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동상이몽’ 속 변죽만 울린 특활비 검증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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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현장검증서 추미애-윤석열 감싸며 ‘대리전’
與 “검찰 내역 미제출” vs 野 “법무부 기본경비 오용”
9일 오전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정부과천청사에 출근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했다. ⓒ 연합뉴스
9일 오전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정부과천청사에 출근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했다. ⓒ 연합뉴스

법무부와 검찰의 특수활동비 집행을 둘러싼 논란이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가 직접 현장검증에 돌입해 두 기관의 특활비 사용 내역을 들여다 봤지만, 별다른 소득없이 종료됐다. 여야는 각각 검찰과 법무부를 겨냥하며 제한적 자료 제출로 제대로 된 검증을 할 수 없었다는 입장을 냈다. 여당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야당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옹호하는 '대리전'이 특활비 검증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법무부는 현재 검찰총장 권한으로 특활비 배정과 사용이 이뤄지는 것에 대한 적정성을 판단해 부처에서 직접 일선 지검에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또 다른 공방을 예고했다.  

 

여당은 추미애, 야당은 윤석열 '감싸기'

10일 법무부와 대검찰청 등에 따르면,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를 방문해 법무부와 검찰의 특수활동비 사용에 대한 현장 검증을 3시간가량 비공개로 진행했다. 법무부와 대검이 지출한 2018년부터 지난 10월까지의 특활비 집행 현황과 기준, 지침 및 기관별 배정 현황 등을 점검했다. 

여야는 대검과 법무부가 각각 특활비 집행내역과 지출 결의서 등을 충분히 제출하지 않았다며 거센 공방을 벌였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현장검증을 마친 뒤 "특활비를 쓸 때는 지출원인행위서, 지출결의서, 집행내용확인서가 특활비를 증빙하는 원칙이 되는데 대검에서 낸 자료에는 이게 다 있었다"며 검찰 자료 제출에는 문제가 없다고 언급했다. 김 의원은 반대로 법무부의 자료 제출을 지적하며 "지출결의서 달랑 한 장만 내서 상세 내역을 도저히 알 수 없었다"고 성토했다. 법무부는 특정 부서에 얼마를 지급했다는 식의 특활비 지출 결의서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의 이같은 주장에 여당 간사인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히려 법무부 자료가 더 정확하게 있었다"며 "대검은 이 세 자료가 있긴 했지만 너무 (검찰)청별로 돼 있어서 정보로서 가치가 별로 없는 자료였다"고 응수했다. 백 의원은 이어 "(윤석열) 총장이 개인적으로 쓴 내역은 특정돼 있지 않았다"면서 "추 장관은 (사용내역을) 제출했는데 올해 특활비를 하나도 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법무부를 옹호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도 '윤석열 총장이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야당 측 주장에 대해 "윤 총장이 개인적으로 썼는지 아닌지 검증할 자료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모르는 것이 정확하다"고 반격했다. 

검찰 특활비를 감찰 중인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여야 의원들 질의에 "기밀성 때문에 깊게 내역을 보진 못했지만 사무감사 중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현장 검증을 마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법무부에서 일선 청의 부장검사급인 개별검사에게까지 직접 특활비를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며 "이것은 법무부가 개별 사건에 대해 간여하고 있다는 간접적인 증거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여야는 모두 법무부와 대검이 공개한 자료가 부실하다고 보고, 논의를 거쳐 추가로 자료를 요청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차장검사를 대상으로 강연을 하기 위해 연수원 내에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차장검사를 대상으로 강연을 하기 위해 연수원 내에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도 특활비 지급 받아

이번 공방은 추 장관이 지난 5일 국회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 윤 총장을 겨냥해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쓰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 게 발단이 됐다. 추 장관은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특활비가 지급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법사위 검증에선 대검 전체 특활비 94억원 중 16%가량이 서울중앙지검에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도읍 의원은 "추 장관이 어디에서 그런 이야기(특활비 배분 의혹)를 들었는지 확인하려면 중앙지검의 특활비 지출 기록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역공세를 펼쳤다. 백혜련 의원은 "중앙지검의 경우 총액을 기준으로 볼 때 작년 대비 올해 10월까지 특활비가 절반으로 줄었다"고 지적하며 예산 축소에 윤 총장의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법사위원들은 검찰 특활비 중 10%가 법무부에 배정된 사실도 확인했다. 법무부 검찰국은 수사나 정보수집을 하지 않음에도 올해 7억5900만원의 특활비를 지출했다. 다만 추 장관은 취임 후 특활비를 쓰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법무부 교정본부나 범죄예방정책국, 출입국본부 등이 특활비를 기본경비로 부적절하게 사용한 사실도 지적됐다. 이에 대해 고기영 법무부 차관은 "내년부터는 특정 업무경비로 전환해서 쓰겠다"고 답했다.

 

법무부 "특활비 직접 배분 검토"…野 "추 장관, 광인전략"

법무부는 향후 검찰총장이 자체적으로 배정하는 특활비를 일반 예산처럼 일선 지검에 직접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예고했다. 특활비 배정 과정에서 윤 총장을 배제할 수도 있다는 것이어서 검찰 내부와 야당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법무부는 현장검증이 끝난 후 "추 장관은 예년과 달리 검찰 특활비를 배정받거나 사용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보고했고, 이어진 문서검증에서 문제가 없음을 확인받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검찰총장의 특활비 배정 및 사용의 적정성에 관한 법무부 장관의 점검 및 조사 지시에 관해서는 대검 감찰부로부터 신속히 결과를 보고받는 대로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특활비 문제가 지속될 경우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을 받아 일선 지검에 직접 배분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법사위에 보고했다. 지금까지는 법무부가 특활비를 받아 대검에 전달하면 대검에서 일선 지검에 배분해왔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금도 법무부가 일선 지검의 일반 예산은 직접 배분하고 있다"며 "지금처럼 문제 제기가 계속되면 특활비도 일반 예산처럼 직접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법무장관이 특수활동비 주장을 해놓고, 막상 (법사위) 검증에선 제대로 자료를 안 내놓고 사실상 검증을 방해했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내 멋대로 할 일 다 할테니까 싸워보자, 이런 게 광인(狂人)전략"이라며 "광인전략은 다른 부처면 몰라도 법무부 장관이 쓰는 건 맞지 않는다. 나라의 품격과도 관계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추 장관은 자기 임기 중에는 (법무부가 검찰 특활비를) 쓴 게 없다고 하는데, 그러면 조국 장관과 박상기 장관 때는 위법하게 쓴 게 있는지 밝혀야 한다"며 전임 장관들의 내역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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