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 해는 코로나19로 ‘삭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가 전염병의 늪에 빠져 일상을 잃어버리면서다. 한 해 동안 전 세계 인구 8300만 명을 감염시키고 180만 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평범했던 일상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그러나 코로나19 국면 속에서도 수면 위로 드러난 것들이 있다. 비대면 트렌드의 확산과 동시에 그동안 가려졌던 것들이 조명받기 시작했다. 배달 수요의 폭증과 동시에 택배 기사의 열악한 처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으며 의료진의 땀방울에 찬사를 보냈다. 2020년의 마지막 날인 31일, 시사저널은 코로나19로 변한 2020년의 일상들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1. 코로나로 사라진 것들…신입생만 ‘억울’
한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는 지난 2월께다. 3월부터 시작되는 신학기를 코앞에 두고 첫 번째 대유행이 번진 것이다. 전례 없는 감염병 위기로 인해 사상 처음으로 개학이 연기됐다. 입학식과 신입생 환영회 등의 행사도 당연히 취소했다. 8살 초등학생부터 20살 대학교 신입생까지 모두 ‘시작’의 기쁨을 잃어버린 셈이다. 부랴부랴 온라인 수업을 도입했지만 학습권 저하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2021년의 사정도 불투명하다고 전망한다.
2. 비행기 타기 무서워 여행업계 줄줄이 폐업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항공‧여행업계이다.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성 상 이동에 제한이 생기면서, 해외는 물론 국내 여행업이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 세계 각국의 입국 제한 조치로 인해 비행기 수요도 뚝 떨어지며 항공업계도 휘청거렸다. 업계 종사자들의 무급휴가가 이어졌으며 이스타항공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이 도입되고 이동이 일상화할 것으로 기대되는 내년 하반기에야 매출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 본다. 자유로이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소중한 것임을 실감한 2020년이었다.
3. 사회적 거리두기에 자영업자만 울상
외부에서 마음 편히 식사하기도 어려워졌다. 비말을 타고 전파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성 때문에 식당의 영업시간과 출입인원이 제한되면서다. 인륜지대사인 결혼식이나 장례도 자유롭게 치를 수 없게 됐다. 동시에 소상공인들의 시름도 깊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될수록 자영업자의 매출은 반토막 났다. 재난지원금으로 긴급 수혈을 시도했으나,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4. 코로나로 변한 것들…재택근무 활성화 앞당겨
그러나 한국 사회는 코로나19의 공습에 무기력하게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전염병과 공존하는 방법을 터득하기 시작했다. 생소했던 거리두기는 일상이 됐고 집에서 문화를 향유하는 ‘집콕’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 기업은 재택근무의 활성화를 앞당겼다.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국내 기업 244개 가운데 재택근무를 도입한 곳은 76.5%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이 같은 비대면 트렌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5. 폭증하는 배달수요에 아스러진 기사들…처우 개선 움직임에 탄력
비대면 트렌드의 확산 속에서 배달 수요가 폭증했다. 문제는 택배와 배달 기사들이 쓰러졌다는 점이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에 따르면, 올해에만 15명의 택배 기사가 과로로 사망했다. 이에 택배기사 처우 개선 움직임이 일었다. 과거부터 처우 개선 요구가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그 움직임에 탄력이 붙은 것이다. 택배 기사 처우 개선을 담은 생활물류법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으며 배달 기사 등 플랫폼종사자에 대한 보호법 마련 움직임도 일고 있다.
6. 마스크 속 빛난 의료진의 땀방울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주목받은 것은 의료진의 노고였다. 생업을 내려두고 코로나 현장에 자원봉사 하러 간 사람들의 이야기와 마스크에 짓눌려 얼굴에 상처 난 간호사의 사진, 두터운 방호복에 지친 의료진의 모습 등에 국민은 찬사를 보냈다. 다만 3차 대유행이 장기화하면서 의료진의 고생은 이어질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의료진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인력 확충과 장비 개선 등의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