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천공항에너지 발전기 ‘원인불명’ 고장 잇따라
  • 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0.11.2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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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날 3차례 손상…가스터빈 가동 중단
‘제작결함’ 주장…법원 “과학적 근거 없어”

인천공항에너지㈜에서 가스터빈 발전기의 주요 부품이 손상되는 사고가 3건이나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사고는 공통적으로 가스터빈의 공기압축기를 구성하는 ‘블레이드(회전날)’에서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공항에너지는 아직까지 정확한 사고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회전날 제작결함이나 운전조작 미숙에 의한 사고는 아닌 것 정도만 파악하고 있다. 이는 ‘원인불명’의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셈이다.

인천공항에너지는 인천국제공항 등이 사용하는 열에너지를 전량 공급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인천국제공항이 열에너지 수급에 대한 잠재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공항에너지
인천공항에너지 ⓒ시사저널 DB

부식에 의한 균열발생 추정

26일 시사저널은 서울지방항공청과 인천국제공항공사, 대법원 등을 통해 인천공항에너지가 생산한 가스터빈 사고와 관련된 문건들을 단독 입수했다.

인천공항에너지가 작성한 ‘가스터빈 1호기 사고보고 및 대책’에 따르면, 2018년 12월17일 오전 7시42분쯤 가스터빈 1호기의 공기압축기와 가스터빈의 회전날이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천공항에너지는 사고 직후 가스터빈 1호기의 가동을 중단하고, 한전 KPS를 통해 긴급복구 작업을 벌였다. 이어 보조 보일러 2대를 수동으로 작동시켜 인천국제공항에 열을 공급했다. 

당시 인천공항에너지는 공기압축기의 부러진 회전날이 회전력에 의해 가스터빈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공기압축기와 가스터빈의 회전날이 연쇄적으로 파손된 것으로 파악했다. 또 발전기를 조작한 직원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공항에너지는 정확한 사고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에 사고 조사용역을 맡겼다. 재료연구소에 따르면, 공기압축기 회전날의 가장자리에서 부식을 유발시킬 수 있는 황(S)과 염소(Cl)뿐만 아니라 알루미늄(Al)과 규소(Si), 칼륨(K), 나트륨(Na), 칼슘(Ca) 등의 산화물이 검출됐다.

또 공기압축기 회전날은 가장자리에서 발생한 피로균열이 중앙으로 전개되면서 회전력 등 응력을 이기지 못하고 파손됐다. 이는 공기압축기의 회전날이 부식에 의해 균열이 발생했고, 회전력 등 응력에 의해 균열이 커지면서 부서졌다는 것이다.

인천공항에너지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사고와 관련해 보고한 문건 중 일부 갈무리. 문건에는 '가스터빈 2호기에서 2022년 사고가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시사저널 DB

“유사한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

이런 사고는 2차례나 더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2011년 4월1일 오전10시34분쯤 가스터빈 2호기에서 공기압축기 회전날과 터빈이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2007년 1월25일 오후 11시15분쯤에 가스터빈 1호기의 공기압축기와 터빈이 손상됐다.

이들 사고의 원인을 조사한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은 회전날에 미세한 균열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이는 제작결함을 주장한 것이다.

이에 인천공항에너지와 발전설비에 대한 재산종합보험계약을 맺은 DB손해보험이 발전설비를 납품한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약 82억7673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019년 1월17일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이 작성한 사고 조사보고서의 내용에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균열이나 부식에 취약한 재료로 불완전한 회전날을 제작해 공급하는 바람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인정할만한 증거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인천공항에너지의 가스터빈 발전기에서 발생한 사고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셈이 됐다.

문제는 인천공항에너지가 이런 사고를 미리 예측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공항에너지는 가스터빈 발전기 2호기가 2022년에도 사고가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는 가스터빈 발전기 1호기가 이미 10여년을 주기로 동일한 사고가 발생한 점으로 미뤄 가스터빈 발전기 2호기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고 복구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에너지는 사고가 터질 때마다 약 8개월 만에 가스터빈 발전기를 복구했다. 또 지금까지 발생한 3건의 사고를 복구하는데 282억원 상당의 수리비용이 투입됐다.

인천공항에너지는 이들 사고와 관련된 보고서에 “대법원에서 재질결함이 아닌 것으로 선고하는 바람에 제작사를 상대로 추가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승소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터빈의 수명이 20~25년인데, 똑같은 사고가 3차례나 발생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가스터빈 발전기는 공기와 액화천연가스(LNG)를 혼합·연소시킬 때 발생하는 고온·고압의 연소가스로 터빈의 회전날을 회전시켜 전기와 열을 생산한다.  

인천공항에너지는 47MW 규모의 가스터빈 발전기 2기와 33MW 규모의 스팀터빈 1기를 운용하면서 최대 127MW의 전기와 306Gcal의 열을 생산하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전기는 한국전력거래소에 판매되고, 열은 인천국제공항과 인근의 영종도 하늘도시 등에 공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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