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넘기며 이젠 ‘윤석열 vs 공수처’ 대결 되나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1.01.01 10:00
  • 호수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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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1호 수사 대상자로 윤 총장 유력하게 거론
“검찰 로비” 주장하는 김봉현도 수사 대상에 오르내려

2021년 새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마침내 출범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월30일, 판사 출신인 김진욱 헌법재판소(헌재) 선임연구관을 공수처장 내정자로 최종 낙점했다. 공수처 출범의 시작인 공수처장 지명이 이뤄지면서 국회 인사청문회, 공수처 검사 임명을 위한 인사추천위원회 소집 등 후속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정부·여당은 1월 안에 공수처를 출범시킨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야당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공수처는) 산 권력을 견제하기는커녕 살아 있는 권력의 사냥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측은 공수처장 후보 선정과 관련해 무효소송(추천의결 무효확인 행정소송 및 의결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시사저널 최준필·이종현

“공수처 1호 수사, 검찰 공격 또는 정권 방어”

공수처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면서 공수처 1호 수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호 수사가 공수처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 관계자는 “경우의 수는 두 가지”라면서 “검찰을 향해 칼을 휘두르거나 정권 수사에 대한 방패로 사용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월15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은 그동안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스스로의 잘못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고 책임을 물을 길도 없는 성역이 돼 왔다는 국민의 비판을 받고 있다”며 “공수처는 검찰의 내부 비리와 잘못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여당에서는 ‘검찰 적폐=윤석열’이라는 공식이 성립된 지 오래다. 공수처 1호 수사가 검찰, 그중에서도 윤석열 검찰총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 인턴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해 준 혐의로 기소된 지난 1월부터 윤 총장에 대한 공수처 수사를 공공연히 주장해 왔다. 최 대표는 최근 “윤 총장의 과거 검사 시절 행적과 관련해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공수처가 출범하면 틀림없이 (수사가)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라임자산운용펀드(라임) 사태’로 구속기소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변호를 맡고 있는 박훈 변호사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을 거론하며 “윤석열-윤대진(사법연수원 부원장)-윤우진 사건 고리, 윤우진을 해외로 도피시키고 비호한 사람은 누굴까? 곧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9년 7월 윤 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윤 총장이 윤대진 부원장의 형인 윤우진 전 세무서장의 뇌물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시사저널 2019년 7월5일자, [단독] 2012년 민주당 내부 문건 “윤석열, 윤우진 골프·향응 접대 멤버” 기사 참조).

국민의힘 의원들이 2020년 12월9일 국회 본회의장 입구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등을 위해 본회의에 참석하는 여당 의원들을 향해 공수처법 저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판사 출신 '김진욱-박범계'로 檢과 대립각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 근거로 제시한 ‘판사 사찰 문건’도 거론된다. 윤 총장 징계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받아들인 재판부조차 “(판사 문건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초대 공수처장에 판사 출신인 김진욱 헌재 선임연구관이 지명되면서, 공수처가 이 문건을 직접 조사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박범계 법무부 장관 내정자, 이용구 법무부 차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등 판사 출신들을 중용하고 있다. 판사 출신을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고 말하고 있지만, 분란만 조장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이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한 부장은 비상식적인 모습을 보인 지 오래”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부장은 (한동훈 검사장 독직폭행 혐의를 받는 정진웅 차장검사에 대한) 감찰 내용과 과정을 SNS에 모두 공개하기도 했고, 윤 총장에 대해 ‘검찰 수사를 통한 쿠테타’라고 (법무부 감찰 과정에서)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물론 이런 사람들을 판사 출신이 아닌 ‘친정부 성향’이라고 봐야 하겠지만, (문재인 정부가) 전·현직 판사들을 활용하면서 법(法)-검(檢)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가 판사 출신을 검찰의 대립각으로 세우려는 기조는 공수처장 임명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검찰 출신을 후보로 내세웠던 야당과 달리 여권 측은 판사 출신을 선호했고, 결국 김진욱 헌재 선임연구관이 최종 낙점됐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의 막강한 권한에 비해 수사 경험이 거의 없는 김 선임연구관보다는 검찰 출신인 이건리 후보자가 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문 대통령은 예상대로 판사 출신을 택했다. 

