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前남편의 성토…“아들사망 수사 제대로 했다면 살인 막았을 수도”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1.09 15: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혼 남편, 경찰청에 ‘부실수사’ 감찰 요청
대법원이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에 대한 무기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 연합뉴스
대법원이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에 대한 무기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 연합뉴스

자신의 전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된 고유정의 두번째 남편 A씨가 경찰의 '부실 수사'를 지적하며 감찰을 요청했다. A씨는 자신의 아들 사망 수사가 제대로 진행됐다면, 첫번째 남편의 참혹한 죽음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9일 A씨의 법률대리인 부지석 변호사는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감찰 촉구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고유정 의붓아들 살해 사건을 맡았던 청주 상당경찰서에 대한 감찰과 징계를 요구했다"며 "부실수사에 관해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5일 확정된 고유정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판결의 원인이 경찰에 있다"며 "경찰이 A씨의 아들 사망 당시 현장보존을 했다면 고유정이 증거인멸을 하지 못해 지금과는 다른 결과가 있었을 것이고, 전 남편 살인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 변호사는 수사 경찰이 A씨에게 이 사건을 외부에 알릴 경우 '큰 코 다칠 줄 알라'는 등의 겁박을 했고, 온라인에 지인들이 올린 글을 추적해 전화를 걸어오는 등 비상식적인 행동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부 변호사는 "친구들이 A씨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각종 온라인 카페에 (사건 관련) 글을 올렸더니, 수사팀에서 어떻게 연락처를 알았는지 전화를 걸어 (카페에 글을 올리는) 행위를 하지 못하게 했다"고 밝혔다. 부 변호사는 수사 경찰이 A씨 등과 나눈 통화내용이 녹음된 파일도 갖고 있다고 했다. 

또 A씨와 고유정의 대질심문 당시 상황을 전하며 "A씨가 '5세 아동이 성인의 다리에 눌려서 죽는 사례가 있느냐'고 묻자, 당시 수사과장은 '그런 사례는 만들면 된다'고 답했다"며 초기 단계부터 부실·은폐 수사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부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통해) 실제 판례로 확정되게 됐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고위공직자가 아닌 일반 공무원들이 이렇게 부실 수사를 했을 때 징계 여부나 진상에 대해서도 알 수가 없었다"고 호소했다.

부 변호사는 "무죄 판결의 원인이 경찰에 있다고 본다"면서도 "마지막으로 경찰을 믿고 경찰의 자체 감사를 통해 당시 잘못이 있었던 청주 상당경찰서 팀원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다. 자체 진상 조사를 통해 타당한 징계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부 변호사는 이날 오후 국민권익위원회에도 관련 진정을 제출한다.

자신의 전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확정받은 고유정 ⓒ 연합뉴스
자신의 전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확정받은 고유정 ⓒ 연합뉴스

한편, 지난 5일 대법원은 고유정의 전 남편 살해 혐의에 대해 무기징역을,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 "엄격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관련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고유정은 지난해 7월 전 남편 살해·시신 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데 이어 같은해 11월 의붓아들을 짓눌러 질식사하게 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당초 경찰은 의붓아들 질식사 사건에 대해 '친부의 다리에 눌러 사망했다'는 잠정 결론을 낸 상태였다. 그러나 이후 고유정이 전 남편 살해 혐의로 체포되면서 의붓아들 사망 사건도 재수사가 이뤄졌다. 

검찰은 사건 전후 고유정의 행적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그를 진범으로 지목했다. 검찰은 고유정이 사건 발생 전 A씨에게 뜬금없이 문자메시지로 'A씨가 평소 자면서 옆 사람을 심하게 짓누르거나 때리는 버릇이 있다'고 언급한 점에 주목하고, 이 행위가 의붓아들 살해 뒤 A씨 탓으로 돌리기 위한 치밀한 계획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의붓아들 사망 약 1주일 전 고유정이 '치매 노인을 베개로 눌러 질식사시켰다'는 내용의 기사를 검색한 흔적도 찾아냈다. 또 사건 발생 약 4개월 전에 고유정이 수면제를 처방 받아 갖고 있었는데, A씨가 사건 당시 고유정이 만들어준 차를 마시고 평소와 달리 아침까지 깊은 잠을 잤던 점도 의심스러운 정황으로 제시됐다.

사건 당시 고유정은 자신이 감기에 걸려 A씨와 의붓아들을 함께 자도록 한 뒤 아침까지 잠들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오전 5시와 7시께 고유정이 휴대전화를 조작한 정황을 확인했다.

그러나 1심부터 대법원까지 검찰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초기 수사에서 경찰의 용의선상에서 벗어나 있던 고유정이 사건 현장에 있던 혈흔 묻은 이불을 모두 폐기하는 등 범죄를 증명할 주요 물증이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1∼2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일관되게 "피해자의 사망 원인과 관련해 합리적 의심이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무죄 확정 이유에 대해 "피해자가 함께 자던 아버지에 의해 눌려 숨졌을 가능성이 있고, 고의에 의한 압박으로 사망했더라도 피고인이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