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못 떨치는 아스트라제네카, 한국 접종 차질빚나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2.3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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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이어 미국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긴급승인 절차 차질
신뢰도 이슈에 ‘신중 모드’…한국도 추이 살피며 접종 전망
현재 한국이 유일하게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AP 연합<br>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옥스퍼드대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AP·연합뉴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효능과 신뢰도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유럽연합(EU)에 이어 미국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승인 시점을 연기하면서 한국 도입에도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먼저 접종하게 될 영국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추후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승인 시점이 늦춰져 내년 1분기 내에 도입되지 않을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그램인 '초고속 작전'팀의 몬세프 슬라위 최고책임자는 이날 영국 정부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관련해 "모든 것이 잘 될 경우 (미국 내) 긴급사용은 아마도 4월 중 허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 정부의 기존 계획에서 최소 두 달 가량 연기된 것이다. 이달 초 슬라위 최고책임자는 미 정부가 3억 회 분을 주문해놓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이르면 내년 2월 미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 승인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미 당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긴급사용 예상 시점을 미룬 것은 백신 효과를 둘러싼 의문 때문이라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옥스퍼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이 백신은 1회 투여분의 절반을 우선 접종하고 한 달 후 1회분을 온전히 추가 접종하면 90%의 예방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다른 백신들처럼 1회분 전체 용량을 정상적으로 두 차례 투여한 경우에는 예방 효과가 62%대로 떨어졌다. 평균 예방률도 70.4%로 화이자-바이오엔테크(95%), 모더나(94.5%)에 비해 낮은 편이다.

이와 관련해 슬라위 최고책임자는 "미국인에게 한 백신은 예방률이 95%인데 다른 백신은 'X퍼센트'(미지수)라는 점이 중요하다"며 "다른 일정과 재료로 이뤄진 각기 다른 임상시험 결과를 합산한 것이 아닌 구체적이고 명확한 숫자가 필요하다"고 신뢰도에 의문을 표했다. 

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시험에 고령자가 거의 참여하지 않아 노인층에 대한 예방효과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승인을 미룬 EU와 미국은 향후 추가 임상시험과 데이터를 지켜본 뒤 승인 절차에 돌입할  전망이다. 미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미국 내 3상 임상시험에 2만9000여 명이 등록했다며, 대규모 임상을 통한 추가 검증을 거친 뒤 보급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EU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승인신청서 조차 제출하지 않은 점에 불만을 표하며, 백신 품질과 효능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라고 압박했다. EU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1월 내 보급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며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을 1억 회 분 추가 주문했다. 

지난 29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내 브라이언 올굿 병원에서 주한미군 장병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주한미군은 이날부터 의료진 등 필수인력에 대해 글로벌제약사 모더나에서 생산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주한미군
12월29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내 브라이언 올굿 병원에서 주한미군 장병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주한미군은 이날부터 의료진 등 필수인력에 대해 글로벌제약사 모더나에서 생산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주한미군

접종 앞선 국가들 추이 관찰하며 시기 조율 전망 

한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0만 명 분의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영국이 내년 1월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시작하고, 남미 일부 국가에서도 승인이 완료된 만큼 각국의 접종 상황과 부작용 등을 지켜보며 승인·접종 시기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국내 도입 일정을 내년 2~3월로 예상한 바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최근 백신 추가 물량 확보 방안을 밝히며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 (백신)은 허가 문제가 남아있고 생산량과 유통, 접종효과, 추가접종 등 이슈가 여전히 많이 남은 상태여서 좀 더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통상 계절독감 백신의 효과가 40~60%인 점을 감안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예방효과에도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해 예방효과 기준을 최소 50%로 제시한 바 있고,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 역시 50∼60% 정도의 효과로도 백신 기능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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