‘검찰에 로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김봉현 전 회장이 공수처 수사 1호가 될 가능성도 있다. 김 전 회장은 검사 술접대를 비롯해 영장청구 무마용으로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당시 수원지검장)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이 아직까지 밝히지 않은 검찰 로비가 더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 전 회장은 추가 로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검찰)조사 중인 내용이라 말할 수 없다”면서도 “공수처에 말하겠다”고 밝혔다.

정권 관련 수사 역시 공수처 1호 수사가 될 수 있다. 공수처법 제24조1항 “(공수처장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하여야 한다”는 조항에 따라, 현재 검찰에서 진행 중인 사건일지라도 공수처가 가져올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탈(脫)원전 정책과 직결된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도 그 대상이다.

야당은 “반대 진영 탄압을 위한 ‘표적수사’보다 더욱 위험한 것은 자기 진영에 대한 ‘봐주기 수사’”라면서 “공수처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절대 수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공수처법은) 명백히 ‘문재인 처벌 방지법’”이라며 “결국 검찰 개혁의 속내는 (문 대통령) 퇴임 후 안전판”이라고 비판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내정자 ⓒ시사저널 박은숙

“공수처, 제왕적 대통령 직속부대 될 것”

“공수처가 기존의 행정부 체계로부터 독립돼 있다면 ‘무책임하거나’ ‘통제되지 않는 빅브러더가 되거나’ ‘외로운 허약한 존재로서 외압에 무력한 존재’ 또는 ‘정치권의 검찰’ ‘제왕적 대통령의 직속부대 검찰’이 될 부정적인 가능성에 대한 측면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영월지청장 출신인 김태우 변호사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입법론 검토’에서 이와 같이 지적했다. ‘수사처(공수처)는 그 권한에 속하는 직무를 독립하여 수행한다’는 공수처법 제3조2항을 비판한 것이다. 이는 당장 위헌 논란으로 이어졌다.

공수처는 입법부-행정부-사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적 기관으로 설치됐다. 3부에 속하지 않는 기관을 설치하려면, 헌법에 별도의 규정이 있어야 한다. 감사원, 선거관리위원회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야당은 “공수처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법률이 아닌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위헌 결정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독립된 기관으로 설치된 공수처는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공수처장은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장점만을 취합한 형태다. 법무장관처럼 사실상의 인사권을 가지며, 검찰총장처럼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를 할 수 있다. 공수처장은 법적으로 임기(3년)도 보장받는다. 국회는 공수처장에 대한 탄핵의결만 할 수 있을 뿐 해임건의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공수처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는 없다. 공수처법 제3조3항은 ‘대통령, 대통령비서실의 공무원은 수사처의 사무에 관하여 업무보고나 자료제출 요구, 지시, 의견제시, 협의, 그 밖에 직무수행에 관여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공수처장은 국회 출석·보고 의무가 있지만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경우’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 검찰을 감시하기 위한 법무부 감찰과 같은 외부기구는 물론 자체 감찰기구도 없다. ‘무책임하고, 통제가 되지 않는 빅브러더’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공수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임명권자’인 대통령이다. 정웅석 서경대 교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신설에 관한 비판적 고찰’에서 “공수처장을 선거직으로 하지 않는 이상 임명권자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은) 최종적으로는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성원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독립성이 보장된 검찰총장을 핍박하는 정권이, 공수처를 어떻게 운영할지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공수처가 ‘외압에 무력한 존재’가 되거나 더 나아가 ‘제왕적 대통령의 직속부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식 당시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견제장치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여당은 수사권을 경찰에 부여하는 동시에 검찰을 기소만 담당하는 '공소청'으로 전환하는 검찰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공수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오히려 공수처가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방향과 가장 배치되는 기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웅석 교수는 “국가기관의 잘못된 권한 행사를 견제하기 위해 또 하나의 권력기관을 탄생시킬 것이 아니라, 국가권력의 총량을 증가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민’에 의한 견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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