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년간 검사 징계 내용 들여다보니…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0.12.23 08:00
  • 호수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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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 검사 징계 전수 분석…징계 사유 3분의 1 ‘검사 로비성’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판사 사찰 의혹’ 등 4가지 혐의로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로 기록될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이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혐의 내용에 비해 징계가 약하다는 의견과 반대로 정직 2개월의 중징계를 내릴 사안이 맞느냐는 의견 등이다. 검찰총장뿐만 아니라 현직 검사들에 대한 줄 징계도 앞두고 있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연루된 ‘라임 사태’와 관련해 ‘검사 술접대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현직 검사 1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김 전 회장의 술접대 자리에 있었지만 불기소 처분을 받았던 현직 검사 2명도 징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그렇다면 검사들의 경우 대개 어떤 혐의로 징계를 받았을까. 그리고 그 징계 수준은 어땠을까. 물론 검찰총장과 일반 검사들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역대 검사들의 징계 사례를 통해 지금껏 검찰에 들이댄 징계의 강도를 짐작해 볼 수는 있다. 시사저널은 법무부 관보를 토대로 이명박 정부 이후 최근까지 12년간의 검사 징계 내용을 전수분석했다.

법무부가 공개한 관보에는 징계 대상자, 처분 일자, 징계 종류, 적용 법조, 징계 사유 등이 적시돼 있다. 분석 결과 이명박 정부 22명, 박근혜 정부 46명, 문재인 정부 40명 등 총 108명의 검사가 징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해임(10명)·면직(15명)·정직(15명) 등 중징계가 40명, 감봉(30명)·견책(38명) 등 경징계가 68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징계법상 ‘해임’은 자체 징계로는 최고 수준이다.

시사저널이 검사 108명의 징계 사유를 분석한 결과, 크게 7가지 비위 유형이 나타났다. 스폰서형이 8건, 사건 관계인 금품 및 향응 수수형 17건, 사건 변호사 교류 및 알선형 8건, 정기재산신고 누락형 10건, 성추문형 14건, 음주운전형 12건, 직무위반형 39건 등이다. 이 유형들을 보면 그동안 검사들이 주로 어떤 일탈을 저질렀는지가 드러난다.

ⓒ일러스트 황충환

사건 관계인에게 술·골프 접대받은 검사들

스폰서형과 사건 관계인 금품 및 향응 수수형, 사건 변호사 교류 및 알선형은 사실 하나의 유형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 사례들에서는 ‘사건 청탁’ ‘금품·향응 수수’ ‘법조브로커’ ‘알선수뢰’ ‘사건 관계자와 돈 거래’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시사저널이 굳이 세 유형으로 나눈 건 ‘검사 로비’에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다. 2013년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에서 발표한 ‘법관·검사 징계 사례에 관한 연구’ 논문에는 이 징계 사례들에 대해 이렇게 설명되어 있다.

‘금품·향응 수수가 직무와 관련되면 뇌물수수에 해당할 것이고, 다른 법관·검사 담당 사건에 관한 알선·청탁의 대가이면 알선수뢰 또는 변호사법 위반의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한편 특정한 사건과 관련 없이 금품·향응을 받는 경우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금품·향응을 제공하는 사람이 장래 언젠가 자신이나 자신이 아는 사람이 법원·검찰에 사건이 계류될 때를 대비해 금품·향응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먼저 스폰서형은 기업인들로부터 각종 접대와 뇌물 혹은 편의를 제공받은 경우다. 2016년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은 ‘넥슨 공짜 주식’의 진경준 전 검사장(해임)과 ‘고교 동창 스폰서 사건’의 김형준 전 부장검사(해임) 등이 대표적인 스폰서형 검사들이다. 과거 고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금품을 받아 징계를 받은 민아무개·김아무개 전 검사의 사례도 있다.  

최근 특정 기업으로부터 편의를 제공받았다가 징계를 받은 검사도 있었다. 2017년 이아무개 부장검사는 A기업에서 하청업체를 소개받아 자신의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 그런데 A기업 직원이 이 부장검사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 대금 협상과 감독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징계 사유로 이 부장검사는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앞서 라임자산운용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김봉현 전 회장은 옥중 입장문에서 ‘A변호사를 통해 현직 검사 3명에게 술접대를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시사저널이 분석한 ‘사건 관계인 금품 및 향응 수수형’ ‘사건 변호사 교류 및 알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렇듯 검사들은 ‘사건 관계인’과 교류하며, 금품·유흥 접대 등을 받아 문제가 된 일이 많았다. 정아무개 검사는 직무수행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인사와 17회 교류하며, 8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했다. 2014년 이 일로 정 검사는 면직됐다. 이 밖에 검사가 사건 관계인에게서 향응을 받고, 유흥주점 및 모텔에 출입하는 장면이 동영상으로 촬영돼 징계를 받은 일도 있었다.

