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출국 고민’ 황교안, 차기 대선 구상하나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0.11.03 08:00
  • 호수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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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안팎 사람들과 꾸준히 접촉…정치권에선 대권 도전에 ‘부정적’

“지금은 얘기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에게 2022년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묻자 돌아온 답이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말이었다. 10월25일 기자는 황 전 대표가 출석하는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교회를 찾았다. 오래된 에쿠스 차량을 직접 운전해 교회에 도착한 황 전 대표는 예배당에 올라와선 미동도 없이 예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예배가 끝난 뒤엔 주변의 다른 교인들을 직접 찾아가 주먹을 부딪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이런 상황에 익숙해서인지 기자가 다가갔을 때 놀라거나 하는 기색은 없었다. ‘지금 당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 정치 얘기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아꼈지만, 일상적인 질문에는 편하게 얘기했다. 불과 6개월 전 제1야당 대표였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게 여유로워진 모습이었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월26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빈소에 조문한 뒤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4·15 총선 직후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황 전 대표가 최근 차기 대선 출마를 구상하고 있다는 얘기들이 정치권에서 흘러나왔다. 다수의 국민의힘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황 전 대표는 전·현직 의원 및 당 관계자들과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하며 소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9월엔 그가 당 초선 의원 일부와 만찬을 가진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그는 주로 명륜동 한 카페에서 사람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거나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 전 대표를 직접 만났거나 통화한 이들은 공통적으로 황 전 대표가 직접적으로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진 않았으나 대선 출마에 깊은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최근 황 전 대표와 만났다는 한 인사는 “황 전 대표가 차기 대선 출마를 깊이 바라는 것 같았고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황 전 대표는 당 안팎의 청년들과도 자주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세 달 전 황 전 대표와 만났다는 한 청년 정치인은 “정치에 대한 얘기를 하지는 않으셨고, 위로와 여러 가지 조언들을 해 주셨던 자리였다”며 “원래 자신의 의중을 직접적으로 잘 얘기하진 않으신다”고 했다.

공개적인 활동은 없지만, 황 전 대표의 여러 비공개 행보에서도 정계 복귀를 고려하는 그의 의중이 읽힌다. 황 전 대표는 현재 종로에 장학재단을 설립 중이다. 종로구 내 형편이 좋지 않은 초·중·고교생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황 전 대표는 최근 한 통일 관련 포럼에 축사로 서기도 했다. 꾸준히 외부와 접촉하며 외연 확장에 힘쓰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황 전 대표가 해외 출국을 고민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최근 황 전 대표와 만났던 인사들은 그가 유럽 등 해외에 나갈 수도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선 대선주자 등 유력 인사가 해외에 나간다는 의미는 국내 정치권을 잠시 떠나 정계 복귀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해석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그랬다. 황 전 대표 또한 국내를 떠난다면 해외에서 숨고르기를 하며 대권을 준비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황 전 대표는 10월28일 종로 당협위원장직을 내려놨다. 이에 대해서도 대선 출마를 위해 지역구를 내려놓은 것 아니냐는 등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황 전 대표 주변은 아직까진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황 전 대표와 가까운 박완수 국민의힘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황 전 대표의 조직위원장 사퇴에 대해 “황 전 대표가 이때까지 이름만 걸고 있었던 것뿐이지 총선 끝나고 처음부터 사퇴하려고 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황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심오택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도 대선 준비설 등에 대해 “아직은 그런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일축했다.

그는 최근 황 전 대표가 여러 인사들을 만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사람들을 만나는 건 대표 시절에 인연을 맺었던 이들에게 위로와 감사를 표하는 정도”라며 “아직은 전체적으로 정치를 다시 하는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정치라는 게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바라느냐가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 (황 전 대표) 자신이 별개로 ‘마이웨이’할 수는 없는 것 같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황 전 대표가 꽤나 조급해 보였다”

정치권에선 황 전 대표의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에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당 대표 시절 보였던 리더십 위기, 판단력 부족, 외연 부족 등의 약점을 극복하고, 총선 참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는 황 전 대표가 넘어야 할 험준한 산인 셈이다. 국민의힘 소속 한 전직 국회의원은 “황 전 대표가 너무 마음을 급하게 먹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며 “부족했던 부분들을 보완하고, 세력도 만들고 해야 하는 충분한 준비가 돼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최근 황 전 대표와 만났다는 한 정치권 관계자도 “황 전 대표가 꽤나 조급해 보였다”며 “(대표 사퇴 이후) 상황이 변한 게 별로 없다. 내공도 아직은 부족하다. 이 상태에서 차기 대선에 나서면 회복하기 어려운 정치적 타격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여전히 냉랭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황 전 대표가 당내 세력도 마땅치 않고, 지난번 총선 패배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며 “뚜렷하게 본인 이미지를 각인할 수 있는 그런 라벨이 있는 것도 아니다. 차기 대선에 나온다면 이런 부분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총선 승리를 이끌어내지 못했던 황 전 대표 체제는 역사적으로 보면 최약체 야당이었다. 정체성 위기, 리더십 위기, 지지 기반의 위기, 이 3대 위기를 다 겪었다”며 “전략에서나 정국을 인식하는 인식력에서나 황 전 대표는 정치에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이미 평가가 끝난 사람이라고 보여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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