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3․4세 특혜 펀드 가입 논란에 주춤한 고려아연家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0.12.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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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매수수료 및 성과보수 0%...최모 상무 등 가입한 테티스11호 펀드 실체는?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70여 년간 유지해온 영풍그룹이 최근 3세 경영체제에 사실상 돌입했다. 장씨 가문의 승계 1순위로 꼽히는 장세준 코리아서키트 사장과 최씨 가문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최윤범 고려아연 부회장이 최근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경영 성적 역시 나쁘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전 세계 경제가 시름하고 있지만, 전자와 비철금속으로 대표되는 두 가문의 사업은 올해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계열 분리 이슈가 또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지난해 순환출자 고리가 해소되는 과정에서 황금 지분율이 깨졌기 때문이다 .

아직까지 두 가문의 매출 격차가 크고, 고려아연을 둘러싼 지분 역시 얽혀 있지는 하지만, 계열 분리는 시간문제라는 게 재계 안팎의 공통된 시선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주)영풍과 고려아연으로 대표되는 영풍그룹의 자산은 현재 12조원대로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대상에 묶여 있다. 두 그룹이 추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이 제약을 풀어야 하는데, LG와 GS그룹의 계열분리 모델이 모범 답안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관계자들이 7월2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라임자산운용 등 사모펀드 사태 해결을 위해 청와대가 직접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관계자들이 7월2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라임자산운용 등 사모펀드 사태 해결을 위해 청와대가 직접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씨와 최씨 가문 계열분리 수면 위로 

주목되는 사실은 고려아연의 최씨 일가가 최근 특혜 펀드 가입 논란에 휩싸였다는 점이다. 문제의 펀드는 테티스11호로, 최창근 고려아연 회장의 장남인 최모 상무와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인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 등이 가입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상무는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딸인 김모씨와 혼인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 펀드가 구설에 오른 것은 라임자산운용의 다른 펀드의 조건에 비해 현저하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헤럴드경제 보도에 따르면 테티스6호 등 다른 일반 펀드는 매월 20일 하루만 환매할 수 있었다. 돈이 입금되는 시기도 환매 신청 후 24일이 지나야 가능했다. 반면 최 상무가 가입한 테티스11호 펀드는 매일 환매가 가능했다. 돈이 입금되는 시기도 환매 신청 후 4일이었다.

무엇보다 다른 펀드는 가입 90일 안에 환매할 경우 이익금의 70%를 환매수수료로 공제했다. 또 연 8% 초과수익 발생시 금융사가 50%를 성과보수 명목으로 가져갔다. 하지만 테티스11호 펀드의 경우 환매수수료나 성과보수가 모두 0%로 설계돼 있어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고려아연 3․4세와 이 전 부사장 등 일부만 이 펀드에 가입됐기 때문으로 금융권에서는 보고 있다. 펀드 설계자인 이 전 사장과 재벌 자제들만 가입한 맞춤형 상품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이 펀드의 가입자 6명 중 4명은 최모 상무 일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티스11호는 라임사태가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해 6월부터 275억원을 환매했다. 지난해 9월 나머지 92억원의 환매도 시도했으나 다른 펀드와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거절됐지만, 환매중지 사태로 자금이 묶인 다른 피해자들보다 일찍 빠져나올 수 있었다.

라임 사태 초기 수천억원대 펀드 판매 사기 혐의로 구속된 장영준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도 최근 서울남부지검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서 “테티스11호 펀드는 (대신증권) 본사에서 계좌를 개설해준 것이다. 재벌3세 최상무 등 일부만 가입돼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펀드의 운용 및 판매 상황과 가입자에 대한 검증이 어떤식으로든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 경우 고려아연 오너 일가로 불똥이 튈 수도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 경제가 유례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비철금속을 제련하는 고려아연은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금이나 은값이 상승하면서 고려아연 매출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7조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불거진 펀드 특혜 가입 논란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고려아연 울산공장 모습 ⓒ연합뉴스

 

라임 피해자들 “불법적 뒷거래 조사해야”

법조계에서는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를 지적한다. 김정철 변호사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테티스11호는 상환 조건이나 환매시기가 다른 펀드에 피해 훨씬 유리하다. 일부 가입자만 고수익을 얻을 수 있게 했고 문제가 생겼을 때 우선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게 설계됐다”면서 “자본시장법 제174조의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라임 피해자들은 한 발 더 나아가 “테티스11호를 매개로한 공무 행위와 불법적 뒷거래 의혹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관련 당사자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최씨 측은 언론에서 “장 전 센터장이 얼마나 솔직하게 이야기했는지 모르겠다. 그 말을 다 믿을 수도 없다”고 해명했고, 김 전 장관은 언론에서 “사위의 일로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펀드 판매사인 대신증권 측도 “문제의 펀드는 라임자산운용에서 가입자까지 설계해 가져온 펀드”라면서 “환매 수수료나 환매 기간 또한 라임에서 정했고 우리는 판매만 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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