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신공항, ‘反文’ 덮을 수 있을까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2.02 14:00
  • 호수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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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총선부터 뚜렷한 하향세 보이던 여권 지지율, 가덕도 이슈 불거지면서 ‘요동’

부산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4월7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의 치열한 ‘선거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부산은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지역이다. 한국 정치에서 부산을 중심으로 한 PK(부산·울산·경남) 민심은 선거판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돼 왔다. 이승만 정권을 무너트린 4·19 의거의 시발은 부산과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선거 부정 항거 운동이었다. 박정희와 전두환 정권에 저항하는 민주화 물결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1987년 직선제 개헌 후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김영삼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는 이듬해 국회의원 선거 때 부산 지역에서 15곳 중 14곳을 휩쓰는 압승을 거두며 이 지역을 텃밭으로 다졌다. 이후 부산 지역은 김영삼 대통령 탄생의 든든한 둥지가 됐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보수 집권여당의 대표가 된 김영삼 대통령의 변신 이후 부산 민심은 대체적으로 보수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런데 지난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 PK 출신인 문재인 후보가 등장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2017년 대선에서 민주당 소속인 문재인 후보는 부산과 울산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했다. 경남에서는 전직 도지사 출신인 홍준표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 후보가 가장 많은 득표를 했지만 문 후보와 큰 차이가 아니었다.

PK의 완벽한 변화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나타났다. 민주당 후보들이 부산·울산·경남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모두 승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PK 지역이 더 이상 보수 성향이 아니라는 발 빠른 분석까지 나왔을 정도다. 과연 그럴까.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는 또 달랐다. PK와 TK(대구·경북)가 영남으로 결집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민주당의 ‘낙동강 벨트’는 더 이상 확대되지 못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번 부산시장 보선에 출마하는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청년 세대의 주목을 받는 김해영 전  최고위원은 총선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여기에다 성 비위 혐의로 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시장의 전격 사퇴 파동이 이어지면서 부산 지역에서는 보수화 경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역 출신인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 평가도 나빠지기 시작했다. 민주당으로선 결코 쉽지 않은 선거를 맞는 셈이다.

이언주 국민의힘 전 의원이 1월28일 기자회견에서 “2월 임시국회 내에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하면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시사저널 박은숙

10명 중 6명이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찬성

먼저 부산시장 보선의 ‘후보 지형’부터 차이가 난다. 선거는 구도·이슈·후보로 설명한다. 후보 등록만 놓고 볼 때 국민의힘 후보는 풍년이고 민주당은 가뭄이다. 선거 판세에 대한 판단을 후보만큼 잘하는 이들은 없다. 국민의힘 후보가 넘쳐나는 이유는 판세가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KSOI가 프레시안의 의뢰를 받아 1월15~16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누가 부산시장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보는가’ 물어보았다. 국민의힘 박형준 전 의원이 34.6%로 가장 높았다. 민주당 김영춘 전 장관이 17%, 국민의힘 이언주 전 의원이 12.1% 순으로 나타났다(그림①).

후보 지지율은 시간이 지나고 경선 판도에 따라 변화가 예상되지만 선거 초반 주목도에서는 민주당보다 국민의힘이 조금이라도 더 높은 편이다. 부동층 성격이 강한 중도층 표심도 조사에서 볼 때 국민의힘 후보 쪽에 더 집중되는 양상이다. 그렇지만 변수는 존재한다. 후보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서 통제되지 않는 돌발 변수가 나온다면 선거판은 더욱 요동치게 된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부산 민심을 요동치게 만드는 또 하나의 변수는 ‘가덕도신공항’이다. 가덕도신공항은 부산의 김해공항이 포화상태가 되고 미래 수요에 대비한 계획이 요구되면서 오래전부터 거론돼 왔던 이슈다. 선거 때마다 부산 지역의 최우선 과제로 부각돼 왔다. 결국 박근혜 정부에서 동남권 신공항 건설에 대한 지역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프랑스 용역사에 평가를 맡겼다. 그 결과는 기존 김해공항의 확장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국무총리실의 재평가가 이루어졌고 김해공항 확장이 백지화되면서 ‘가덕도신공항’ 이슈가 재부상했다. 과연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현실화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가 달리는 여론이지만, 찬성 반응이 압도적이다.

리얼미터가 뉴시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12월28~30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 찬반 여부’를 물어보았다. 응답자 10명 중 6명 가까이가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층 역시 거의 비슷한 결과로 나왔다(그림②). 선거는 이슈의 싸움이다. 가덕도신공항은 부산시장 보선의 핵심 이슈다. 민주당은 2월에 신공항 특별법 통과를 예고하고 나섰다. 유력 대선 주자인 이낙연 대표는 최근 부산을 방문하며 ‘부산 공들이기’에 힘을 보탰다. 가덕도신공항은 국민의힘 후보들도 찬성할 수밖에 없는 이슈다. 여론도 여론이지만 마땅히 반대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가덕도신공항 건설과 가장 공감도가 높은 후보가 유리해진다.

최근 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이 야당 앞질러

부산 민심은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PK 지역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며 여권보다 국민의힘 선거 경쟁력에 더 주목하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지만 ‘반문재인’ 여론이 국민의힘 지지로 바로 연결되지 않는 모습이다.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PK 지역 정당 지지율 추이(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를 분석해 보았다. 지난해 8월 이후 PK 지역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근소하게 앞서는 추세다. 그러나 올해 들어 실시된 조사(1월18~22일)에서 민주당 31.3%, 국민의힘 28.7%로 나타났다(그림③).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결정적 이슈가 되고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특별법을 주도한 이유로 풀이된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후보 간 경쟁이 선거 흥행에 도움이 되고 있지만 지나친 네거티브 공방이 정당 지지율에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부산 민심은 더욱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설을 전후로 부산에서 상승할지 아니면 하락할지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결국 높은 파도가 치는 민심으로 볼 때 국민의힘은 원만한 경선 관리와 지지층 결집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여당은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통과 여부와 내용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문 대통령의 부산 지역 지지율이 중요해진다. 부산시장 선거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지역 민심은 여전히 출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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