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메날두는 물러나라!” 22세 음바페의 포효
  •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1.07 14:00
  • 호수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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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세계 축구 점령해 온 메시·호날두 퇴조 속 새롭게 뜨는 ‘Z세대’ 스타들

2007년을 기점으로 세계 축구는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두 슈퍼스타의 쌍끌이 시대를 맞았다. 약관에 이미 국가대표와 클럽팀의 에이스가 된 두 선수는 무섭게 우승 커리어를 쌓아갔다. 세계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발롱도르 수상도 그들만의 영예였다. 2008년 발롱도르 투표에서 호날두가 1위, 메시가 2위를 기록한 이래 2010년(메시 1위, 이니에스타 2위)과 2018년(모드리치 1위, 호날두 2위) 단 두 차례만 제외하곤 항상 두 선수가 1, 2위를 나눠 가졌다. 2008년 이후 12년 동안 메시가 6차례, 호날두가 5차례 최고 선수로 인정받으며 정확히 10년 이상 세계 축구계를 양분했다.

최정상에서 10년 이상 집권하는 슈퍼스타는 드물다. 라이벌 관계도 굴곡이 있기 마련이라 장기화하기 어렵지만 메시와 호날두는 뼈를 깎는 노력과 자기 관리로 각자의 위치를 지켰다. 하지만 두 선수가 쌓은 절대적인 위상에도 최근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30대 중반으로 본격 접어들며 ‘메날두’ 시대도 황혼기로 접어든 것. 지난 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가 상징적인 결과였다. 메시의 바르셀로나는 8강에서, 호날두의 유벤투스는 16강에서 각각 탈락했다. 포지션별 최우수선수 후보에는 아예 둘 다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다.

올 시즌에도 메시는 리그 개막 후 6경기에서 1골을 넣는 데 그치고 있다.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2골 2도움을 올렸지만, 지난 시즌 득점력의 절반 수준이다. 호날두는 이탈리아 무대로 건너간 뒤 두 시즌 연속 득점왕에 실패했다. 올 시즌 리그 3경기에서 5골을 몰아넣었지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20일 가까이 그라운드를 떠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유럽 주요 리그에서는 새로운 스타들이 등장하며 새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이른바 Z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에 해당하는 뉴페이스가 향후 10년 동안 세계 축구를 지배할 기미를 올 시즌 확실히 보여주는 모습이다. 

파리 생제르맹(PSG) 포워드 킬리안 음바페가 2월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지롱댕 보르도와의 리그1 경기에서 골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AP 연합

‘Z세대’ 음바페·홀란드·산초 등 유럽축구 판도 뒤흔들어

선두주자는 킬리안 음바페(프랑스)다. 1998년생인 그는 만 19세이던 2017년 여름, 10대 선수 최고이자 역대 3위에 해당하는 이적료인 1억8000만 유로(약 2400억원)를 기록하며 프랑스 리그1 PSG(파리 생제르맹)에 입단했다. 1년 뒤에는 조국 프랑스의 월드컵 정상 등극을 주도하며 놀라운 몸값이 허황된 게 아님을 증명했다. 펠레 이후 64년 만에 월드컵 결승전에서 득점한 10대 선수가 됐다. 이미 프랑스 리그앙에서 두 시즌 연속 득점왕에 올랐고, 올 시즌도 득점 선두다. 지난 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기세만 보면 메시·호날두의 아우라에 가장 근접했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침투, 테크닉 등 플레이 스타일도 닮았다. 

월드컵과 챔피언스리그에서 기량을 증명했지만, 소속팀 PSG가 리그1에서 너무 압도적인 팀이기 때문에 더 큰 빅리그로 향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음바페는 PSG의 재계약 제안을 거절하며 더 큰 무대로 나아갈 것을 예고했다. 레알 마드리드·맨체스터 시티 등이 후보로 꼽히는데 예상 이적료만 3억 유로(약 4200억원)에 달한다. 2017년 PSG에 입단할 당시 네이마르가 기록한 역대 최고 이적료인 2억2000만 유로를 가뿐히 넘는 금액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뛰고 있는 2000년생 듀오 엘링 홀란드(영국)와 제이든 산초(영국)도 많은 주목을 받는다. 홀란드는 194cm의 큰 키에도 놀라운 스피드와 골 결정력, 이타적인 축구 지능을 보유한 스트라이커다. 황희찬과 함께 오스트리아의 레드불 잘츠부르크에서 엄청난 득점력을 선보였고, 지난해 겨울 도르트문트로 이적했다. 만 20세 생일을 치르지도 않은 그는 분데스리가를 폭격하기 시작했다. 반 시즌 만에 리그에서 13골, 챔피언스리그에서 10골을 기록했다. 산초는 최고의 드리블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측면에서 주로 뛰지만 중앙으로 침투할 수 있고, 짧은 패스를 이용한 연계와 정확한 크로스로 어시스트 능력이 탁월하다. 

