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이건희] 신세계 제2 성장 이끈 ‘이마트 아저씨’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0.11.02 10:00
  • 호수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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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브라운대 경제학 학사 / 병역 면제 / 이마트 18.56%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타계로 재계가 본격적인 3·4세 총수 시대에 진입했다. 이재용 부회장 등 새로운 리더들은 선대의 공과(功過)를 딛고 어떻게 경영을 해나갈 지, 재벌 체제 위에 세워진 대한민국 경제는 어디로 향할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1995년 신세계에 입사한 이래 14년여의 경영수업을 거쳐 2009년 연말 인사에서 신세계 부회장에 올랐다. 현재 신세계그룹은 정 회장과 동생인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남매가 공동 경영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이마트를 중심으로 마트와 편의점, 복합쇼핑몰 사업을,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백화점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부회장은 재벌가 3세 중에서도 얼리어답터이자 트렌드 세터로 알려졌다.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적극적인 소통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SNS상에서 정 부회장은 ‘이마트 아저씨’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소비자들과 친근한 이미지를 쌓았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SNS를 홍보의 장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현재 이마트 지분 18.5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러나 다른 재벌가와 달리 정 부회장은 지분 승계 과정에서 잡음이 일지 않았다. 오히려 재벌가 지분 승계의 ‘좋은 예’로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처음 지분을 넘겨받은 건 2006년이다. 부친인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은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에게 자신이 보유 중이던 신세계 지분 전량(147만4571주)을 증여했다. 당시 증여세는 3500억원 전후로 추산됐다. 정 부회장 남매는 증여받은 신세계 주식 중 66만여 주를 증여세로 물납했다. 재벌가의 지분 승계를 위해 각종 편법과 불법이 관행화된 상황에서 정 부회장 남매의 정당한 세금 납부는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올해 9월29일에도 정 부회장은 모친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으로부터 이마트 지분 8.22%를 추가로 넘겨받았다. 정 총괄사장에게는 신세계 지분 8.22%가 주어졌다. 정 부회장이 증여받은 지분의 가치는 9월28일 종가 기준 약 3244억원이다. 증여금액이 30억원 이상일 경우 50%의 증여세율이 적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 부회장에게는 1000억원 중후반대의 세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IB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광주신세계 등 정 부회장이 보유 중인 상장사 지분을 매각해 세금을 마련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 정 부회장의 최대 과제는 이마트를 중심으로 한 유통 계열사들을 부진의 늪에서 건져올리는 것이다. 내수 불황 등으로 최근 수년 사이 유통업계는 부진을 겪어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설상가상의 상황이 됐다. 이 때문에 정 부회장이 야심 차게 추진한 신사업들도 맥을 못 추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것이 삐에로쇼핑과 부츠다. 우선 삐에로쇼핑의 경우 2018년 론칭 당시만 해도 시장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매장도 공격적으로 확장했다. 1년 남짓한 기간에 매장을 9곳까지 늘렸다. 그러나 삐에로쇼핑은 지속적인 실적 부진을 겪어오다 올해 5월 모든 매장의 문을 닫았다. 헬스앤뷰티(H&B) 브랜드인 부츠도 수익성 악화로 결국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현재 정 부회장은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한 카드로 ‘SSG닷컴 강화’를 꺼내 들었다. 그동안 이마트로 대표됐던 오프라인 중심에서 벗어나 유통 대세로 떠오른 온라인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정 부회장은 온·오프라인 융합과 시너지 창출을 위해 최근 이마트 ‘2021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강희석 이마트 대표에게 SSG닷컴 대표를 겸직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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