검찰 수사에 오른 피의자와 교류했다가 징계를 받은 검사도 여럿 있다. 안아무개 검사는  다른 검사실에서 수사 중인 피의자에게 234만원 상당의 골프접대와 향응을 받아 2016년 면직처분을 당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정아무개 검사는 다른 검찰청에서 수사 대상에 오른 인사와 빈번하게 교류하며, 해당 인사에게 돈을 빌려 차명으로 주식투자를 했다가 적발됐다. 2018년 정 검사는 정직 4개월 처분을 받았다. 

2016년 7월14일 진경준 전 검사장이 ‘주식 대박’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최근 성추문형 비리 관련 징계 많아

사건 관계인 교류형은 결국 사건 청탁 등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유형에 해당하는 검사 중에는 자신과 관계없는 일이지만, 동료 검사가 담당한 사건과 관련해 알선 청탁해 문제가 됐다. 2010년 ‘부산지검 성접대 스폰서 사건’에 연루된 검사들의 징계 사유를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부산지검 검사들의 스폰서였던 건설업체 대표 정아무개씨가 구속됐다. 그런데 검사들이 아무도 도와주지 않자, 정씨는 “검사들에게 촌지와 성접대를 했다”고 폭로했다. 

법무부 관보에 따르면, 이 사건으로 김아무개 검사와 정아무개 검사가 정씨에게 수차례 향응을 받았다. 징계 사유에 따르면 정씨가 형사사건에 휘말리자 두 사람은 하나같이 수사 지휘검사에게 “당사자가 억울하다 하니 기록을 잘 살펴달라”고 사건 청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이 사건으로 김 검사는 정직 3개월, 정 검사는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았다.

검사가 피의자에게 직접 변호사를 알선한 사례도 있다. 정아무개 검사는 2014년 동료 검사가 수사 중인 사건 피의자에게 특정 변호사의 선임을 알선했다. 당시 감찰 결과 피의자가 정 검사가 추천한 변호사를 실제로 선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검사는 이 외에도 사건 브로커에게 식사와 골프, 술접대 등 366만원의 향응을 받기도 했다.

정기재산신고를 누락해 징계를 받은 검사는 총 1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아무개 전 검사는 23억5345만원의 재산을 축소 신고해 가장 많은 재산을 누락했다. 뒤이어 세월호수사단이었던 안아무개 부부장검사가 2016년 정기재산변동신고 시 13억4000만원을 축소 신고했다. 이 밖에도 8명의 검사가 1억~8억원의 재산을 축소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재산신고를 누락한 검사들은 모두 견책 처분에 그쳤다.

성추문형은 14건으로 검사들의 비위 유형 중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견책 6명, 감봉 6명, 면직 3명, 정직 2명, 해임 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는 대부분 후배 여성 검사·변호사·수사관이었다. 성아무개 검사는 2016~17년 세 차례 회식자리에서 후배 여성 검사들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과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언행을 해 감봉 1년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마아무개 검사는 부서 회식 후 여성 수사관을 여러 차례 추행해 해임됐다.

검사실에서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어 파문을 일으켰던 ‘성추문 검사’ 사건 때문에 검사들이 무더기 징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전아무개 검사는 자신이 수사 중인 피의자와 수차례 성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전 검사는 해임됐다. 그런데 당시 검사들이 성추문 검사 사건 관련 여성의 사진 파일을 생성해 외부로 유출하거나 무단으로 전자 수사 자료를 열람하다가 적발됐다. 이 사건으로 검사 5명(2명 감봉 6개월, 3명 견책)이 징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운전·직무위반 등은 비교적 경징계 처분

음주운전도 12건으로 비위 유형 중 세 번째로 많았다. 견책 4건, 감봉 6건, 정직 1건, 해임 1건 등으로 분석된다. 이 중에는 4년 동안 세 차례나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검사도 있다. 김아무개 전 검사는 2015년(감봉 1월), 2017년(정직 1월), 2019년(해임) 세 차례나 음주운전을 해 결국 검사 옷을 벗었다.

직무위반형으로 징계를 받은 검사는 견책 18명, 감봉 12명, 면직 4명, 정직 4명, 해임 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무위반형 사례에는 검사들의 업무적 과실이 다양하게 드러나 있다. ‘불법 구금’ ‘사적인 형사사법정보 열람’ ‘증거 조작’ ‘부적절한 수사지휘’ ‘수사자료 관리 소홀’ 등으로 징계를 받았다. 손아무개 검사는 2017년 주식 거래가 금지되는 부서인 첨단범죄수사1 부장으로 근무하면서 배우자와 주식을 매입하다가 적발돼 견책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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