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뛰어넘은 《미스트롯2》, ‘국민 신드롬’ 시작됐다
  • 하재근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2.31 17:00
  • 호수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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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편보다 더 강력해진 화제 몰이…‘제2의 송가인’ 탄생 예고

TV조선 《미스트롯2》가 기록적인 첫 방송 시청률을 기록했다. 무려 28.6%라는 상상 초월의 수치다. 10% 내외 정도만 나와도 큰 성공작으로 평가받으며 해당 방송사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다. 이런 상황에서 1회 시청률 28.6%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송가인 열풍을 일으켰던 《미스트롯1》은 1회 시청률 5.9%, 결승전 18.1%였다. 기적적인 수치라고들 했다. 그 성공을 뛰어넘어 국민 대통합을 이뤄냈다는 《미스터트롯》 1회 시청률은 12.7%, 결승전 시청률은 35.7%였다. 

《미스트롯2》 1회의 28.6%는 《미스트롯1》과 《미스터트롯》의 1회 시청률을 모두 뛰어넘고, 심지어 《미스트롯1》의 결승전까지 뛰어넘은 수치다. 《미스터트롯》 결승전 시청률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 정도 폭발적인 반응을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20%만 넘으면 그야말로 대성공일 거라고들 했는데 30% 가까운 수치가 나왔다. 시청률 30%는 KBS 주말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수치로 예능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미스터트롯》이 바로 그 30%대에 진입하며 국민 신드롬의 주인공이 된 것인데, 《미스트롯2》는 단 1회 만에 30% 고지 턱밑까지 다다랐다. 종합편성채널이 생긴 이래 10여 년간 지상파 포함 모든 채널을 통틀어 가장 높은 예능 1회 시청률이기도 하다. 

오디션의 시청률은 예선 종료 이후 본선에서 본격 상승하는 게 일반적인 패턴이다. 1회 예선에서 벌써 28.6%인데 여기서부터 본격 상승하면 어디까지 갈지 예측이 안 된다. 방송가를 기함하게 하는 수치다. 심지어 《미스트롯2》의 1회 재방송 시청률도 10.8%를 기록했다. 타 방송사에서 예능 10.8%면 연예대상 후보가 배출될 판인데 《미스트롯2》는 1회 재방송 시청률이 그렇게 나온 것이다. 가히 국민 신드롬의 출발이다. 

TV조선 예능 《미스트롯2》가 1회 시청률 28.6%를 찍으며 주목을 받고 있다. ⓒTV조선 제공

‘트로트 과잉’ 악조건 속에서 이룬 성과 

《미스트롯2》의 성공을 의심한 이도 많았다. 《미스터트롯》 때와는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스터트롯》은 《미스트롯》으로 트로트 붐이 일기 시작한 후 처음으로 등장한 본격 트로트 오디션이었다. 그래서 트로트 붐의 열기를 온전히 받아낼 수 있었다. 반면에 《미스트롯2》는 트로트 오디션이 범람하는 가운데 후발주자로 가세했다.

2020년에 MBN 《보이스트롯》이 시청률 18.1%를 기록했고, MBC 《편애중계》도 트로트 프로그램이 아니었지만 트로트 경연 특집을 기획해 자체 최고인 7.7%를 기록했다. 그 밖에 평소에 트로트를 다루지 않던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트로트를 내세웠다. 그러다 지상파 3사가 약속이라도 한 듯 2020년 말에 일제히 트로트 오디션을 진행했다. SBS 《트롯신이 떴다》는 원래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었지만, 포맷을 전환해 16.6%를 기록했다. MBC는 《트로트의 민족》을 편성해 10회에 15%를 돌파했다. KBS는 《트롯 전국체전》을 편성해 1회에 16.5%를 찍었다. 

이렇게 트로트 오디션이 범람하자 반발이 비등했다. 매체들은 잇따라 시청자 피로도가 높아진다며 트로트 과잉, 트로트 거품론을 제기했다. 이제 끝물이라는 것이다. 매체들은 비가 올 때까지 지낸다는 인디언 기우제처럼, 트로트 프로그램들이 공멸할 때까지 보도를 이어갈 듯이 트로트 과잉 관련 기사를 연일 내놨다. 인터넷 게시판에서도 트로트 열풍을 비판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마침 《미스트롯2》 첫방 직전에 방영된 《트롯 전국체전》 2회 시청률이 1회 16.5%에 비해 많이 하락한 11.5%였다. 이것이 트로트 거품 붕괴 징후로 받아들여져 트로트 과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욱 강화됐다. 

《미스트롯2》는 바로 이런 상황에서 시작됐다. 아무런 견제 없이 시작한 《미스트롯1》 《미스터트롯》과는 전혀 다른 조건이다. 2020년 다양한 트로트 프로그램이 《미스트롯2》에 쏠릴 에너지의 일부를 이미 가져다 썼고, 연말 거의 같은 시기에 지상파 3사가 트로트 오디션을 진행하면서 소비층이 분산됐다. 그래서 일각에선 실패를 예상하기까지 했다. 이 모든 악조건을 뚫고 이룩한 첫방 시청률 28.6%이기 때문에 놀라움이 특히 더하다. 

송가인 ⓒMBC 제공

원조 브랜드와 임영웅 등 ‘톱6’ 효과 톡톡

원조 브랜드의 힘이 엄청났다. 트로트 열풍이 바로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시리즈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대중은 범람하는 트로트 프로그램들 속에서도 《미스트롯2》를 정통성을 계승한 특별한 존재로 여겼다. 유사 프로그램이 많아져 일일이 챙기기 어려울수록 원조 프로그램 하나만이라도 확실히 챙기면 된다는 심리가 생겨났다. 

