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의 욕설과 비난 메시지, 처벌될까 [남기엽 변호사의 뜻밖의 유죄, 상식 밖의 무죄]
  • 남기엽 변호사 (kyn.attorney@gmail.com)
  • 승인 2020.12.3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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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 SNS에서의 욕설과 비난 메시지(DM), 처벌할 수 없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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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재난영화는 흥행에 유리하다. 스케일이 크고 이입도 쉽다. 실제 재난상황 역시 영화와 같다. 발생하면, 대중은 관심을 갖는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비난할 대상을 찾는 것이다. 타깃이 설정되면 댓글창은 폭발(暴發)한다.  

라면을 끓였다가 참사를 당했다는 두 형제의 서사에는 복지 사각지대, 당국의 대처, 아버지의 부재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혔음에도 여론은 돈 벌러 나간 형제의 어머니만을 처형했다. 상황이 종료된 지금, 관심은 사라졌고, 상처만 남았다. 종영 뒤 관객은 자리를 비웠다. 애초 동정심을 불러일으킨 라면과는 상관없는 형의 불장난이 원인이었음이 나중에서야 드러났지만 관심은 떠난 뒤였다.

재난이 닥칠 때마다 ‘셀럽’들의 기부가 쇄도하고 대중은 열광한다. 그런데, 열광하는 이유는 이러한 기부금이 공정한 절차를 거쳐 필요한 사람들에게 ‘잘’ 쓰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도 이러한 기부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기부의 용처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재난 영화로 치면 클라이맥스에 해당하지만 액수 이후의 대중의 관심은 차갑다. 기부금 횡령이 증가하는 이유다.

사실 기부는 좋은 것이다. 필요한 일은 ‘제대로 쓰이는지’ 감시하는 것임에도 우리는 사심 없이 기부한 그들의 액수에만 주목한다. 그런데 사심 없는 행위가 어디 있겠는가. 모든 야욕은 선의로 포장되고 돈으로 환가(換價)된다. 

기부란 하지 않아도 되는 행위인 만큼, 박수가 마땅한데 여기에도 눈치는 필요하다. 어느 배우는 코로나 재난 기부금으로 고작 “100만원”을 기부했다가 엄청난 비난에 시달렸고 결국 자신의 기부 사실이 담긴 글을 삭제해야 했다. 

욕설 DM(다이렉트 메시지)은 연예인 뿐 아니라 좀 관심 끄는 일반인에게까지 광범위하게 전파된다. 어느 개그맨은 잘못된 소문에 근거해 자신의 아내를 모욕하는 욕설 DM을 받았고, 어느 일반인 여성은 화류계에서 일한 것 다 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잘나가는 스포츠선수는 승부조작범인 것 안다는, 아무튼 다 안다는 DM을 받았다.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처벌할 수 없다.

위 법 조항에서 주목할 단어는 “공공연하게”이다. 가령, 위 스포츠 선수가 받은 “너 실력이 안 되어서 심판을 매수해서 이기는 것 다 안다.”는 메시지는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사실임은 틀림없지만 ‘공공연하게’가 빠진다. DM은 폐쇄적이고 일방이 일방에게 전달할 뿐이어서 공연성이 없다. 즉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사실을 불특정 다수가 들을 수 있어야 하는데 다이렉트 메시지는 1:1 전송방식이므로 공공연하지 않다는 것이다. 모욕죄 역시 같다.

말은 때로는 주먹보다 더욱 날카롭게 환부를 뒤집지만 이런 비방, 욕설의 자유를 효과적으로 규제하기란 어렵다. 과거에는 1:1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적어도 상대의 전화번호 또는 주소를 알아야 했지만 지금은 안방에서 온갖 세계적인 스타들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이 간극에 표현의 자유라는 첨병까지 굳건하게 자리하는 한 욕설 DM은 막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누군가는 고통받을 것이다. 특히 군중이 분노할 만한 이슈를 만났을 때에는 더욱 그렇다. 우리 모두가 슬픔보다는 분노를 원한다. 눈앞의 참사를 그저 바라보고 있어야만 하는 슬픔의 피동성은 괴롭다. 괴로움을 잊는 방법은 간단하다. 누군가를 타겟팅해, 비난하면 된다. 최근 출소한 아동성범죄 강력범죄자는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집 앞까지 찾아가 난동부리며 비난하는 손가락질이 피해자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그럼에도, 범죄자를 비난할 자유는 유튜브에서 동네주민을 괴롭히고 경찰 공무를 방해해도 되는 자격이자 BM(비즈니스 모델)이 된다. 법치주의는 분노를 세련되게 정제하여 제도화한 것인데 이 법치주의의 결함을 분노와 광기가 채우는 요즘은 정상이 아니다.

SNS라는 거대한 바운더리에서 ‘셀럽’들 역시 새길을 찾아야 한다. 올드미디어에선 대중의 평균적 기대에만 부응하면 되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뉴미디어에선, 모든 대중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이 기준에서 어긋나는 순간 여론은 철저하게 재단하고 집행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익명성은 가치있는 자산이 됐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의 욕설, 비난 메시지(DM), 처벌되지 않는다.

사족1: 잘못된 소문에 근거해 자신의 아내를 비방하는 메시지를 받은 개그맨 사례의 경우 그 아내 입장에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지 않을까? 가능하지만 쉽지는 않다. 개그맨과 아내는 부부이므로 ‘전파가능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사족2: 욕설 DM이 형사상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일 뿐,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은 가능하다.

남기엽 변호사대법원 국선변호인국방부 검찰단 국선대리인서울지방변호사회 형사당직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위원회 위원서울지방변호사회 미래인재특별위원회 위원
남기엽 변호사
대법원 국선변호인
국방부 검찰단 국선대리인
서울지방변호사회 형사당직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위원회 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미래인재특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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