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가구, 3만 달러 시대, 탄소배출 0’ 3기 신도시 키워드 [김현수의 메트로폴리스2030]
  • 김현수 단국대 교수(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회장)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0.11.08 12:00
  • 호수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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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혁명의 전진기지, 모빌리티 혁명, 상생 신도시, 삶의 질’에 주목해야

3기 신도시는 2인 가구 시대의 신도시다. 30년 전 만들어진 분당은 가구당 4인 기준으로 계획됐다. 가구당 4인 규모의 주택을 10만 호 공급해 40만 명의 신도시가 만들어졌다. 15년 전 판교는 3인을 기준으로 계획됐다. 5년 후 본격적으로 입주가 시작될 3기 신도시는 평균 2인을 조금 넘는 규모의 가구로 구성될 것이다. 가구원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든다. 올해는 역사상 가장 낮은 출생아 수가 예상된다. 초등학교를 기준으로 일상 생활권을 구성하던 전통적인 근린주구계획(neighborhood unit)은 점점 더 찾아보기 어려울 듯하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젊은 감성의 3기 신도시를 그려보자.

3기 신도시는 3만 달러 시대의 신도시다. 30년 전 분당은 1인당 6000달러 소득 시대에, 15년 전 2기 신도시는 1인당 1만5000달러 소득 시대에 계획됐다. 대량공급을 통해 가격을 낮추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였다. 코로나와 경제위기에도 국가 경제 규모와 소득 수준은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 소득이 늘어나면 양적인 성취보다는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고, 여가시간에 돈과 시간을 쏟으며, 자아성취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공원도 전과 달리 세심한 디자인과 스토리가 요구된다. 미술관과 박물관, 굿 디자인의 건축물, 지역의 역사성을 존중하는 특화계획이 주목받을 것이다. 또 코로나 시대의 재택근무에 적합한 여유 있는 평면과 개성 있는 외부 공간, 수변공원과 생태자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3기 신도시-고양 창릉 조감도 ⓒ3기신도시 홈페이지
3기 신도시-고양 창릉 조감도 ⓒ3기신도시 홈페이지

신도시는 그린 뉴딜의 테스트베드

3기 신도시는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신도시다. 지난 10월말 국회 시정연설에서 대통령이 2050년 넷 제로(Net-Zero·탄소 배출 0) 선언을 했다. 3기 신도시를 그린 뉴딜의 테스트베드로 만들어보자. 대중교통과 개인 모빌리티 이용을 늘리고, 보행하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일은 기본이고, 제로 에너지 시티나 스마트 그린 시티는 기본 인프라다. 공원녹지도 단순한 녹지율이나, 면적 기준보다는 5분 이내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하천과 산 등 생태자원과 연결돼 생물 다양성이 향상되도록 해야 한다. 옥상 녹화, 벽면 녹화, 발코니 녹화 등 수직 녹화도 필요하다. 코로나 봉쇄 기간에는 건축물 내의 녹지, 5분 거리의 녹지가 더욱 소중하기 때문이다. 녹지율이나 인당 녹지 면적과 같은 양적 녹지 기준보다 도달녹지율(accessible green), 연계녹지율(connected green), 수직녹지율(vertical green) 등 좀 더 유연한 공원 기준을 시도해 보자.

3기 신도시는 4차 산업혁명의 전진기지다. 전통 제조업 중심의 산업단지에서는 일자리가 감소하는데 정보통신, 연구·개발, 벤처 창업 등 신성장 산업 분야에서는 일자리가 빠르게 늘어난다. 이들 산업은 대개 대도시 도심부에 집중한다. 성장의 기본 인프라가 사람, 즉 혁신 인력에 있다. 이들이 일하고, 즐기고,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3기 신도시에는 판교와 같은 자족용지를 조성한다고 하는데, 판교보다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도심형 산업단지를 만들어 혁신인력들이 찾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창업하고, 연구하고, 시제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으며, 그러다가 즐기고, 잠잘 수 있는 24시간 돌아가는 자족용지를 그려보자. 그래야 혁신인력들을 불러들이고 이들의 창의성을 일깨울 수 있다.