《미스트롯2》가 오디션 중 오디션, 다른 오디션들과는 차원이 다른 오디션 끝판왕처럼 인식된 측면도 있다. 이 시리즈에서 송가인, 임영웅이라는 초대형 스타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우승해 봤자 별다른 일이 안 생기는 대회라면 대중의 관심이 크게 일어나지 않는다. 반면에 우승하기만 하면, 또는 상위권에 들기만 해도 인생역전 수준의 화려한 대박이 터지는 대회라면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여타 트로트 오디션들은 아직 국민 스타를 배출하기 못했기 때문에 유일하게 그런 스타들을 배출해 온 ‘미스·미스터 트롯’ 시리즈에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미스트롯2》는 국민 스타가 탄생하는 아주 특별한 무대라고 인식됐다. 《보이스트롯》 준우승자인 김다현이 《미스트롯2》에 도전하면서 이 프로그램의 오디션 끝판왕 같은 느낌이 더욱 강화됐다. 

거기에 톱6 트롯맨이라는 시청률 치트키가 가세했다. 출연하는 프로그램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을 만들어낸 톱6가 《미스트롯2》에 심사위원으로 등장한 것이다. 직전 대회 도전자들을 곧바로 심사위원석에 앉히는 것은 무리수지만 《미스트롯2》는 시청률 치트키를 방치하지 않았다. 임영웅을 필두로 한 톱6는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고, 특히 TV 본방송을 주로 시청하는 중년 이상 국민 사이에서 절대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방탄소년단조차 국내에선 임영웅의 인기를 따라가기 어려울 지경이다. 그런 톱6가 대거 심사위원석에 앉는 것만으로 이미 그 오디션은 국내 최고 오디션이라는 인증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TV조선 《사랑의 콜센터》는 2020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비드라마 프로그램 1위 자리를 장기간 지켜온 대형 인기 프로그램이다. 바로 이 자리에 《미스트롯2》를 배치하면서 해당 시간대 고정 시청자층도 온전히 흡수할 수 있었다. 《사랑의 콜센터》는 《미스트롯2》에 자리를 내주고 금요일로 시간대를 옮겼다. 

(왼쪽)전유진, 홍지윤 ⓒTV조선 《미스트롯2》제공

2만여명 지원자 중 가려 뽑은 놀라운 실력자들 

오디션 성공에는 도전자들의 역량도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미스트롯2》에는 엄청난 실력자들이 도전할 것으로 알려져 기대가 증폭됐다. 《미스트롯1》 《미스터트롯》의 인생역전 초대형 스타 탄생을 지켜본 실력자들이 칼을 갈면서 《미스트롯2》에 지원하리라 예측됐다. 제작진이 2만여 명의 지원자 중에서 가려 뽑은 역대급 인재들이 출연할 거라고 호언장담해 기대가 더욱 고조됐다. 

이것도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요인인데 1회는 그런 기대를 충족시켜줬다. 이번부터 초등부와 중고등부가 분리되어 초등부가 1회에 먼저 선보였는데 그야말로 역대급 무대였다. 또 앞선 시리즈에서 현역부 B조는 기대에 못 미치는 느낌이었는 데 반해 《미스트롯2》의 현역부 B조는 차원이 다른 실력들이었다. 거기에 더해 지금까지 가창력으로는 깊은 인상을 주지 못했던 아이돌부에서까지 주목할 만한 도전자가 등장했다. 1회 엔딩을 아이돌부의 홍지윤이 차지한 것이다. 홍지윤은 아이돌의 외모에 송가인을 방불케 하는 가창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그러자 엄청난 실력자들이 모인 오디션 끝판왕이라는 인식이 강화되면서 시청률, 화제성, 질적 평가 등 모든 면에서 뜨거운 반응이 나타났다. 정말 궁극의 오디션이 등장한 것 같았다. 

2회까지 방영된 후엔 홍지윤의 《엄마 아리랑》을 비롯해 윤태화 《님이여》, 마리아 《울면서 후회하네》, 김의영 《용두산 엘레지》, 성민지 《새월강》, 전유진 《서울 가 살자》 등 출연자들의 노래가 일제히 성인가요 음원차트에 진입했다. 《사랑의 콜센터》 《뽕숭아 학당》 관련 음원들까지 합치면 ‘미스·미스터 트롯’ 출신자들의 노래가 성인가요 음원차트의 90%를 장악하는 황당하기까지 한 일이 벌어졌다. 클립 조회 수도 1회 방영 후 1주일 만에 1000만 뷰를 돌파해 위력을 과시했다. 

이렇게 화제성이 폭발하고 호평이 쏟아졌는데도 2회 시청률은 28.5%로 1회 28.6%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회에 초등부와 현역부 B조가 강력했기 때문에 2회에선 중고등부와 현역부 A조가 엄청난 실력을 보일 거라고 기대됐다. 또 1회에 진기명기 개인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2회에선 상상을 초월하는 쇼가 펼쳐질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2회의 출연자들은 너무 긴장해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이미 다른 오디션이나 대회를 두루 거친 사람이 많은데도 《미스트롯2》의 중압감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진기명기 개인기는 기대보다 너무 미약했다. 그래서 시청률이 소폭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2회에선 올하트를 받은 주미와 김의영의 무대 정도가 시청자의 시선을 잡았다. 
《미스트롯2》는 원조 브랜드와 톱6 효과로 크게 성공할 것이 유력해 보인다. 거기에 더해 국민 스타 탄생의 신드롬까지 일어나려면 출연자들의 실력과 매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앞으로 본선에서 어떤 공연과 스토리가 펼쳐지느냐가 신드롬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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