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부작용 대수롭지 않다” 우려 일축하는 영국
  • 방승민 영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2.11 14:00
  • 호수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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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 완료자 중 단 2명만 알레르기 반응”
의료진 권고에 영국 정부도 접종 계속

전 세계 최초로 영국이 임상시험을 마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작했다. 12월2일 영국 의약품건강관리규제청은 긴급승인을 통해 영국 내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인가했고, 그다음 주인 8일부터 영국 내 70곳의 지정 병원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이제 전국 각지의 요양기관과 각 지역 1차 진료기관인 GP(General Practitioner)에도 백신이 보급된다. 내년부터는 축구 경기장 및 콘퍼런스 센터 등을 백신 접종의 허브로 활용할 계획이다.

영국의 첫 백신 접종 대상자는 코벤트리에 거주하는 90세 여성 마거릿 키넌이었다. 영국 내 백신 접종이 시작된 12월8일 오전 6시반쯤, 키넌은 코벤트리 병원을 방문해 접종을 완료했다. 생일을 앞둔 키넌은 접종을 마친 후 언론 인터뷰에서 “백신은 무료인 데다, 90세인 내가 할 수 있다면 누구든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백신 접종을 장려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북아일랜드의 첫 접종자는 또 다른 최우선 접종 해당자인 요양시설 간호사 28세 조안나 슬론이었다. 그녀는 백신 접종을 마친 것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고 드디어 마지막 관문을 넘은 기분”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영국이 선택한 화이자 백신은 총 2회에 거쳐 접종된다. 1차 접종 후 면역력이 생성되기 시작하며 3~4주 후 2차 접종을 마치면 7일에서 10일 이내에 완전히 항체가 생성돼 면역력을 지니게 된다는 게 제약사 측 설명이다. 그러나 백신 접종을 통해 면역과 항체가 생성됐다 하더라도 바이러스 전파까지 억제가 가능할지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12월8일(현지시간) 영국 코벤트리 대학 병원에서 90세의 마거릿 키넌이 ‘세계 1호’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AP 연합
12월8일(현지시간) 영국 코벤트리 대학 병원에서 90세의 마거릿 키넌이 ‘세계 1호’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AP 연합

“빠르면 내년 봄에 국민 접종 완료될 것”

영국은 화이자 백신 임상시험이 완료됨과 동시에 4000만 개를 주문했다. 12월3일 이 중 약 80만 개를 1차로 공급받았다. 이 외에도 영국 정부는 자국 내에서 개발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억 개와, 90%의 효과를 보이는 모더나 백신 500만 개 역시 미리 주문한 상황이다. NHS(국민건강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의료 국장인 스티븐 포위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승인을 받을 경우, 빠르면 내년 봄에 취약계층 접종이 완료되고 나머지 인구에 대한 접종도 충분히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SKY TV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백신은 80세 이상 노인과 의료진이 우선적으로 접종받게 된다. 특히 이들 중 요양보호시설에 거주 중인 노인과 이들을 돌보는 요양사 및 의료진에게 우선 접종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후 나이와 질병 유무를 고려해 9단계로 나눈 바이러스 취약계층 접종 우선순위에 따라 크리스마스 전후로 1차 접종이 완료될 예정이다. 1차 접종 대상자 대부분은 65세 이상 노년층이다. 그러나 16세 이상 65세 미만 청장년 중 당뇨병 또는 암과 같은 중증 질환자의 경우 이번 1차 접종 기간에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 백신 접종 비용은 모두 무료며 접종 의무는 없다. 반대로 돈을 지불하고 접종을 받을 수도 없다. 이와 더불어 영국 정부와 NHS는 인력을 대거 투입해 최우선 접종대상자들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도록 선별 및 연락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백신 접종을 시작한 첫날 접종을 완료한 수천 명 중 2명의 의료진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다. 이 소식이 퍼지면서 한때 백신에 대한 불신이 번지기도 했다. 한국을 비롯해 백신 접종을 앞두고 있는 다른 국가들에까지 우려가 확산되면서 백신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보도가 세계적으로 퍼졌다. 그러나 영국은 오히려 담담한 분위기다. 부작용을 겪은 이들은 평소 아드레날린 주사기를 소지하고 다닐 정도로 심한 알레르기 과민반응이 있었다는 것이다. 영국 당국은 예방 차원에서 이 사건을 계기로 과거 심각한 알레르기 증상을 겪은 적이 있는 사람들은 일단 백신 접종을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동시에 영국 정부와 의료 당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부작용 추적 및 평가를 위해 ‘코로나바이러스 옐로 리포트 사이트’를 운영하며 적극적으로 관련 정보를 수집할 계획이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자 영국 국민은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개발된 백신에 대한 일말의 불안감과 더불어 이제 코로나19 사태가 막을 내릴 수 있다는 안도감을 동시에 표출하고 있다. 언론과 정부, 의료기관들은 각 지역 첫 접종자들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하며 백신의 안전성을 홍보하고, 백신 접종을 강력히 권하고 있다. 특히 런던과 카디프에서 각각 코로나19 감염 환자를 치료해 온 의사 다니엘 올라이야와 사라 오퉁은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백신 접종은 이 사태를 끝낼 수 있다는 희망에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라며 반색했다.

 

백신 불안 부추기는 가짜뉴스 돌기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만 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완료했음에도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불식되지 않는 모습이다. 일단 화이자 백신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적어도 2개월 내에 심각한 수준의 부작용 발생은 아직 보고된 바 없다. 다만 독감 예방 접종과 같이 백신에서 흔히 나타나는 일반적 수준의 부작용인 오한·발열·근육통 정도만 보고되었다고 밝혀졌다. 영국 의료진들 역시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여느 백신들과 비교해 유독 위험도가 심각하거나 부작용 위험이 크지 않다”며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죽음을 맞는 것에 비하면 백신의 위험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영국 정부도 의료진들의 의견을 반영해 백신 접종을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이를 둘러싼 가짜뉴스 탓에 실상보다 더욱 커지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화이자 백신은 mRNA 타입 백신으로 유전자 조각을 인체에 주입해 면역을 활성화시키는 방법으로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백신 형태다. 유전자 조각을 활용한다는 사실로 인해 백신을 통해 유전자 조작을 유발하는 성분이 몸에 주입된다는 가짜뉴스가 인터넷에 떠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제프리 알몬드 옥스퍼드대 교수는 RNA 인체 주입은 인간 세포의 DNA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 외에도 빌 게이츠의 백신 연구비 지원은 백신 접종을 통해 인체에 마이크로칩을 심으려는 것이라는 음모론이 퍼지기도 했다.

하반기 영국의 하루 확진자 수는 1만 명을 넘어섰으며, 12월 둘째 주를 기준으로 누적 사망자는 약 6만2000명으로 유럽 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긴급한 백신 공급은 불가피해 보인다. 맷 핸콕 보건부 장관은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해 말까지 수백만 명의 영국 국민이 접종을 마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이를 통해 내년 여름에는 아마 모든 거리 두기와 제약들이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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