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이건희] 3․4세 깃발 올린 20․30대 그룹 ‘오너 리스크’ 어쩌나…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0.11.02 14:00
  • 호수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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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두산․태영․한진․효성그룹 총수들, 법적 위험부담 등으로 ‘골머리’

10대 그룹과 마찬가지로 20~30대 그룹의 오너 경영자 역시 물갈이가 진행 중이다. 시사저널이 오너가 있는 20~30대 그룹(자산 기준)을 조사한 결과, 20곳 중 7곳이 현재 세대교체를 마치고 3세나 4세 체제로 바뀐 상태였다. 시대가 바뀐 만큼 이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공부한 유학파다. 후계자가 파악된 17개 그룹 모두 미국이나 영국, 일본의 학위를 갖고 있거나 유학 중인 상태였다.

하지만 3세나 4세들의 승계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 4월 고(故) 조양호 회장에 이어 한진그룹 3대 총수에 이름을 올렸다. 조 회장은 취임하고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2대 주주 행동주의 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와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으로부터 협공을 받아야 했다. 표 대결 끝에 조 회장이 승리했지만, 회장으로 취임하자마자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한진그룹·대림·효성그룹 제공
ⓒ한진그룹·대림·효성그룹 제공

오너 3·4세들 혹독한 신고식

효성그룹과 대림산업의 상황은 더하다. 그렇지 않아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오너 리스크’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3세 경영자인 조현문 효성그룹 회장과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은 각각 2017년과 2019년 1월 회장에 취임했다. 하지만 경영권 승계 과정의 문제가 공정위의 감시망에 포착되면서 초기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아야 했다.

이해욱 회장의 경우 편법적인 상표권 사용료 문제가 불거졌다. 그룹의 호텔 브랜드인 ‘글래드(GLAD)’의 상표권을 자신과 아들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넘겨주고 자회사인 오라관광(현 글래드호텔앤리조트)이 사용하게 한 것이다. 공정위는 이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지난해 말 이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5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첫 재판이 열렸다. 공판 준비기일로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이 회장이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변호인을 통해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이전까지 공소사실을 인정하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향후 재판 과정에서 이 회장 측과 검찰이 적지 않은 설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현문 회장 역시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를 통해 자신이 지배하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갤럭시아그룹은 그룹 내 별도 소그룹으로 조 회장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회사다. 언론에서는 이 갤럭시아그룹이 조 회장의 경영 능력을 입증할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회사 사정은 갈수록 악화됐다. 경영난으로 회사가 퇴출 위기에 처하자 그룹 차원의 지원이 있었는데, 공정위는 일련의 작업을 조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보고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 역시 조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고, 1심 재판부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다만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아 조 회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지난 10월24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조 회장에 대한 결심 공판이 열렸다. 검찰은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4년을 구형한 상태다. 법원이 검찰 손을 들어줄 경우 3세 시대를 시작한 효성그룹은 적지 않은 후유증을 앓을 수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태영그룹은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은 경우다. 태영그룹은 모태가 건설업이지만, 방송사업(SBS)에 진출하면서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2세 경영인인 윤석민 회장은 큰 잡음 없이 경영권을 승계받았다. 하지만 최근 지주회사인 TY홀딩스와 사업회사인 태영건설로 분할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내홍을 겪고 있다. SBS가 지주회사 체제에 새로 편입된 게 원인이었다. SBS 노조는 윤석민 회장이 노조와 단독 협의에 나설 때까지 집회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도 정몽진 KCC 회장은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됐고, 두산그룹은 최근 두산중공업 위기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 부영그룹의 경우 이중근 회장의 실형이 최근 대법원에서 확정되면서 2세 승계 문제 역시 지지부진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10대 그룹도 마찬가지고, 20대나 30대 그룹 역시 3세나 4세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타깃이 됐다”면서 “새로 취임한 회장들이 난국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향후 그룹의 성장이나 퇴보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승계를 마무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부 문제가 불거져 후계구도가 안갯속에 휩싸인 그룹도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그동안 3세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을 중심으로 지분 승계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최근 그룹 경영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불거지며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이 악화됐고, 결국 매각마저 무산됐다. 향후 그룹을 정상화하고 명가 재건을 꿈꾸던 박 사장은 겹악재를 맞게 됐다.

ⓒ한진그룹·대림·효성그룹 제공
ⓒ한진그룹·대림·효성그룹 제공

교보·LS·한투·코오롱·이랜드 후계자 지분 0%

교보생명도 마찬가지다. 신창재 회장은 현재 재무적투자자(FI)들과 2년 가까이 다툼 중이다. 신 회장이 2015년 9월 FI와 풋옵션 계약을 체결한 게 발단이었다. 교보생명의 상장이 풋옵션 조건이었는데, 상장이 무산되면서 신 회장이 최소 1조원 규모의 FI 지분을 떠안게 생겼다. 후계구도는 물론이고, 경영권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교보생명의 경우 오너 3세로의 지분 승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신 회장 슬하에는 현재 두 아들이 있는데, 모두 교보생명 계열사에서 근무 중이다. 장남인 중하씨는 2015년부터 교보생명 자회사인 KCA손해사정에 입사해 근무 중이다. 2018년 과장으로 승진했다. 차남 중현씨 역시 지난 8월 교보생명 100%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에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까지 교보생명이나 자회사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교보생명 외에도 현재 LS와 한국투자금융, 코오롱, 이랜드 등의 후계자들이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은 지난 2003년 신용호 창업주가 작고하면서 지분 40%가량을 상속받았는데, 당시 신 회장이 낸 상속세가 1800억원대에 이른다. 자녀들 역시 상속세를 내고 지분을 승계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하지만 다른 그룹의 경우 이런 전례조차 없어 승계 구도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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