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롯데 ‘쇄신 인사’ 전날 일본서 신격호 평전 출간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0.11.2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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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유력 출판사, 신간 《롯데를 만든 남자 시게미쓰 다케오論》 펴내
“가족·비서·최측근 등 철저히 취재”…리더십·성공 스토리 집중 조명
ⓒ 일본 다이아몬드사(社)
일본에서 11월25일 출간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자 겸 명예회장 평전 《롯데를 만든 남자 시게미쓰 다케오론(論)》 표지 ⓒ 일본 다이아몬드사(社)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자 겸 명예회장의 평전이 11월25일 일본에서 출간됐다. 일본 유력 출판사가 신 회장에 관해 오랜 기간 취재해 온 경제 저널리스트와 손잡고 책을 펴냈다. 책 발매일이 공교롭게도 한국 롯데의 정기 임원인사 하루 전날이다. 

일본 대형 출판사 다이아몬드사(社)는 이날 마쓰자키 다카시 경제 저널리스트가 쓴 신격호 명예회장 평전 《롯데를 만든 남자 시게미쓰 다케오론(論)》을 출간했다. 시게미쓰 다케오는 신 명예회장의 일본 이름이다. 평전 저자 마쓰자카 다카시씨는 일본 경제 잡지 ‘경제계’ 편집장을 지냈고 저명한 경영인에 관한 책을 다수 집필한 바 있다. 

《롯데를 만든 남자 시게미쓰 다케오론》은 1921년 울산에서 태어난 신 명예회장이 1941년 일본으로 건너가 사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1949년 롯데그룹의 전신인 (주)롯데 창립과 사세 확장, 1966년 한국 진출과 이른바 ‘한·일 셔틀 경영’, 한국 재계 5위 재벌 등극에 이르는 과정을 풀어냈다. 신 명예회장의 경영론과 못다 이룬 꿈에 대해서도 심층적으로 다뤘다.  

“가장 정확하고 객관적인 평전” 

신 명예회장의 가족과 그간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관계자를 철저히 취재해 쓴 만큼 앞서 출간된 평전들과 차별화된다는 게 출판사 측 설명이다. 책은 서두에서 “경영자 시게미쓰 다케오(신 명예회장)의 인생을 통해 롯데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그동안 베일에 싸였던 비밀을 최대한 밝힌다”며 “이를 위해 지금까지 시게미쓰와 관련한 주요 인물들의 증언이 다수 실려 있다”고 설명했다. 껌·과자 연구개발을 이끌며 신 명예회장의 ‘오른팔’로 불린 테즈카 시치고로씨를 비롯해 전 비서들, 대졸 채용 1기생이었던 한국인 최측근 등이 취재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번 평전은 일본 경제계 시각으로 ‘신격호 리더십’을 집중 조명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전에 한국에서 출간된 신 명예회장 관련 책 대부분은 ‘신격호는 있는데, 시게미쓰 다케오는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재일교포 사업가인 신 명예회장의 일본 내 활동, 입지 등에 대한 정보가 태부족해 그 진면목을 알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신 명예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제대로 된 아버지 평전이 없다’고 안타까워하며 2017년 《나의 아버지 신격호》를 펴냈지만, 이 책은 롯데가(家) 형제의 난과 맞물려 논란을 빚었다. ‘아버지를 한·일 양국에서 보좌한 장남이 가장 자세한 평전을 내놨다’는 평과 ‘동생 신동빈 롯데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사실상 패한 신 전 부회장이 자신의 적통성을 강조하기 위해 책을 이용했다’는 평이 엇갈렸다. 

신 전 부회장의 책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나타냈던 롯데가 올해 6월 《신격호의 도전과 꿈》을 펴내면서 ‘신 명예회장 평전 논란’에 다시 불을 지피는 듯싶었다. 그러나 《신격호의 도전과 꿈》은 신 명예회장보다는 소공동 롯데타운, 롯데월드, 롯데월드타워 등 롯데의 대표 건축물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소개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위기의 롯데…日 ‘신격호 리더십’ 주목 시사점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이번에 일본에서 출간된 평전이 신 명예회장을 가장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라며 “롯데가 심각한 경영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일본이 신 명예회장의 리더십과 성공 스토리를 주목한다는 사실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책도 “사실 신 명예회장의 업적을 일본인들은 잘 알지 못했다”면서 ”이 평전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창업자·오너 경영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마케팅, 리더십, 인사관리, 투자, 거버넌스 등을 둘러싼 차별화와 경쟁 전략, 나아가 독창적인 ‘매니지먼트’의 본보기”라고 강조했다. 

1월22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 롯데별장에서 고(故)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노제가 끝난 후 옮겨지는 영정과 위패 뒤를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오른쪽)과 차남 신동빈 롯데 회장, 신 회장의 장남 유열씨(가운데)가 따르고 있다. ⓒ 연합뉴스
1월22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 롯데별장에서 고(故)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노제가 끝난 후 옮겨지는 영정과 위패 뒤를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오른쪽)과 차남 신동빈 롯데 회장, 신 회장의 장남 유열씨(가운데)가 따르고 있다. ⓒ 연합뉴스

롯데는 정기 임원인사를 11월26일 단행할 예정이다. 통상 12월 중순 이후 하던 정기 인사를 한 달가량 앞당긴 데는 신 회장의 강력한 그룹 쇄신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롯데는 이커머스 시대 등 시장 변화에 뒤처지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내외 경기 침체까지 맞아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올 1, 2분기 롯데의 양대 축인 유통과 화학 부문 모두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추락한 뒤 3분기 반등했지만,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실적 개선세를 지속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신 회장이 더욱 크게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쪽은 유통, 즉 롯데의 본업(本業)이다. 형과의 갈등이 상존하고, 아들 유열씨로의 3세 승계 준비에도 착수한 만큼 지배구조 개선 등 경영권 강화 작업이 절실한 신 회장이다.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없는 유통 부문 실적은 호텔롯데 상장을 가로막고 있다. 

아울러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을 위한 정지작업, 아들의 후계 구도 안착 등을 위해 일본 롯데 경영진 동향, 여론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무릅쓰고 지난 3월에 이어 8월에도 일본으로 출국해 각각 두 달여간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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