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진짜 검찰 개혁을 반대했나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1.01.12 08:00
  • 호수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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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요구 있기 전에 선제적으로 특수부 폐지
여권의 공수처 설치·수사권 조정에 반대한 적 없어

2019년 ‘조국 사태’ 이후 검찰은 개혁에 저항하는 집단이라는 공격을 받아왔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임으로 추미애 장관이 임명되면서 ‘반(反)검찰 개혁=윤석열 검찰총장’이라는 공식이 성립됐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밀어붙이다 추 장관이 낙마하고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박 후보자 역시 검찰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검찰에 대한 박 후보자의 시선도 추미애 장관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올해도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다. 그렇다면 윤석열 총장의 검찰은 진짜 검찰 개혁을 반대하는 집단인가. 검찰은 검찰 개혁의 대상일 뿐인가. 검찰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역시 법무부 못지않게 지속적으로 자체 개혁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시사저널 박은숙

“문무일의 사과는 검찰 개혁의 시발점”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검찰은 정부·여당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2017년 8월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임기 2017년 7월~2019년 7월)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최초로 사과했다. 백혜련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개혁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문 총장의 사과는 실질적인 검찰 개혁의 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문 전 총장은 2017년 9월 대검 검찰개혁위원회를 발족했다. 개혁위원회는 2018년 9월까지 38번의 회의를 거쳐 14개의 권고안을 냈다.

권고안에 따라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2018년 2월~2019년 5월), 검찰수사심의위원회(2018년 1월), 양성평등정책담당관(2018년 4월) 등이 설치됐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검찰이 자체적으로 결정해 오던 형사상 주요 의사 결정에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함으로써 국민이 검찰을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으로서 검찰 자체의 결정만으로는 공정성과 중립성 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는 사건’이 대상이며 △수사 개시 및 계속 △기소권 행사 △검찰총장이 심의를 요청한 검사의 처분·결정 및 수사종결된 사건의 수사 적정성 등을 심의할 수 있도록 했다.

정치적 중립성·공정성 확보 방안도 제안했다.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 서면화 △각급 검찰청장의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보고 시 대검 경유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에서 법무부 장관의 영향력을 배제하는 등의 시도가 이뤄졌다. 

윤석열 총장은 알려진 바와 달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반대한 적이 없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폈다기보다 보완 의견을 제시했다. 두 가지 문제 모두 입법에 의해 결정되는 사안이니만큼 국회가 결정할 사안이지 검찰의 일이라고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윤 검찰총장이 공수처, 수사권 조정 문제에 반대하는 것처럼 정부와 여당이 몰아가는 것은 '이미지 조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오히려 윤 총장이 실질적이고 실무적으로 검찰 개혁을 실행했다는 것이다.

우선 법무부의 지침이 내려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특수부 축소·폐지 작업을 주도했다. 2019년 10월1일 서울중앙지검·대구지검·광주지검에만 반부패수사부(특수부 후신)를 남기고 나머지 검찰청에서는 모두 폐지했다. 특수부 축소·폐지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검찰 개혁, 즉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이 밖에 외부기관에 파견된 검사를 모두 복귀시켜 형사·공판부를 강화했고, 검사장의 전용차량 이용을 중단했다.

곧이어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했다. 사건 관계인의 인권보호를 위해서다. 심야조사(밤 9시부터 오전 6시까지 조사) 역시 없앴다.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위해 경제, 부정부패, 공직, 방위사업, 선거 분야 등 중대범죄 대응에 직접수사 역량을 집중시켰다. 피의사실 공표를 막기 위해 대검을 포함한 전국 66개 청에 전문공보관을 지정했다. 절반이 민간위원으로 채워진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도 전국 청에 설치됐다.외부 인권 전문가들로 구성된 인권위원회도 만들어졌다. 시민단체, 유관기관, 학계 등으로 구성된 자문기구다.

윤석열, 별건 수사 땐 엄격한 절차 거치도록 해

내부 감찰도 강화했다. △중요 감찰사건의 대검찰청 감찰위원회 의무적 회부 신설 △감찰위원회의 비위행위자에 대한 출석요구와 의견진술권 신설 등이 그 내용이다. 또한 조사협조자에 대한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제보자의 개인정보 누설 금지 규정을 신설했다. 대검 감찰부 과장은 내부 공모를 통해 뽑고, 외부 감찰 전문가 영입도 추진됐다.

변론권도 최대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다. 변호인 참여에 대한 사전제한을 폐지하고 변호인 신청 시 직접변론도 가능하게 했다. 신뢰관계인의 동석도 적극적으로 허용된다. 이 밖에 부장검사 신규보임 대상자까지 법무부의 인사·재산 검증을 거치도록 했다.

검찰 개혁은 결국 ‘인권 보호’로 귀결된다. 수사라는 공권력이 국민의 기본권을 최소한도 내에서만 침해해야 한다는 뜻이다. ‘출국금지 등 인권 개선 표준화 방안’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기 위해 수사를 담당하지 않는 인권감독관이 점검하도록 했다.

출석조사 관행 개선을 위해, 새로운 수사정보를 제보받기 위한 수용자 출석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또한 참고인을 조사 당일 피의자로 전환하지 못하도록 했다. 압수수색은 엄격한 조건을 설정했다. 영장 원본을 피압수자에게 제시해야 하며, 압수수색 전 과정은 영상녹화로 남겨야 한다. 디지털 압수수색의 경우 영장에 없는 전자정보는 삭제·폐기·반환해야 하며, 서버에 저장된 디지털 증거에 재접근 시 인권감독관의 점검을 받도록 해 별건 수사를 막고자 했다.

윤 총장은 지난해 12월7일 인권보호를 위한 특별지시를 내렸다. 방어권 보장을 위해 조사사항 요지를 미리 사건관계인에게 알려줄 것, 별건 범죄사실의 단서가 발견될 경우 인권감독관-상급자-대검 등의 승인과 수사지휘를 받을 것, 영상녹화 조사 실시 등의 내용이 담겼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이다. 검찰도 이를 잘 알고 있다”면서 “(일각에서) 검찰을 향한 맹목적인 증오까지 느껴진다. 단지 선입견을 갖지 말고 검찰에서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개혁안들을 봐 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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