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전망-상승론] 중장기 전망 밝지만 단기적 변동성은 높아
  •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2.15 10:00
  • 호수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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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대기 중인 고객예탁금만 68조원
‘아마추어가 프로 가르치는’ 시장 흐름은 부담

국내 주식시장에 어마어마한 돈이 몰리고 있다. 주식을 사기 위해 대기 중인 자금이라 할 수 있는 고객예탁금이 68조원에 이르고 있다.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 잔고도 21조원을 훌쩍 뛰어넘었다(1월29일 기준). 강력한 시중 자금 유입에 힘입어 종합주가지수가 3000선을 돌파한 것은 물론 연일 강세 행진 중이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시중 자금이 증시에 계속 유입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저금리에 있다. 정책금리가 0.5%까지 인하된 가운데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부각되는 중이다. 1억원을 예금해 봐야 1년 이자로 50만원 남짓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을 주식시장으로 이끈 또 다른 원인은 주택 가격의 급등이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가격은 13.1% 급등했다. 전국 아파트 가격도 9.7% 상승했다. 무주택자들의 상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제라도 주택을 구입해야 하나’ 고민해도 그 많은 돈을 조달할 방법이 없어 절망감을 느끼던 사람들에게 주식은 매우 유력한 투자 대안으로 떠올랐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1월 한국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4% 늘어난 480억 달러를 웃도는 등 ‘수출 주도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특히 휴일의 영향을 배제한 일평균 수출도 6.4% 증가한 21억 달러를 기록해 역대 1월 수출 통계 최고치를 경신했다. 백신 접종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빨랐던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코로나 확진자 숫자가 가파르게 줄어드는 것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저금리에 힘입은 시중 자금의 유입, 그리고 수출 회복이 주식시장의 상승을 이끈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앞으로도 강세 행진을 지속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불확실한 면이 여럿 존재한다. 

강력한 시중 자금 유입에 힘입어 종합주가지수는 3000선을 돌파했다.ⓒ연합뉴스
강력한 시중 자금 유입에 힘입어 종합주가지수는 3000선을 돌파했다.ⓒ연합뉴스

행동력이 제일 중요하다는 주장의 이면

무엇보다 제일 걱정되는 부분은 ‘아마추어가 프로를 가르치는 주식시장’으로 변모했다는 점이다. 이 이야기를 처음 소개한 사람은 1977년부터 마젤란 펀드를 13년간 운용하면서 연평균 투자수익률 29.2%를 기록했던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린치다. 

그는 자산시장이 어떤 국면에 있는지 판단하는 사례로 ‘칵테일 파티’ 사례를 자주 들었다. 칵테일 파티의 첫 단계는 주식시장이 아직 뜨거워지기 전, 그러니까 이전의 주가 폭락 사태로 투자자들이 주식에서 큰 손실을 입은 상태에 해당한다. 당연히 펀드 매니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좋지 않아 피터 린치는 지인들과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다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 주식시장이 바닥을 치고 상승하기 시작했을 때엔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다.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피터 린치가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만 “주가가 잠깐 오르다 말겠죠?”라고 했다. 

그러나 주식 가격의 상승이 1년 이상 이어진 다음 열린 칵테일 파티에서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피터 린치는 칵테일 파티에서 가장 각광받는 손님이다. 누구나 다가와서 “지금이라도 마젤란 펀드에 가입하는 게 늦지 않잖냐”는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이 파티 이후 수개월이 지난 다음 열린 칵테일 파티에서 피터 린치는 이제 비아냥의 대상이 된다. 파티에 모인 사람들은 이미 주식에 투자하고 있으며, 자신이 보유한 종목이 얼마나 많이 올랐는지 자랑하며 IBM이나 크라이슬러처럼 따분한 주식을 보유하지 말고 자신이 개발한 종목에 투자해 보라는 조언을 듣는 입장으로 전락한다. 

지금은 어떤 단계에 있을까? 이제 ‘아마추어가 프로를 가르치는’ 국면에 도달한 게 아닌가 싶다. 얼마 전 미국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게임스톱이라는 오프라인 게임 스토어 주식을 매수함으로써 헤지펀드를 곤경에 몰아넣는 것을 보면서 주식시장 참가자들은 “전문가의 지혜는 이제 필요 없다”고 느끼는 것 같다. 즉 주식시장에 얼마나 몸담았고 또 투자의 지식을 쌓았느냐보다는 지금 잘나가는 종목에 올라탈 수 있는 행동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이 세를 얻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공매도란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미리 빌려서 팔고, 나중에 실제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상환함으로써 차익을 올리는 기법이다. 헤지펀드들이 주로 이 전략을 사용한다. 공매도를 실행에 옮길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뜻밖의 주가 상승이다. 만에 하나 공매도한 주식 가격이 급등하면 헤지펀드는 자신이 팔았던 값보다 훨씬 비싸게 사들여 갚아야 하기에 큰 손실을 입는다.

물론 ‘행동력’도 투자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감염병 대유행으로 매출이 급격히 감소한 오프라인 게임 스토어가 단기간에 10배 이상 주가가 상승하면 그 뒤는 어떻게 될 것인지도 고민해 보자는 이야기다. 물론 다른 누군가가 나보다 더 비싼 값에 그 주식을 매입해 줄 것이라는 확신이 이어지는 동안에는 주가가 더 상승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주식 가격이 실적 부진 속에서도 영원히 고공행진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초저금리와 유동성의 힘 여전

이 대목에서 이런 질문을 던지는 독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돌발 악재로는 어떤 게 있을까. 가장 무서운 것은 일시적인 시장의 유동성 위축이다.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헤지펀드의 연쇄적인 파산 사태가 벌어질 경우에는 2018년 초와 같은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2018년 2월 미 증시는 하루에 4% 이상 주가가 급락했는데, 이때 파생상품 시장에서 발생한 일시적인 포지션 청산이 주식시장에 일파만파의 영향을 미쳤다.

헤지펀드의 자금난에 이은 또 다른 잠재적 악재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태도 변화에 대한 우려에서 찾을 수 있다. 2013년 6월 버냉키 연준 의장이 양적 완화 규모 축소를 시사한 것만으로도 세계 주식시장, 특히 신흥국 주식시장은 연쇄적인 폭락 사태를 겪었다.  

물론 이런 우려는 지나치게 과도한 면이 있다. 왜냐하면 미 연준 등 세계 주요 중앙은행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저금리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경제도 올해만 놓고 보면 가파른 회복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세계경제는 5.5% 성장할 전망이다. 따라서 주식시장의 중장기 전망은 매우 밝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마추어가 프로를 가르치는’ 시장 흐름은 부담스럽다. 이는 시장의 단기적인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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