모빌리티 혁명이 도시를 변화시킨다. 고속철도, 광역급행철도 환승역은 단순한 철도역을 넘어, 도시 경제활동의 중심지로 부상한다. 철도에서 버스로, 지하철로, 자전거로 환승이 편리하도록 환승센터를 세심하게 설계하는 일이 중요하다. 환승역은 또 개인 모빌리티와도 편리하게 연결되어 통합교통서비스(MAAS) 공급이 원활하도록 해야 한다. 고속의 대중교통망을 따라 혁신인력들이 움직인다. 이들이 모이는 곳에서 혁신기업이 성장하고 좋은 일자리가 생긴다. 또 이런 장소에 청년주택을 공급하고 직주근접, 직주일치할 수 있도록 고밀·복합화하는 복합용도지역이 공급돼야 한다. 콤팩트한 도시 공간구조는 이동거리를 줄이고, 이동의 필요성을 낮춰 탄소 배출을 줄이는 일석이조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3기 신도시-고양 창릉 조감도 ⓒ3기신도시 홈페이지
3기 신도시-남양주 왕숙 신도시 조감도 ⓒ3기신도시 홈페이지

광역교통 개선해 삶의 질 높여야

3기 신도시는 상생 신도시다. 1, 2기 신도시는 그린벨트 외곽에 세워졌으나, 3기 신도시는 기성 시가지와 인접해 건설된다. 그만큼 주변 주택시장, 교통 흐름, 상권과 민감한 영향을 주고받는다. 3기 신도시는 인접 지역에 비해 신규로 공급되며 질적으로 더 나은 기반시설이 공급되니 자칫 주변 지역의 수요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 신도시 주변에는 노후한 주거지역, 취약지구들이 인접해 있으며 재해 우려 지역도 있다. 주변 지역의 걱정을 불식할 수 있도록 세심한 상생 관리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인접 주민들이 신도시의 공원, 주차장, 교육시설, 체육시설, 문화복지시설 등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상생 도시를 그려보자.

3기 신도시는 광역화 시대의 신도시다. 수도권 인구는 늘어나는데 서울 인구는 줄어든다. 광역급행철도가 개통되면 서울 인구의 분산이 좀 더 촉진되지 않을까. 저렴한 주택이 GTX 역세권에 공급되고 통근시간이 짧아지면 역세권 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다. 지리적 거리보다 교통의 접근성이 중요해진다. 수도권 통근자의 통근시간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게다가 점점 더 길어진다. 광역교통 개선대책 수립을 통해 통근시간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여가야 한다. GTX환승센터는 서울 인구의 분산과 통근시간 절감을 위한 유용한 수단이다.

서울은 행정구역 대비 상주 인구 밀도가 도쿄, 런던, 뉴욕보다도 높다. 서울 시내에는 63개 대학이 조밀하게 몰려 있어 교육·연구 환경도 과밀하지만, 청년의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가 난감하다. 간선도로변은 도심형 캠퍼스로 조성케 하고, 대학의 펜스를 도로로 개방케 하면 대학의 자산 가치도 상승하고, 시가지 활성화도 꾀할 수 있지 않을까. 반경 20km권은 서울 대도시권으로서 통근·통학이 편리한 생활권으로 계획되고 관리돼야 한다. 서울의 주택 문제와 대도시권 문제가 서로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이를 함께 바라보고 풀어가는 시각, 즉 광역도시계획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과거처럼 대량공급을 통한 주택 가격 안정 수단으로만 3기 신도시를 보아서는 안 된다. 통근시간을 줄여 삶의 질을 높이고 우수한 혁신기업들을 유치해 자족생활권을 만들어 대도시권의 경쟁력을 키워가야 한다. 수도권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해 가는 3기 신도시를 그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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