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뛰어넘은 메이저리거 김하성 몸값의 비결
  •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1.10 12:00
  • 호수 16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만큼 ‘경험 많은 어린 내야수’ 미국에서 흔치 않아

김하성(26)이 올해 뛸 미국 프로야구팀이 정해졌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속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다. 2020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LA 다저스와 같은 지구에 속한 팀이기도 하다. 

계약액이 꽤 크다. 계약기간 4+1년에 최대 3900만 달러(약 424억3200만원). 김하성의 히어로즈 선배였던 강정호(4+1년 총액 1650만 달러), 박병호(4+1년 1850만 달러)를 훨씬 뛰어넘는 액수다. 메이저리그 첫 진출 때 보장된 액수만 따지면 류현진(6년 3600만 달러·연평균 600만 달러), 김광현(2년 800만 달러·연평균 400만 달러)보다도  많다. 미국 야구시장을 사로잡은 김하성의 매력은 무엇일까.  

ⓒ연합뉴스
ⓒ연합뉴스

샌디에이고 내야엔 김하성의 자리가 없다?

세부 계약 내용을 살펴보면, 김하성은 연봉으로만 2021년 400만 달러, 2022년 500만 달러, 2023년 600만 달러, 2024년 700만 달러를 받는다. 여기에 매년 계약금 100만 달러가 추가되고 4년 뒤 계약 연장이 안 될 경우 바이아웃 비용으로 200만 달러를 받는다. 계약이 연장될 경우 800만 달러를 손에 쥔다.  

타석에 따른 인센티브도 따로 있다. 김하성은 400타석을 소화할 경우 10만 달러를 받게 되며, 450타석과 500타석 때는 각각 20만 달러, 550타석과 600타석에는 각각 25만 달러의 인센티브를 챙긴다. 즉 600타석 이상 풀타임을 소화하면 연간 100만 달러의 보너스가 생기는 것이다.

기본 연봉, 연간 계약금, 바이아웃 비용 등을 고려하면 김하성은 4년간 2800만 달러가 보장된다. 연평균 700만 달러 계약인 셈. 연간 보장액만 보면 2020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일본 퍼시픽리그 최다 안타왕 출신의 아키야마 쇼고(신시내티 레즈)의 3년 2100만 달러(연평균 700만 달러)와 같은 액수다. 김하성이 인센티브 등을 모두 충족할 경우 받게 되는 금액은 5년 최대 3900만 달러에 이른다.

사실 김하성의 선택지는 많았다. 류현진이 속한 토론토 블루제이스부터 보스턴 레드삭스, 텍사스 레인저스 등 내야 보강이 필요한 팀들은 김하성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실제로 5~6개 팀이 김하성 측에 구체적인 액수를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하성은 따뜻한 날씨와 현지 환경 등을 고려해 샌디에이고를 택했다. 4년 계약기간도 자신이 원했다. 4년 뒤 연평균 1000만 달러 이상의 ‘잭팟’을 노리기 위함이다.

김하성이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를 달궜던 이유는 간단하다. 김하성만큼 경험 많고 어린 내야수가 메이저리그에도 흔치 않기 때문이다. KBO리그가 미국 시장에서 마이너리그 더블A 혹은 트리플A급으로 평가받는다는 점을 고려해도 그렇다. 김하성은 KBO리그에서 7시즌 동안 891경기를 소화하면서 자신의 능력치를 보여줬다. 통산 성적이 타율 0.294, 133홈런 134도루에 이른다. 2015 시즌부터 6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도 때려냈다. 수비 능력도 발군이다. 주 포지션이 유격수지만 2루와 3루 수비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리고 김하성은 아직 만 25세도 안 됐다. 

코로나19로 마이너리그 유망주 수급이 여의치 않았던 점도 김하성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했다. 마이너리그는 지난해 개막조차 못했다. KBO리그가 ESPN을 통해 미국 현지에 생중계된 점도 김하성의 공개 쇼케이스장이 됐다. 

그럼에도 샌디에이고의 김하성 영입은 다소 의외였다. 샌디에이고는 현재 ‘황금 내야’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3루에는 10년 3억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한 매니 마차도가 버티고 있다. 2루에는 2020 시즌 신인왕 투표 공동 2위를 차지한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있고, 유격수에는 ‘야구 천재’로 평가받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있다.

2019년 21세의 나이에 빅리그에 데뷔한 타티스 주니어는 단축 시즌(60경기)으로 치러진 지난해 59경기에서 타율 0.277, 17홈런 45타점을 올려 내셔널리그 MVP 투표에서 4위에 올랐다. 포지션별 최고 공격력을 보여주는 선수에게 수여되는 실버슬러거상도 받았다. 샌디에이고는 타티스 주니어와도 장기 계약을 추진 중이다. 1루에는 8년 1억4400만 달러의 몸값을 자랑하는 에릭 호스머가 있다. 빈자리가 없어 보이는데도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에게 연간 7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그냥 백업선수에게 그만한 돈을 보장해 줄 리는 없다.

 

사상 첫 월드시리즈 우승 향한 샌디에이고의 퍼즐

샌디에이고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아주 공격적으로 선수 영입을 하고 있다. 김하성에 앞서 리그 정상급 투수인 블레이크 스넬과 다르빗슈 유를 트레이드로 데려오며 최강의 원투펀치를 완성했다. 김하성 영입도 내야 뎁스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 2020 시즌 파행적으로 운영됐던 메이저리그는 올해 정상적으로 개최될 전망인데, 2년 만에 162경기를 치르려면 선수층이 두터워야만 한다. 부상 등의 돌발 변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에서는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을 플래툰으로 기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좌타자인 크로넨워스는 지난해 좌투수 상대 타율이 0.218에 불과했다. 크로넨워스가 정상적으로 풀 시즌을 치러보지 못한 것도 이유가 된다. 현지에서는 김하성이 2루에 안착할 경우, 크로넨워스를 좌익수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본다. 김하성 스스로도 2루를 염두에 두고 샌디에이고와 계약했다. 

1969년 창단한 샌디에이고는 여태껏 월드시리즈 우승을 해 본 적이 없다. 준우승만 두 차례(1984년, 1998년) 했다. 서부지구에서 LA 다저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번번이 밀렸다. 지난해 14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지만 디비전시리즈에서 다저스에 패해 조기 탈락했다. 우승 갈증이 심할 수밖에 없다. 갈증 해소를 위해 올겨울 굵직한 선수들을 끌어모았다. 김하성도 그들 중 한 명이다. 김하성 또한 KBO리그에서 우승 경험이 없다.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연착륙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한 ‘신부’(파드리스는 스페인어로 신부(神父)라는 뜻이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 줄 것은 자명한 일이다. ㅍ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