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TX건설, 옵티머스 자금으로 무자본 인수 의혹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0.12.0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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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건설 자산 담보로 옵티머스서 166억 당겼다

박아무개 전 STX건설 대표가 2017년 옵티머스를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STX건설을 무자본 인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STX건설의 채권 등을 담보로 옵티머스로부터 자금을 차입해 인수 자금을 충당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옵티머스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의심을 받아왔지만 계속 연관성을 부인해 왔다. 그러나 STX건설 인수 자금 출처와 관련한 이번 논란으로 그의 옵티머스 연루설에는 한층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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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건설 대주주 옵티머스 연루설

박 전 대표와 옵티머스의 연결고리는 이동열씨다. 옵티머스의 2대주주이자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로 현재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씨는 그동안 박 전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우선 박 전 대표의 STX건설 인수 이후인 2018년 1월부터 올해 초까지 STX건설 비등기 영업이사로 재직했다. 또 이씨가 대표이사이던 트러스트올의 주소지도 STX건설 서울사무소로 돼 있었다. 트러스트올은 옵티머스 사태에서 자금의 저수지 역할을 한 회사다.

이씨는 또 박 전 대표와 임차인 및 임대인의 관계이기도 했다. 이씨는 박 전 대표가 2018년 3월 매입한 경기도 화성 동탄의 한 상가를 임차해 동탄 워터밸리파크를 운영해 왔다. 이씨가 대표이사인 워터밸리는 옵티머스의 단일 투자처 가운데 가장 많은 자금이 흘러간 부동산 컨설팅업체 ‘씨피엔에스’가 관리해 온 대형 사우나다. 두 사람 간에는 금전관계도 있었다. 박 전 대표 소유의 법인이 이씨가 대표이던 대부디케이에이엠씨로부터 수십억원대 대출을 받은 것이다. 이 회사 역시 수백억원의 옵티머스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최근엔 박 전 대표가 옵티머스 사태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나왔다. 옵티머스가 1조원대의 공공기관 매출채권 사기를 저지르는 데 사용한 STX건설의 채권 양수도 계약서를 그가 제공했다는 것이다. 실제 옵티머스 사건 공소장에는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가 박 전 대표에게 부탁해 ‘채무자 회사(STX건설)가 수주한 관급공사의 확정 매출채권을 펀드 수탁은행인 하나은행에 양도했다’는 허위사실이 기재된 계약서를 지속적으로 제공받아왔다고 적시돼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줄곧 옵티머스와의 연관성을 부인해 왔다. 트러스트올 주소지와 관련해서는 김재현 대표의 제안에 따라 공간만 빌려줬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속적으로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를 제공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김 대표가 대출을 주선해 주겠다며 관련 서류를 받아갔지만 실제 대출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신이 내준 계약서가 공공기관 매출채권 사기에 이용됐다는 사실도 최근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인지했다고 했다.

 

사채 발행 책임 STX건설에 모두 떠넘겨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표와 옵티머스의 연관 의혹에 무게를 싣는 근거가 추가로 드러났다. 그가 STX건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옵티머스가 자금줄 역할을 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사실상 무자본 인수를 한 것이다. STX그룹 계열사이던 STX건설은 2012년까지만 해도 내실 있는 기업이었다. 그러나 STX그룹이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며 STX건설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이로 인해 STX건설은 2013년 회생절차에 돌입, 2015년부터 매각이 진행돼 왔지만 새 주인을 찾는 데 난항을 겪어왔다.

그러던 2017년 4월, 박 전 대표는 자신 소유의 코리아리츠를 통해 STX건설 인수·합병(M&A)을 위한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코리아리츠는 자본금 1억5000만원의 소규모 업체였다. 그러나 코리아리츠는 같은 해 6월말 STX건설 인수에 성공했다. 박 전 대표는 약 40억원 규모의 인수 대금을 사채를 통해 조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직후 STX건설은 4년여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STX건설이 제출한 기업회생절차 종결 신청서가 회생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서다.

무자본 M&A가 의심되는 일이 벌어진 건 이 무렵이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코리아리츠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의 ‘베리타스레포연계 BIG&SAFE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2호 펀드’에 담보부 사모사채를 발행, 166억원을 차입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코리아리츠가 아닌 STX건설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했다는 데 있다. 자료에 따르면 박 전 대표 측이 사채 발행을 위해 제공한 담보는 STX건설의 부산항만공사 등의 공사 대금 채권과 약속어음 등이었다.

박 전 대표는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STX건설 인수 자금을 충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STX건설의 자산을 바탕으로 STX건설을 인수한 셈이다. 특히 박 전 대표는 옵티머스를 통해 발행한 사채와 관련한 책임을 모두 STX건설에 떠넘기려 한 정황도 보인다. 실제 박 전 대표 측이 옵티머스 측에 전달한 확약서에는 ‘코리아리츠가 사채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담보권이 실행돼도 STX건설에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시사저널은 이와 관련한 입장을 듣기 위해 박 전 대표에게 전화와 문자를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끝내 회신은 없었다.

 

인수 후 계속된 경영난에 직원들 고통

박 전 대표의 이런 수상한 인수 이후 STX건설은 계속 경영난을 겪었다. 그 직접적인 피해자는 직원들이다. STX건설 노조에 따르면, 현재 200여 명의 전·현직 직원들은 임금 및 퇴직금 등이 46억원가량 체불된 상태다. 여기에 시국세(약 9억원)와 4대보험(약 14억원)도 체불돼 압류가 진행 중이다. 경영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건축·토목공사 현장 곳곳에서 150억원 규모의 가압류가 진행되고 있는 데다, 기존에 체결한 공사들의 계약마저 차례로 해지되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옵티머스 사태를 놓고 벌어진 전‧현직 경영진 간 횡령‧배임 소송 등 법적 분쟁은 STX건설의 회생을 크게 방해하는 요소다.

결국 STX건설 직원들은 올해 8월 노동조합을 설립해 대응에 나섰다. 노조는 11월20일 기업회생관리절차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노조는 STX건설 100% 자회사인 STX건설자산관리회사 자금을 회생의 발판으로 여기고 있다. STX자산관리회사는 올해 11월초 군인공제회와의 보증채무 소송에서 승소해 162억원을 받았다. 이 중 약 50%는 STX건설의 채권이다. STX건설은 이 자금이 미지급 임금 및 운용 자금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조는 다만 박 전 대표의 측근들로 구성된 현 경영진이 DIP제도에 따라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DIP제도는 기업회생 과정에서 기존 법인 대표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하는 제도다. 이와 관련해 STX건설 노조가 가입된 건설기업노조 관계자는 “경영진의 비리로 기업회생이 신청된 경우 부패한 경영진이 관리인을 맡는 상황을 차단해야 기업이 정상적으로 회생할 수 있다”며 “그래야만 기업은 물론 채권단과 하청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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