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부패를 위한 노력 역시 히드라와 같다”
  • 조철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1.08 11:00
  • 호수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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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부패의 세계사》 펴낸 반부패 활동가 김정수씨

“부패는 매우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18세기 영국에서 부패는 히드라에 비유되기도 했다. 계속해서 목을 쳐도 다시 새로운 목이 자라나는 고대 그리스 신화의 괴물처럼 부패는 아무리 처벌해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중략) 에드워드 스노든은 반부패를 위한 노력 역시 히드라와 같다고 말했다. 즉, 진실을 말하는 한 명의 내부고발자를 처벌한다 해도 진실을 이야기하는 또 다른 사람들이 도처에서 출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20년 12월 한국에서 개최되는 제19차 국제반부패회의(ACC)에 앞서 《반부패의 세계사》가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책은 부패의 역사가 아닌 ‘반부패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최초의 시도라는 점, 한국에 반부패 관련 기구가 처음 정착됐던 1990년대 말 그 기틀을 만드는 실무자로 참여했고 꾸준히 관련 연구를 지속해 온 전문가가 저술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지금은 캐나다에 머무르며 국제정치·사회 연구에 전념하고 있는 저자 김정수씨는 기원전 24세기 수메르 문명부터 최근 대통령 탄핵을 겪은 한국 사회까지 장대한 서사를 ‘반부패’라는 하나의 관점으로 깊숙이 들여다본다.

“부패는 도덕적 가치와 밀접하게 연관된 개념이기에 늘 정쟁과 권력투쟁의 수단이 되어 왔다. 자신의 정적을 부패한 인물로 비난하는 것만큼 날카롭고 치명적인 무기는 없다. 사실 여부를 떠나 부패한 인물로 비난받는 순간 그의 사회적 명성은 추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부패의 세계사│김정수 지음│도서출판가지 펴냄│380쪽│1만7500원

반부패 역사 이해 위해 부패 정의 필요

부패에 맞서 싸우는 ‘반부패’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패에 대한 바른 정의가 필요하다. 인권, 환경, 성평등, 빈곤, 식민지 독립 등 세계적으로 중요하게 다뤄진 사회적 이슈들에 비해 비교적 늦게 글로벌 이슈로 떠오른 부패 문제는 정쟁과 권력투쟁에서 치명적인 무기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그 본질에 대한 분석과 해결보다는 뉴스의 소재로 바쁘게 소비되기 일쑤였다. 김씨는 역사·문화·정치적으로 부패에 대한 의미가 달라졌던 점, 서구 사회와 동양 사회의 오랜 시각 차이, 민주주의 제도의 발전 혹은 산업화 정도에 따라 부패 현상이 더욱 복잡하게 진화되어 왔다는 점 등이 부패에 대한 정의와 이해, 그에 대응하는 실천적 참여를 더욱 어렵게 한다고 설명한다.

“인간이 얼마나 오래전부터 부패를 저질러왔는지를 개탄하는 사람들에게 우루카기나의 점토판은 인간이 얼마나 오래전부터 부패에 맞서왔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러니 부패와 관련한 인류 문명의 첫 기록은 부패를 저지른 것에 대한 기록이 아닌 부패와 맞서 싸운 것에 대한 기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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