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답 못내리는 금융당국…정치권 엄포에 갈팡질팡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1.2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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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공매도 금지 연장에 힘 싣기
2월 윤곽 나올 듯…“동등한 시장 여건 마련돼야”
1월2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나란히 상승세로 출발한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 연합뉴스
1월2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나란히 상승세로 출발한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 연합뉴스

공매도 재개 여부를 둘러싼 정치권의 '경고 메시지'가 연일 쏟아져 나오면서 금융당국이 막바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코스피 상승 랠리를 등에 업고 공매도 금지 재연장을 압박해오자 금융위원회도 연초의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는 등 기류 변화가 읽힌다. 공매도 재개 여부에 대한 1차 윤곽은 오는 2월 예정된 금융위 정례회의 이후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 재연장 후 '단계적 재개'에 무게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공매도 금지 연장에 무게를 싣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금융당국과 협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여당은 공매도 금지 조치를 우선 3~6개월 재연장한 뒤,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단계적 재개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시총과 거래량 등을 기준으로 공매도를 제한 허용하는 방안은 현재 거론되는 방안 중 하나"라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외국 대다수가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계속 금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금융시장에서 나오고 있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도 전날 "전반적인 당 분위기는 시중 유동성과 개인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공매도의 폐해를 정리해가면서 우선 (금지를) 연장하고 제도를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국회와 협의하겠다고 한 만큼, 추후 논의를 통해 2월 말이나 3월 초께 논란이 매듭 지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공매도 재개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사실상 연장안에 힘을 실었다. 정 총리는 전날 YTN 《뉴스가 있는 저녁》에 출연해 "우리나라에서 공매도 제도는 바람직하게 운용되지 못했다. 잘못 운용돼 온 제도에 대해 개선 내지 보완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이 금융위에 보다 확실한 '안전판'을 만든 뒤 공매도 재개를 하라고 압박하면서 투자자들 만큼 금융위도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까지 금융위는 공매도 금지가 종료되는 오는 3월15일 이후 곧바로 재개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코스피 상승 랠리 속에 개인 투자자와 정치권 등에서 전방위로 '연장' 요구 목소리가 나오자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은 위원장은 지난 19일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매도 재개 공방이 점차 가열되자 "공매도 재개를 확정했다거나 금지를 연장하기로 했다는 단정적인 보도는 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1일과 12일 문자 공지를 통해 3월 공매도 재개를 목표로 제도 개선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것에서 연장 가능성을 좀 더 열어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은 위원장은 그러면서 9명으로 구성된 금융위 회의에서 공매도 관련 사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월17일로 예정된 금융위 전체회의에서 대략적인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최종 결정은 정례회의 이후 추가 회의를 통해 확정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8월27일 공매도 금지를 6개월 추가 연장할 당시에도 정례회의 하루 뒤 서면회의를 열어 확정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월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2021년 금융위원회 업무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월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2021년 금융위원회 업무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동등한 여건 마련 후 재개해야"

유근탁·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개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커진 만큼, 외국인과 기관에 유리하게 짜진 '기울어진 운동장'을 손 본 이후 공매도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연구원은 "2020년 이후 시장 주체 세력이 개인 투자자로 변화해 이들에 대한 차별은 적지 않은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어느 정도 동등한 여건이 마련된 후에나 공매도가 재개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또 "일부 외국계 헤지펀드가 공매도를 일부 중소형 종목, 나아가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문제점에 대해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매도 재개가 시기상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며 "순매도를 지속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영향력을 높여 증시 조정의 직접적 계기로 작용할 수 있으며 금융당국이 공매도 재개 결정을 주저하는 이유도 이 점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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