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국공, 골프장 임대료에 스카이72 구조조정 반영
  • 구자익·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0.12.29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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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급여 41억원 줄여…불필요한 인력 57명 감원
고용안정 이행 확약서 강제성 없어…고용승계 ‘헛구호’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가 ‘스카이72 골프 앤 리조트(스카이72)’의 임직원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반영해 놓고, 스카이72 골프장의 ‘연간 기준 임대료’를 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인국공이 스카이72의 인건비 등을 줄이는 방법으로 ‘세전·이자지급전 영업이익(EBITDA)’을 늘려 신규 임대 사업자가 부담하는 연간 기준 임대료를 높였다는 것이다.

이는 신규 임대사업자가 스카이72의 고용을 승계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인국공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이정용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 ⓒ이정용 기자

스카이72 임직원 57명 감원

시사저널은 최근 인국공이 2019년 11월에 회계법인과 법무법인 등 전문기관에 발주한 ‘기간 만료 민자시설 경제성 등 분석 용역 최종 보고서’를 단독으로 입수했다.

이 보고서는 스카이72의 2018년 경영실적을 토대로 임직원 급여와 퇴직금, 복리후생비, 접대비, 지급수수료, 코스자재비, 판매촉진비, 세금과공과 등 8가지 항목의 비용(194억7900만원)을 다시 추정해 147억원으로 47억7900만원을 깎아 놓았다.  

여기에는 불필요한 인력 조정 등을 통해 임직원 급여를 106억6700만원에서 65억6700만원으로  41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내용도 명시됐다. 이를 위해 스카이72의 임직원 205명을 148명으로 57명이나 줄이는 방안이 제시됐다. 

보고서는 이를 토대로 신규 임대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연간 기준 임대료를 산정했다. 연간 기준임대료는 EBITDA의 80%로 적용했다.

앞서 스카이72는 2018년에 매출액 690억원과 영업이익 72억원을 기록했다. 당시 EBITDA는 약 354억원이다.  

하지만, 스카이72의 임직원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반영하면 EBITDA가 400억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구조조정을 통해 줄여놓은 비용이 EBITDA의 증가로 이어지는 셈이다. 

실제로 인국공은 스카이72 골프장 입찰에서 신규 임대사업자에게 연간 기준 임대료로 321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스카이72의 임직원 57명을 줄여서 계산한 EBITDA(400억원)의 80% 수준이다.

인국공 관계자는 “연간 기준 임대료는 전문기관에 의뢰한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정했다”며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독단적으로 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부지에 들어선 스카이72 골프장 ⓒ인천취재본부 이정용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 부지에 들어선 스카이72 골프장 ⓒ스카이72 제공.

신규 임대사업자 고용승계 ‘공염불’

인국공은 스카이72 골프장의 신규 임대사업자를 모집하면서 입찰 참가자들에게 ‘고용안정 이행 확약서’를 작성해 제출하도록 했다.

이 확약서는 신규 임대사업자가 골프장 운영에 ‘필요한’ 직원을 채용하거나 용역업체 등을 선정할 때, 스카이72에 고용됐던 직원이나 용역업체 등을 우선적으로 고용하도록 하는 게 주요 골자다. 이런 내용은 신규 임대사업자와 체결한 계약서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앞서 인국공은 올해 9월1일 스카이72 골프장 입찰 조건을 발표하면서 “기존 인력의 고용 불안정 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입찰 참가자들로 하여금 ‘고용안정 이행 확약서’를 제출토록 하고 향후 계약 체결 이후 기존 인력의 고용 유지에 최대한 협조할 수 있도록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확약서는 강제성이 없다. 계약서에도 벌칙 조항이 없다. 신규 임대사업자가 고용안정 이행하지 않아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는 인국공이 스카이72 골프장 입찰에 슬며시 인력 구조조정을 반영해 놓고, 고용승계 문제에 대한 면피용으로 고용안정 이행 확약서를 만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인국공 관계자는 “신규 임대사업자에게 고용안정 이행 확약서 및 관련 계약조건에 따라 고용안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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