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강력 반발하는 ‘공정경제 3법’의 주요 쟁점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0.11.25 08:00
  • 호수 16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권에선 그대로 통과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야당 김종인 위원장도 통과 촉구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공정경제 3법’에 대한 국회 심의가 11월말 시작된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대기업집단의 부당한 경제력 남용 근절, 금융그룹의 재무 건전성 확보 등을 위한 법안들이다. 공정경제 3법을 바라보는 시선은 극명히 갈린다.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2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정경제 3법을 의결했다. 이후 법 개정에 힘을 쏟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공정경제 3법을 이번 정기국회의 최우선 처리 법안으로 보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또한 국회를 향해 재벌 개혁과 대·중소기업 상생 등을 위해 공정경제 3법의 규제 수위를 확대·강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직격탄을 맞게 된 재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업의 경영 현실을 무시하고 법을 개정하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공정경제 3법’이 발의된 직후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 대다수 경제단체는 반대 성명을 냈다. 또 일부 경제단체의 수장은 여당 의원들에 대한 설득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노력에도 정부와 여당은 미동도 하지 않는 모습이다. 절충안을 마련할 수는 있지만 공정경제 3법의 큰 틀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정경제 3법이 대체 무엇이기에 정부와 재계가 이처럼 극렬히 대치하는 걸까. 공정경제 3법의 주요 내용과 쟁점을 짚어봤다.

11월3일 국회에서 열린 공정경제 3법 입법 현안 공개 토론회에 참석한 정찬영 고려대 법학전문대학교 교수가 토론회를 주재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①상법 일부 개정안

먼저 상법 일부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들여다보면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3%룰’ 등이 있다. 이 중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의 지분 1%(상장사 0.01%+보유기간 6개월)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자회사 이사에게 책임을 추궁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현행법상으론 총수가 장악한 비상장 자회사의 불법행위로 모회사가 손해를 볼 경우 책임을 물을 법적 수단이 존재하지 않았다. 정부는 다중대표소송제가 주주권 피해 방지와 주주들의 경영감독권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에선 다중대표소송제와 관련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자회사의 독립성과 주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본다. 단기차익을 실현하려는 목적을 가진 투기자본이 경영 간섭 혹은 압박의 수단으로 제도를 오·남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코스닥 상장사의 권익을 대변하는 코스닥협회는 소송 대응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다중대표소송제로 인해 경영활동에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개정안에 포함된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다. 현재 대부분의 주식회사는 먼저 선출한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임한다. 이사회 구성에 대주주의 의중이 반영된다는 점에서 기존 이사진 중에서 선출된 감사위원은 감사 제도의 취지인 기업의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정부는 상법 일부 개정안에서 감사위원회 위원 중 최소 1명 이상은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도록 했다.

3%룰도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같은 맥락이다. 이 제도는 상장사의 감사위원을 선임하거나 해임할 경우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과 합산해 3%, 일반주주는 3%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감사위원 선임과 해임 과정에 대주주의 영향력을 최소화시켜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확보함으로써 경영 감사활동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재계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3%룰과 관련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최대주주의 재산권 행사를 차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역차별적 재산권 침해며, 자본 다수결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3%룰로 최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될 경우 투기자본이 감사위원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선임하는 등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감사위원은 감사 역할도 하지만 이사로서도 기업의 중대한 의사 결정과 사업전략을 세우는 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②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전속고발권 폐지’다. 전속고발권은 가격 담합, 공급 제한, 입찰 담합 등 중대 담합(경성 담합) 사건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 없이는 검찰이 기소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기존에는 공정위의 신고에 의존하다시피 해 왔다. 공정위 조사가 강제력이 없는 임의조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차 은밀하고 교묘해지는 담합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검찰의 강제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재계는 검찰과 공정위의 중복수사와 악의적 고발 남발로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속고발권 폐지와 관련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중소기업계다. 검찰 수사에 대응할 법적·재정적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중소기업중앙회는 대기업집단에 한해서만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라고 정부에 제안했다. 현행법상 중소기업들은 조합을 통한 공동사업을 담합으로 규제받지 않고, 경쟁력 향상을 위해 사전 인가를 전제로 공동행위가 허용되는 등 수혜를 받아왔다. 그동안 벌어진 담합 사건의 상당수가 중소기업 사건이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에는 또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부당하게 부를 대물림하고, 다른 기업들의 사업 기회를 원천 차단한 재벌가의 관행을 깨는 작업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개정안에는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확대와 관련해서는 규제 대상이 되는 총수 일가 지분율 기준을 현행 상장 30%, 비상장 20%에서 20%로 일원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규제 대상 기업이 50%를 초과한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역시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도록 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규제 대상 기업은 기존보다 2배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보안상 이뤄지는 내부거래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발하고 있다. 최첨단 기술이나 회사 기밀 등이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상적인 절차와 가격으로 이뤄지는 내부거래는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런 문제 제기는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명분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대한상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지주사 소속 기업 간 거래는 예외로 인정해 달라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개정안대로라면 평균 지분율이 72.7%에 달하는 지주사의 자회사 대부분이 내부거래를 의심받는 처지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한상의의 설명이다.

이 밖에 개정안에는 과징금 상한을 2배로 올린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담합이나 총수 일가 사익편취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제재 효력을 높이기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화하게 되면 담합은 10%에서 20%로, 시장지배력 남용은 3%에서 6%로, 불공정 거래행위는 2%에서 4%로 각각 상향된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왼쪽)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11월4일 공정경제 3법과 관련한 논의를 위해 긴급 회동했다. ⓒ연합뉴스

③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에는 소속 금융사가 여·수신, 금융투자, 보험업 중 둘 이상의 금융업을 영위하고, 소속 금융회사의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복합금융그룹도 금융지주사처럼 금융 당국의 감독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이다. 현재 이 법안이 적용되는 건 교보·미래에셋·삼성·한화·현대자동차·DB 등 6개 그룹이다. 감독 대상에 포함된 그룹은 소속 금융사와 함께 내부 통제 및 위험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 금융소비자 보호 등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금융 당국에 보고하고 시장에 공시해야 한다.

그러나 상법 일부 개정안이나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과 달리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의 경우 눈에 띄는 반발은 없었다. 이 법안을 적용받는 그룹 수가 적고, 해당 그룹들이 정부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다만 학계에서는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과 관련해 지나친 중복·과잉 규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선정 동국대 법학과 석좌교수는 전경련이 올해 11월16일 개최한 ‘기업규제 3법의 쟁점과 문제점 긴급 좌담회’에 참석해 “현재 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업권별 감독이 시행 중이고 그룹 차원에서는 공정거래법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와 재계는 공정경제 3법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법안 통과는 사실상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 확고한 데다, 법안 통과를 위한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재계의 거센 반발로 여당 일각에서는 3%룰 일부 완화 등 공정경제 3법과 관련한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공정경제 3법 대부분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여당 내에서는 “20대 국회 때 발의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보다 완화됐다, 법안을 수정할 경우 개혁 의지를 의심 받을 수밖에 없다”는 말들이 나온다. 야당인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마저 완화 없는 공정경제 3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