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시론] 젊은 세대의 ‘영끌’ ‘빚투’ 어떻게 볼 것인가
  • 김동환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0.30 17:00
  • 호수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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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신문과 방송에 ‘영끌’과 ‘빚투’라는 신조어가 자주 등장한다. 상상하듯이 ‘영혼까지 끌어모으고 빚까지 내서 투자한다’는 의미다. 특별히 요즘 젊은 세대들의 주식 및 부동산 투자 열기를 상징한다. 당연히 부정적인 의미며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고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을 포함한 말이다. 동의한다. 투자라는 건 평생 하는 것이고 여유자금으로 하는 것인데 영혼을 끌어모으고 빚을 내서 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많고 그 과정에서 심신을 다칠 가능성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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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로서 젊은 세대의 영끌과 빚투에 대해 걱정스러운 것은 사실이나, 또 한편으로 ‘그럼 우리 젊은이들이 왜 이렇게까지 투자에 적극적인지’도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최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부자는 지난해 말 35만4000명으로 2010년(16만 명)보다 2.2배 늘어났다. 매년 9.2%씩 증가한 것으로, 세계 부자 수 증가 속도(6.8%씩)보다 훨씬 빠르다.

우리 사회의 부의 양극화가 지난 10년간 급속도로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왜일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 막대한 유동성을 풀었다. 금리가 사상 최저치까지 낮아진 상태에서 풀린 유동성은 자산 가격을 올렸다. 이 기간에 미국은 나스닥을 비롯한 주식시장이 장기 상승세를 나타냈고, 우리는 서울의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랐다. 당연히 자산을 보유하거나 구입할 능력이 있는 자산가들이 더 많은 부를 만들었고, 중산층 중에서도 투자에 적극적인 사람들이 새롭게 부자가 될 수 있었다.

지금 20·30대는 그들의 아버지 세대들이 투자에 의해 자산 규모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걸 목격하면서 이번 코로나19가 가져온 또 다른 위기를 부자가 되기 위한 기회라고 인식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 세계가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많은 유동성을 단기간에 동시다발적으로 풀었기에 자산 가격도 전보다 더 빠르게 오를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일견 합리적이다. 자산 가격이야 매양 부침이 있는 것이지만 이번 상승의 마무리는 전에도 그랬듯이 유동성을 회수하기 시작하는 시점 근방이 될 것이라는 추론 역시 합리적이다.

누구나 똑같은 생각을 한 것은 아니겠으나 현재의 집단지성이 유동성을 매개로 주식시장 상승에 베팅하게 하고 있고, 정부의 거듭된 억제책에도 부동산 가격이 잡히지 않는 이유라면 과연 우리는 젊은 세대들의 투자 열풍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투자는 위험하니 당장 멈추고 본업에 충실하라고만 할 수 있을까? 조언과 경고에 멈추지 않고 그들의 투자를 옥죄는 정책을 쓴다면 혹여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하지는 않을까?

전과 달리 투자와 학습을 병행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유튜브, 팟캐스트를 비롯한 디지털 콘텐츠 활성화가 양질의 정보를 생산하면서 이른바 정보 비대칭성을 급격히 완화시키고 있다. 공부하고 준비하면 차별적인 투자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자각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별히 주식시장에 기관투자가들을 능가할 정도의 지식과 철학을 갖춘 개인투자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점도 매우 고무적이다.

앞뒤 가리지 않고 투자에 나서는 젊은 세대에게 경고하면서도 우리는 이들이 하루라도 빨리 바른 투자를 시작할 수 있도록 공교육에서부터 경제·금융 교육을 조기에 시작함과 더불어 투자의 걸림돌이 될 만한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을 고쳐 나가야 할 것이다. 투자가 더 이상 우리들끼리가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이라는 인식도 필요하다. 전 세계가 금융과 투자로 연결된 지금 국민들의 지혜의 총량이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부디 머지않은 장래에 전 세계에서 가장 투자 실력이 뛰어난 나라라는 평가를 받게 되고, 2020년이 그 출발점이 되기를 소망한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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