호날두의 조국인 포르투갈이 배출한 새로운 영건인 1999년생 주앙 펠릭스도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2선의 전 포지션을 뛰고 탁월한 볼 컨트롤 능력과 좋은 킥력으로 득점 찬스를 창출한다. 2019년 여름 1억2600만 유로의 이적료를 기록했는데, 이는 역대 4위에 해당한다. 첼시의 카이 하베르츠는 높은 축구 지능으로 제2의 카카로 주목받는다. 1999년생으로 이미 독일 국가대표팀에서 활약 중인 그는 8000만 유로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레버쿠젠에서 첼시로 이적했다. 

2016년 12월3일 레알 마드리드의 호날두(오른쪽)가 FC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와 공을 다투고 있다. ⓒ연합뉴스

10대 유망주 7위 이강인, 경쟁자들 비해 출전 시간 적어

1998년생인 리버풀의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영국)는 음바페처럼 이미 정상을 찍었다. 공격적인 풀백으로 리버풀의 챔피언스리그와 프리미어리그 정상 등극의 주역이 됐다. 2년 전 챔피언스리그에서 아약스 돌풍을 이끈 마테이스 더리흐트(네덜란드)는 1999년생임에도 수비의 명가 유벤투스의 핵심 센터백으로 활약 중이다. 에버튼의 1997년생 공격수 도미닉 칼버트 르윈(영국)은 긴 시간 유망주에 머무른다는 평가를 깨고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손흥민과 함께 득점 선두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라이벌 의식은 제2의 호날두, 제2의 메시를 찾는 경쟁으로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브라질의 두 10대 유망주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000년생)와 호드리구 고이스(2001년생)를 차근차근 성장시키고 있다. 바르셀로나에는 안수 파티(기니비사우·2002년생)가 있다. 올 시즌 첫 엘클라시코에서 동점골을 기록한 그는 최연소 득점자 기록을 새로 세웠다. 명가의 부활을 준비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메이슨 그린우드(영국·2001년생)의 활약에 흐뭇한 모습이다. 

발렌시아에서 활약 중인 이강인(2001년생)도 최근까지 그들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축구 전문매체 ‘골닷컴’이 매년 선정하는 만 19세 이하 10대 유망주 순위에서 이강인은 7위를 기록했다. 호드리구 1위, 안수 파티 2위, 그린우드가 3위였다. 이강인은 꾸준한 경기 출전을 통한 활약이 필요하다. 경쟁자들은 이미 지난 시즌 기준으로 적게는 30경기 이상, 많게는 40경기 이상 뛰었는데 이강인은 24경기에 평균 출전 시간이 35분에 불과했다. 

음바페와 알렉산더-아놀드 정도를 제외하면 아직은 월드클래스라고 확정하기 어려운 유망주들이 다수이니만큼 당장은 30세 전후의 스타들이 ‘포스트 메날두’로 활약할 수밖에 없다. 손흥민도 그중 한 명이다. 1992년생인 그는 지난 시즌부터 전성기에 접어들었고,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며 아시아 최고를 넘어 월드클래스로 도약했다. 손흥민의 토트넘 동료인 해리 케인(영국·1994년생), 지난 시즌 49골을 기록한 바이에른 뮌헨의 득점기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폴란드·1988년생), 현존 최고의 패스 능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 맨체스터 시티의 케빈 더브라위너(벨기에·1991년생), 리버풀의 두 특급 드리블러 모하메드 살라(이집트·1992년생)와 사디오 마네(세네갈·1992년생)도 당장 메시와 호날두에 이어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를 받을 자격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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