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냐 바이든이냐…美대선에 요동칠 한반도 정세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1.0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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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미 대선 시나리오별 대비…대북·동맹정책 촉각
‘선거 불복’에 당선자 확정 늦어지는 상황도 고려
10월22일(현지 시각) 미국 테네시주 벨몬트대에서 미국 대선후보 2차 TV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국가안보’ 주제 토론 중 대북정책으로 충돌했다. ⓒ연합뉴스
10월22일(현지 시각) 미국 테네시주 벨몬트대에서 열린 대선후보 2차 TV토론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북정책을 놓고 충돌했다. ⓒ연합뉴스

'트럼프의 미국이 4년 더 이어질 것인가. 바이든의 새로운 미국이 열릴 것인가' 

차기 미국 대통령을 결정 짓는 결전의 날이 밝아오면서 한국 정부도 이번 선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을 경우와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할 경우 모두를 염두에 두고 외교 및 한반도 정책 변화를 준비 중이다. 특히 북한 관련 이슈와 주한미군 방위비 문제, 대중국 관계 등 미국과 관련된 난제가 많아 대선 결과가 한반도 정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3일 외교부를 비롯한 주요 외교안보 라인은 미 대선 과정을 예의주시하면서 미국 내 여론과 정부 동향을 파악 중이다.   

특히 외교부는 미 대선을 앞두고 일찌감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 내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전반적으로 우세하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주요 주에서 '경합'인 상황인 데다 지난 대선 때처럼 여론조사와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지난 8월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을 팀장으로 25명 규모의 TF를 꾸린 뒤 미 대선 결과별 대응 방안을 준비해뒀다. 미국 내에서 벌써부터 곳곳에서 폭력사태를 비롯해 양측 지지자들의 충돌이 벌어지는 등 선거 결과 발표 이후까지 이어질 극심한 혼돈에 대해서도 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주 마다 다른 우편투표 방식과 사전투표 결과 취합, 양 후보의 선거 불복 가능성에 따라 당선자 확정이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당국은 미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더라도 한반도 상황과 한미동맹 관리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차기 미 행정부와 북한 이슈와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등에 대한 논의 가능성에도 대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현재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과 회담을 위해 워싱턴 방문 일정을 조율 중이다. 방문 시기는 미 대선 이후인 11월 둘째 주 전후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이뤄지면 양측은 미 대선 후 북한의 도발과 핵 억제 등에 대한 전반적인 한반도 상황 관리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대선 기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가 내놓은 대북 정책 구상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에서 자신이 승리할 경우 북한과 신속한 협상을 재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던만큼 3차 회담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 그러나 하노이 회담 결렬 과정에서 악화된 관계와 재선 성공 후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만큼 북한과의 관계 정립에 힘을 쏟지 않을 경우 한국 정부로서도 힘겨운 여정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바이든 후보는 지난달 23일 대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열린 TV토론에서 김 위원장을 '폭력배(thug)'로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된 대북정책이 북한의 비정상적 행위를 정당화 해준 꼴이 됐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바이든 후보가 북한의 도발을 비판하면서도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이기 때문에 향후 우리 정부의 역할에 따라 기조가 변화할 여지도 있는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이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북 정책을 두고 미국과 적극적인 정책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향후 방미시 미국의 새로운 외교안보라인과 관련한 동향도 파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 소식통은 "미 대선 전후 한반도 상황, 한미관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각급에서 계속 소통하고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도 미 대선 결과가 전반적인 한미동맹은 물론 전작권 전환, 방위비 협상 등 개별 이슈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국방정책실 등 일부 담당 부서를 중심으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 대선 결과에 따라 한미동맹과 한반도 안보 관련 정책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분석하면서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미국 대선 전후로 있을지 모를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북측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에 특이 동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미 정보 당국은 긴밀한 공조 하에 관련 동향을 면밀히 추적 감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통일부도 이인영 장관 주재로 미 대선과 관련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의 대북정책 구상을 검토하고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과 조율하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미국 대선과 관련한 질의에 "통일부도 유관기관, 국내외 다양한 전문가들과 소통하면서 대응 방안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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