표본으로 남게 될까. 

282대. 경찰과 지자체가 조두순을 감시하기 위해 증설하겠다고 밝힌 CCTV 대수다. 이 가운데 조두순의 집이 있는 안산시가 그의 집 주변과 골목길 등 취약지역 64곳에 211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나머지 71대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조두순의 집 주변 반경 1km 내 23곳에 설치하기로 했다. 또 이들 지역은 ’여성안심구역’으로 지정된다. 조두순은 지난 7월 심리상담사와의 면담에서 출소한 뒤 안산시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2010년 3월16일 경북 청송교도소 보안과 CCTV 화면에 나영이 사건으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조두순이 보인다.  ⓒ뉴시스

CCTV로 24시간 감시…‘소주 3잔’도 허용 안 돼

안산시는 새로 설치하는 CCTV 아래에 비상벨을 부착하기로 했다. 이를 누르면 시 관제센터에 통보돼 순찰대원이 출동한다. 관제센터는 365일 24시간 감시망을 구축하고 있다. 또 해당 CCTV가 포착한 영상은 경찰과 소방, 법무부와 공유할 방침이다. 

윤화섭 안산시장은 10월28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방범용 CCTV는 시민을 감시하는 게 아니라 범죄를 예방하는 눈”이라며 “어두운 골목길 곳곳에는 고효율 LED 보안등 설치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 밖에 무도실무관 6명을 뽑아 위험지역을 24시간 순찰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9월9일 조두순을 ‘1대1 전자감독’ 대상자로 지정해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밀착마크’를 예고한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호관찰관이 매일 조두순의 동선과 생활계획을 살피고 주 단위로 보고받을 계획이다. 또 불시에 현장에 나가 조두순을 감시한다. 주 4회 이상 면담도 병행한다.

이 외에 법무부는 음주 제한을 법원에 신청할 계획이다. 통과되면 조두순은 술은 마시되 혈중 알코올 농도 기준선인 0.03~0.05%를 넘겨선 안 된다. 소주 한두 잔만 허락하겠다는 뜻이다. 음주 제한 위반 여부는 보호관찰관이 수시로 측정하게 된다. 어길 경우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또 법무부는 ‘외출 제한’ ‘아동보호시설 접근 금지’ 등도 검토 중이다. 

국회는 입법권을 활용해 아예 조두순의 격리를 합법화하려고 준비 중이다. 보호수용법을 통해서다. 이는 살인이나 성폭력 등 흉악범 가운데 재범 위험성이 있는 사람을 일정 기간 시설에 수용하는 보호처분의 근거가 된다. 지난 19·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2건이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 대책은 실효성이 있을까. 우선 보호수용법은 논의에 들어가기도 전에 위헌 논란에 부딪혔다. 형기를 끝낸 출소자를 다시 가두는 건 이중 처벌이라는 것이다. 인권침해 우려도 제기된다. 이 같은 이유로 과거 범죄자 보호처분의 토대가 된 ‘사회보호법’은 1989년 헌법재판소로부터 일부 위헌 결정을 받았다. 결국 사회보호법은 2005년 국민의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폐지됐다. 

조두순 출소를 두 달여 앞둔 10월13일 경기도 안산시의 한 골목길에서 관계자들이 방범용 CCTV를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두순 격리법’ 소급적용 의문…위헌 논란도 있어

게다가 보호수용법은 조두순처럼 과거의 범죄자에게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게 정부의 의견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보호수용법 입법 요청과 관련, 9월15일 언론에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형벌 불소급의 원칙’에 따라 행위 당시의 법을 적용하는 게 옳다고 일관되게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소급적용 규정을 포함한 보호수용법안을 9월24일 대표 발의했다. 단 소관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도 안 된 상태다. 위헌 논란을 감안하면 조두순 출소 전까지 통과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법무부는 발목에 전자장치를 부착해 24시간 감시하는 전자감독 제도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무부가 대검찰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3~07년 제도 시행 전 성폭력범의 재범률은 14.1%였다. 이후 2015~19년 전자감독을 받은 성폭력범의 재범률은 2.1%로 떨어졌다. 7분의 1 수준이다. 제도 시행 전후로 살인사범은 49분의 1, 강도사범은 75분의 1로 급감했다. 

문제는 인력이다. 전국의 전자감독 대상자는 3722명이다. 또 전자감독을 맡고 있는 보호관찰관은 237명이다. 직원 1명이 15.7명을 담당하는 셈이다. 지난해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영국에서 직원 1명이 담당하는 전자감독 대상자는 9명이다. 미국 플로리다주는 8명, 테네시주는 5명이다. 외국에 비해 국내 감시망이 듬성듬성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4월과 10월 방송에서 공개된 조두순의 얼굴 ⓒMBC 실화탐험·SBS 그것이알고싶다 화면 캡처

1대1 전자감독이라지만…밤에는 감시망 공백 나타날 가능성

이 와중에 조두순이 출소하면 기존 보호관찰관 일부가 1대1 전자감독에 투입돼야 한다. 업무 과중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또 법무부 관계자는 “주간에는 관찰관 1명이 전자감독 대상자 1명을 집중 관리하고, 야간에는 범죄예방팀이 기존 감독 대상자와 함께 관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즉 밤 시간에 감시망 공백이 다소 커질 가능성이 있다. 

안산시의 CCTV는 증설될 계획이지만 당장은 부족한 상황이다. 올 9월 기준 안산시에 깔린 방범용 CCTV는 총 3477대다. 경기도 기초단체 31곳 평균인 3793대보다 적다. 안산시 인구수로 따지면 CCTV 1대당 감시 인원은 188명이다. CCTV가 안산시보다 165대 많은 양주시의 경우, 1대당 감시 인원은 63명이다. 감시 여력이 3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다만 화질은 좋은 편이라고 한다. 안산시에 따르면, 시내 모든 CCTV가 얼굴 식별이 가능한 고화질급(200만 화소 이상)이다. 윤화섭 시장은 CCTV 사각지대 발생 가능성과 관련해 “경찰과 협력해 주요 지점에 순찰초소를 세워 24시간 순찰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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