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활비’ 검증받는 추미애vs윤석열, 누구에게 득될까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1.0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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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법무부·대검 현장검증…결과따라 역풍 우려도
秋 “총장 주머닛돈처럼 사용” vs 檢 “수사기밀 노출”
9일 오전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정부과천청사에 출근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했다. ⓒ 연합뉴스
9일 오전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정부과천청사에 출근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했다. ⓒ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번엔 특수활동비를 두고 맞붙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법무부와 검찰 양쪽의 특활비 내역 검증에 착수하면서 확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만일 윤 총장의 특활비 사용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온다면, 추 장관에 대한 야당과 검찰 내부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비용 집행에 문제가 발견되면, 여권과 추 장관의 공세 수위가 한층 높아져 윤 총장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9일 오후 대검찰청을 방문해 대검과 법무부의 특활비 지급 내역과 집행 서류를 열람한다. 법사위의 이례적인 특활비 현장 조사는 추 장관의 지시가 발단이 됐다. 추 장관은 지난 5일 윤 총장이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사용한다"며 특활비 사용 내역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고, 이튿날 대검 감찰부에 대검과 각급 검찰청의 특활비 지급·배정 내역을 조사하라고 전격 지시했다. 검사들에 대한 술접대 의혹이 불거진 라임 사건과 검찰의 옵티머스 사건 무혐의 처분 경위 등 사실상 윤 총장을 겨냥한 감찰·조사 지시는 한달새 무려 4번째다. 

추 장관의 지시에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법무부가 검찰에 배정된 특활비 일부를 관행적으로 상납받아 사용하고 있다며 법무부 특활비도 함께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결국 야당의 요구를 수용해 양쪽 모두를 조사한 뒤 특활비 집행 논란에 대한 결론을 내기로 했다.   

법무·검찰이 특활비 집행 내역을 어느 수위까지 공개할지는 예측할 수 없다.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수집이나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 등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뜻한다. 비용 집행 규모와 사용처가 외부로 유출되면 '밀행성'이 깨지는 만큼 영수증을 제출하거나 사용 내용을 공개할 의무도 없다. 

검찰 내부에선 이번 현장 조사로 인해 특활비 집행 내역이 일부라도 공개되면 자칫 수사기법이 노출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활비 자체가 수사인데 이를 외부에 드러내는 것 만으로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이 때문에 검찰에서는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특활비 조사 지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결국 현장 조사로까지 이어진 상황을 놓고 불만의 목소리카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추 장관의 특활비 조사 지시에 대해 "추미애 장관의 또 다른 자책골"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법무부는 특활비를 쓸 수 없게 돼 있는데도, 검찰에 내려간 특활비를 돌려받아 편법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라고 말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을 겨냥해 특활비 내역 감찰을 지시했지만, 결국 이번 일로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은 추 장관 자신이라는 취지다. 

주 원내대표는 추 장관에 대해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해) 4번이나 감찰을 지시한 것도 문제지만, 흠을 잡으려고 특활비 감찰을 지시한 것은 참으로 치졸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추 장관이 자충수를 몇 번 뒀다. '드루킹 사건'도 사실 추미애 (당시 민주당) 대표가 고발해서 시작돼 김경수 경남지사가 실형을 받은 상태"라고 꼬집었다. 

검찰의 특활비 논란은 과거에도 여러차례 논란이 됐었다. 수사에 필요한 경비인만큼 기밀성이 보장돼야 하지만, 지나친 보안 때문에 부당한 용도로 쓰이는 것을 제대로 견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2017년 특활비를 수사와 직접적으로 관계없는 직원 격려비 등으로 사용했던 이른바 '돈 봉투 만찬' 사건이 알려지면서 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과거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서 특활비 용도를 묻는 의원들 질의에 "(특활비) 집행 지침 자체가 대외비적 성격을 지니고 있어 구체적 액수와 집행 내역을 밝히기 어렵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또 법무부에 대한 특활비 상납 의혹에 대해 "법무부와 검찰 공동의 검찰 활동을 위한 특활비지 검찰청에서만 전용해야 할 특활비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에 배정된 특활비는 2017년 178억여원에서 올해는 94억원 가량으로 대폭 감소했다. 내년에는 이보다 더 줄어든 84억원 상당이 책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검찰청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서울중앙지검은 매월 8000만∼1억원 수준의 특활비를 집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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