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방역의 재구성
  • 김재태 편집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2.14 09:00
  • 호수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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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앞에 방역차와 함께 방호복을 입은 방역요원들이 나타났을 때 큰 놀람은 없었다. 그저 코로나19에 대한 통상적 방역활동이려니 했다. 나중에 엘리베이터에서 ‘이 단지 내에 확진자가 발생했으나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완료했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발견했을 때는 눈앞이 아찔했다. ‘현재 주민들이 위험을 느낄 만한 상황은 아니다’는 설명이 안내문 속에 있었지만, 코로나19가 좀 더 직접적인 위협으로 일상 가까이 다가와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1일 광주 북구선별진료소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시는 이날 본청, 5개 구청, 산하 공공기관 등 직원 1만3천여 명에게는 5가지 지침을 담은 코로나19 비상명령을 발동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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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맞닥뜨린 이 이웃의 실화가 말해 주듯,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전국에서 하루 600명씩 발생하는 감염자 숫자가 현실의 엄중함을 그대로 드러내준다. 수도권 확진자 수로 따지면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이래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가 지난 12월1일 방역 조치를 수도권 ‘2+α’, 비수도권 1.5단계로 상향 조정했음에도 감염 확산이 수그러들기는커녕 더욱 가팔라졌다. 여러 감염병 전문가가 일찌감치 “이번 3차 유행은 1·2차 유행과 감염 양상이 다른 데다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까지 겹쳐 거리 두기 효과가 나타나기 더 어렵다”며 한층 강화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지만 정부는 머뭇거렸고, 그 결과는 암울하다. ‘2+α’ 조치가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정부는 다시 수도권의 거리 두기를 2.5단계로 격상했다. 정세균 총리는 코로나19와의 싸움이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며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산이 본격적인 대유행으로 진입해 전국적인 대유행으로 팽창하기 직전”이라고 단계 격상의 이유를 밝혔다.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과 함께 우리의 방역 능력도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섰다. 이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는 처지다. 지금까지는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국민들의 노력이 중요한 역할을 해 왔지만 이후에도 같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런 흐름이 이어지려면 무엇보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조치들이 나와야 한다. 거리 두기 단계 상향에 따라 예기치 않게 ‘방역 불공평’이 나타나는 곳은 없는지도 면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왜 어떤 업종은 되고 어떤 업종은 안 되는지, 왜 영업 제한 시각을 밤 9시로 정했는지를 따져 묻는 일부 자영업자의 목소리도 그냥 흘려버릴 수는 없다.

물론 그동안의 K방역이 대외적으로 후한 점수를 얻는 등 우리의 코로나19 대응이 나름의 성과를 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겨울철인 데다 사람들의 모임이 잦아질 수밖에 없는 연말이다. 게다가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 중심의 감염 확산 추세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제는 좀 더 적극적으로 바이러스의 공격에 맞서야 한다. 감염 경로 다양화 등 확산 형태가 달라진 만큼 기존의 방식에만 머무르지 말고, 빈틈이 없도록 보완할 것은 보완하면서 방역 매뉴얼을 좀 더 치밀하게 정비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앞으로 검체 채취가 쉬운 침으로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신속항원검사 등을 추진하기로 한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처럼 앞으로도 계속 더 나은 방법을 찾아 방역의 길을 확장해 나가야 할 임무가 정부에 있다.

잇따라 개발돼 선보이고 있는 백신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현실화하기까지는 아직 남은 날이 많다. 더 단단한 마음과 강한 대책으로 이 겨울을 이겨내면 더 맑고 환한 봄이 반드시 오리라는 믿음을 만들어내는 일이 지금 우리에게는 가장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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