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3강’ 올라선 윤석열에 웃지 못하는 국민의힘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20.11.0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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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퇴임 후 국민의힘 온다는 보장 없다” 위기감 확산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월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월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권 지지율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2강 구도’였던 대권 레이스에 윤 총장까지 더해져 ‘3강 구도’를 형성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총장의 약진에 야권 일각에서는 영입 의사까지 보이고 있지만, 현재의 대권 판세가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야권에게는 오히려 ‘악재’라는 평가가 나온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성인 25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에 대한 선호도는 17.2%로 집계됐다. 전달보다 6.7%포인트 상승한 수치이며, 윤 총장이 선호도 조사에 이름을 올린 6월 이후 최고치다. 공동 1위를 차지한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21.5%)의 지지율과 비교해도 4.3%포인트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및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윤 총장의 지지율 상승 배경으로는 국정감사가 꼽힌다. 윤 총장의 지지율 상승세는 대검찰청 국정감사 이후 뚜렷해지는 추세다. 국정감사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은 15%대를 넘나드는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써 윤 총장은 이 대표와 이 지사에 이어 대권 지지율 기준 ‘빅3’ 중 1명으로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윤 총장의 지지율 상승이 다른 야권 주자들에게는 ‘독’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리얼미터 조사 기준으로도 윤 총장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오히려 다른 야권 후보 지지율이 오차범위 안에서 소폭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전주와 비교했을 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6.5%에서 4.9%로,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7.2%에서 4.7%로 하락했다. 이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4.0%에서 3.6%로 소폭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원희룡 제주지사만이 지난주와 같은 3.0%의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윤 총장을 제외한 야권 주자들의 지지율이 워낙 낮은 상황이다.

전문가들도 윤 총장의 지지율 상승이 야권에 호재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안철수, 홍준표, 오세훈, 황교안의 4명의 지지율이 모두 합쳐 4.1%p 가량 하락했다”며 “보수층과 유보층의 지지율 일부가 윤 총장에게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이 정도 추세라면 윤 총장의 지지율이 20% 정도까지는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윤 총장이 대권주자로 존재하는 것 자체로 나머지 보수후보들이 두자릿수 지지율을 얻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며 “윤 총장과 내년 서울·부산시장 후보군들만 여론의 조명을 받을 경우 군소후보들의 가능성은 아예 닫히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 총장의 약진에 야권 후보들은 견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의 주구(走狗) 노릇 하면서 우리를 그렇게도 악랄하게 수사했던 사람을 데리고 오지 못해 안달하는 정당이 야당의 새로운 길이냐”고 따졌다. 또 “당이 추구하는 새로운 길이 민주당 2중대 정당이냐”며 “자기 식구들은 온갖 이유를 들어 이리저리 쪼개고 내치고, 민주당에서 쫓겨난 초선의원 출신에게는 쫓겨나자마자 쪼르르 달려간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김종인 대표 체제를 지적하면서도 윤 총장이 ‘야당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 의원은 또 윤 총장을 향해 “사퇴하고 당당하게 정치판에 들어오는 것이 공직자의 올바른 태도”라며 윤 총장의 국감 발언들을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윤 총장의 지지율이 야당에 결코 유리하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현재 당내에서 제대로 된 후보가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 외부에 있는 인사들에게 시선이 쏠리는 것은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다”며 “비대위를 비롯한 당 전체가 긴장해야 할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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