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장 후보 선정, “공수처는 괴물” 발언에 첫날부터 삐걱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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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공수처장 후보 11명 확정…판·검사 출신으로 채워진 후보들
與野, 최종후보 2인 선정 검증 돌입
국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총 11명의 공수처장 후보자를 추천받았다고 10일 밝혔다. 후보추천위는 오는 13일 후보자에 대한 심사를 진행한다. 윗줄 왼쪽부터 최운식(법원행정처장 추천), 전현정(법무장관 추천), 김진욱·이건리·한명관(대한변협회장 추천). 아랫줄 왼쪽부터 권동주·전종민(더불어민주당 추천), 강찬우·김경수·석동현·손기호(국민의힘 추천) ⓒ 연합뉴스
국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총 11명의 공수처장 후보자를 추천받았다고 10일 밝혔다. 후보추천위는 오는 13일 후보자에 대한 심사를 진행한다. 윗줄 왼쪽부터 최운식(법원행정처장 추천), 전현정(법무장관 추천), 김진욱·이건리·한명관(대한변협회장 추천). 아랫줄 왼쪽부터 권동주·전종민(더불어민주당 추천), 강찬우·김경수·석동현·손기호(국민의힘 추천) ⓒ 연합뉴스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예비후보 11명이 확정됐다. 검사 출신 7명, 판사 출신 4명이 추천됐다. 특히 여당은 판사 출신 변호사 2명을, 야당은 검사 출신 변호사 4명을 추천하며 후보 선정부터 상반된 입장을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에 추천할 최종후보 2인을 선정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10일 국회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총 11명의 예비후보 추천을 마무리한 뒤 후보 검증을 위한 각종 자료 정리 등 실무 준비에 돌입했다.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은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이건리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한명관 변호사 3명을 후보로 추천했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최운식 변호사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전현정 변호사를 각각 추천했다. 더불어민주당 측 추천위원들은 전종민·권동주 변호사를, 국민의힘 측 추천위원들은 김경수·강찬우·석동현·손기호 변호사를 각각 제안했다.

김진욱 연구관과 전현정·전종민·권동주 변호사 등 4명은 판사 출신이며, 이건리 부위원장과 한명관·최운식·김경수·강찬우·석동현·손기호 변호사 등 7명은 검사 출신이다. 

 

'중립성' 놓고 여야 격돌 예상

후보 추천에서부터 뚜렷한 시각차를 보인 여야는 앞으로 진행될 후보 검증 과정에서도 큰 입장차를 보일 전망이다. 양측이 간극을 좁히지 못할 경우, 공수처 출범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여야가 또 다시 '대치 정국'으로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여야는 상대 측 추천후보들의 중립성을 문제 삼으며 비토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벌써부터 후보를 둘러썬 설왕설래가 치열하게 오가고 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석동현 변호사에 대해 "국민의힘으로 지역위원장까지 한 정치인"이라며 "정치적 중립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석 변호사가 초대 공수처장직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김 의원은 "야당 추천은 전부 특수부 출신 검사인데 검찰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겠느냐"며 "검사 출신이 공수처장이 되거나 공수처가 검찰의 이중대가 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야당 측은 여당의 주장을 일축하며, 오히려 검찰 수사 경험이 있는 인물이 공수처장에 더 적합하다고 반박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공수처라는 것이 제2의 검찰인데, 기본적으로 수사 경험과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그러면서 여당이 추천한 전종민 변호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 대리인단에 포함됐던 사실을 언급하며 "친 민주당 성향이기 때문에 (공수처장으로서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유일한 여성 후보인 전현정 변호사의 경우 형사사건을 다룬 경험이 적은 판사 출신인데다, 추 장관이 추천했다는 점에서 전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편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후보 선정을 둘러싼 잡음이 길어질 경우엔 법원행정처장이나 변협회장이 추천한 후보들을 중심으로 여야가 합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조 행정처장이 추천한 최운식 변호사는 과거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장을 맡았던 검사 출신으로, 공수처 설립준비단의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이 회장이 추천한 이건리 권익위 부위원장은 5·18 민주화운동 특별조사위원장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또 권익위에서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을 공익신고자로 인정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이해충돌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야당 측이 추천한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도 여당의 거부감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주요 후보로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마지막 중수부장' 출신인 김 전 고검장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특검 수사 및 1심 재판 과정에 변호인으로 참여했다. 

일단 민주당은 공수처 출범이 공전을 거듭해 온 만큼 신속한 출범에 무게를 싣고 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추천된 공수처장 후보들의 조기 공개로 사실상의 검증이 시작됐다"며 "추천위원들이 이번주 금요일(13일)로 예정된 최종 후보 추천에 앞서 미리 판단할 수 있게 된 건 신속한 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1월 중 인사청문회 개최 전망을 높인 점은 다행"이라면서 "많은 국민들께서 후보들 면면을 감안하면서 추천을 지켜볼 수 있게 됐다. 국민들 관심이 구체적일수록 추천위원들의 심사가 더욱 진지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성원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공수처의 조속한 출범을 거듭 강조하는 민주당을 겨냥해 "시간에 쫓겨서 졸속으로 만들었을 때 부작용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가기 때문에, 철두철미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들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위촉식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들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위촉식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공수처는 괴물" 발언에 첫 날부터 삐걱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가 검증 절차에 본격 돌입한 첫 날부터 후보자로부터 "공수처는 괴물기관"이라는 발언이 나오면서 험로를 예고했다. 

국민의힘에서 추천한 석동현 변호사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개인적으로 공수처는 태어나서는 안 될 괴물기관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애당초 작년에 국회에서 공수처 설치법을 당시 야당이 무기력해 못 막은 것이 화근"이라고 지적했다. 

석 변호사는 "법을 고쳐 폐지하기 전까지는 현실적으로 존재하게 된 이상 어떻게든 공수처가 괴물이 되지는 않게 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후보직을) 수락했다"며 "마음은 착잡하다"고 덧붙였다.

석 변호사는 부산지검장을 지낸 검사 출신이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부산 해운대갑에 출마했으나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이에 대해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국민의힘과 석 변호사를 향해 "주호영 원내대표는 엄격한 검증을 내세우며 시작도 되지 않은 회의에 거부권 이야기부터 꺼내고 있다"면서 "야당이 공수처장 후보로 추천한 석동현 전 검사장은 공수처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으로 '일을 안 되게' 하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13일 추천위 회의에서 내실 있는 심사가 이뤄져 최적의 후보군이 결정되기를 바란다"며 "비토권을 이용해 공수처 출범을 방해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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