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폭로 ‘데스노트’ 될까…윤갑근 구속에 정치권 긴장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2.1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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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로비 명목으로 라임 측으로부터 2억원 수수 혐의
폭로 문건 등장 여야 전현직 정치인들도 사태 예의주시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윤갑근 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윤갑근 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라임 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폭로 문건에 등장한 윤갑근 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이 구속됐다. 술접대 검사 기소에 이어 야당 정치인이 구속되면서 정치권이 사태를 예의주시 하고 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성보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윤 위원장에 대해 "도망과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전직 대구고검장 출신인 윤 위원장은 지난해 7월 라임자산운용 측으로부터 2억여원의 로비 자금을 제공받은 혐의(알선수재)를 받는다. 검찰은 라임 펀드 판매사인 우리은행이 지난해 4월 펀드 판매를 중단하자, 라임 측이 윤 위원장을 통해 우리은행에 로비를 벌여 펀드를 재판매하려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윤 위원장이 성균관대 법대 동문인 당시 손태승 우리은행장(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두 차례 만나 펀드 재판매 관련 로비를 벌였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이종필 라임 전 부사장이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에게 라임 펀드 재판매 문제 해결을 요청했고, 김 회장이 지인을 통해 윤 위원장을 소개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검찰의 판단은 김 전 회장이 옥중 폭로를 통해 언급한 내용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앞서 김 전 회장은 옥중 입장문을 통해 "라임 펀드 판매 재개 청탁으로 검사장 출신 야당 정치인(윤갑근 위원장)에 수억 원 지급 후 실제 이종필과 (손태승) 우리은행 행장 등에 로비 이뤄졌다"고 폭로했다.

윤 위원장은 라임 투자사 메트로폴리탄으로부터 2억원을 받은 점과 손 회장을 만난 것은 인정하지만 정상적인 법률 자문 행위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윤 위원장은 전날 구속영장 심사에 출석하면서 "자문료를 받고, 변호사로서 정상적인 법률사무를 처리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자문계약이 있었다 해도 이는 우리은행 측에 대한 로비 행위를 감추기 위한 의도라고 본다. 당시 '펀드 돌려막기'를 하던 라임은 우리은행의 펀드 재판매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만기가 도래하는 수천억원의 투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긴박한 처지였다. 하지만 결국 라임 펀드 재판매는 이뤄지지 않았고, 지난해 10월 환매 중단 사태가 터졌다. 

검찰은 라임이 원했던 펀드 재판매가 성사되지 않았더라도, 로비를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는 것 만으로도 알선수재 혐의가 성립하기 때문에 유죄 입증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김 전 회장 진술과 우리은행 및 윤 위원장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검찰이 확보한 새 증거가 재판을 통해 공개될 가능성도 있다.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전주(錢主)이자 정관계 로비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4월26일 오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전주(錢主)이자 정관계 로비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4월26일 오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힘 실리는 김봉현 폭로에 與野 긴장

김 전 회장으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은 변호사와 검사 기소에 이어 윤 위원장까지 구속되면서 정치권도 긴장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의 폭로를 둘러싼 진실공방이 가열된 이후 검찰 수사를 통해 하나둘 사실로 드러나게 되면서 검찰의 칼끝이 어디까지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까지 라임 사태와 관련해 구속된 정치권 인사는 이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에 이어 윤 위원장이 두번째다. 이 전 위원장은 김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8000여만원을 받은 혐의 등을 받는다. 이 전 위원장은 재판에서 김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은 정치자금이 아니라 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권은 여권 인사에 대한 조치가 미진한 점을 지적하며 정치적 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이 폭로한 문건이나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부회장의 재판에서 등장한 여권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는 진척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그동안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김영춘 국회 사무처장, 기동민 민주당 의원 등을 포함한 다수의 전·현직 여당 관계자들에게 금품과 해외 리조트 숙박비 제공 등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강 전 수석과 김 사무처장 등은 로비 의혹에 강하게 반발하며 김 전 회장을 고소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윤 위원장 구속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전 회장 폭로 이후 검찰이 여권 정치인 수사를 멈추고 야권 인사에 대해서만 수사 속도를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당의 공수처법 강행 처리를 맹비난하면서 "월성 1호기 사건,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수사 등 정권을 향한 수사를 공수처로 끌고 가서 뭉개고 묻어버리겠다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21일 변호인을 통해 2차 '옥중 입장문'을 공개했다. ⓒ 연합뉴스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10월21일 변호인을 통해 2차 '옥중 입장문'을 공개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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