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희 “나의 20대를 떠올리며 연기했다”
  •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1.02.10 14:00
  • 호수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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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새해전야》로 스크린 컴백한 배우 이연희

이연희는 10대에 데뷔했다. 청순 스타를 거쳐 30대 중반을 향해 가던 중 영화 《새해전야》(감독 홍지영)를 만났다. “저의 20대를 떠올리며 연기했어요. 그래서 공감했고, 또 위로도 얻었어요. 보시는 분들에게도 힐링 같은 영화이길 바라요.” 《새해전야》는 인생 비수기를 끝내고 새해엔 조금 더 행복해지고 싶은 네 커플의 두려움과 설렘 가득한 일주일을 그렸다. 극 중 이연희는 스키장 비정규직으로, 남자친구에게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를 받은 현실을 벗어나 무작정 아르헨티나로 여행을 떠나는 ‘진아’ 역을 맡았다. 그곳에서 와인 배달을 하는 ‘재헌’과 우연히 만나 함께하게 된다. 이연희를 비롯해 김강우, 유인나, 유연석, 이동휘, 천두링, 염혜란, 최수영, 유태오가 출연했다. 이연희는 《결혼전야》(2013)에 이어 홍지영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췄다. 6년 만의 스크린 컴백이다.

ⓒ에이스메이커제공
ⓒ에이스메이커제공

영화 《새해전야》를 선택한 이유는.

“‘연말에 보고 싶은 영화’가 주는 설렘이 있다. 《새해전야》는 그런 영화다. 그래서 고민 없이 선택했다. 다양한 커플이 나오는 로맨틱 코미디 시리즈물이다.”

《결혼전야》에 이어 《새해전야》까지, ‘전야’ 시리즈에 연이어 출연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사실 《새해전야》는 감사함과 더불어 책임감 같은 것이 좀 있었다. 그래서 홍지영 감독님과 미팅도 많이 하고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 전화해서 소통했다. 그렇게 감독님과 편한 사이이기도 하다. 사실 예전부터 감독님의 작품들을 좋아했고, 작업해 보고 싶은 감독님이었다. 시리즈를 만든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제안해 주셔서 흔쾌히 임했다.”

아르헨티나 로케 촬영이었다. 어땠나.

“사실 해외 촬영이 잡히면 컨디션 조절을 잘해야겠다는 생각부터 먼저 든다. 한정된 시간 안에 촬영을 해야 하기에 배우의 컨디션이 중요하다. 예전에 한 달 반 정도 해외에서 드라마 촬영을 한 적이 있는데, 당시 감독님이 ‘하루에 한 끼는 한식’을 강하게 주장한 적이 있다. 한데 촬영을 끝내고 보니 그게 너무 중요하더라(웃음). 결국 한국인은 ‘밥심’이다. 그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 햇반과 라면포트를 필히 챙겨 갔다. 라면포트가 이것저것 요긴하게 쓰였다. 덕분에 잘 먹고 왔다(웃음).”

극 중 일방적 이별을 당하고 무작정 멀리 떠나는 ‘진아’를 연기했다. 공감이 됐나.

“사실 나도 20대 때 쉼 없이 달려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훌쩍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첫 해외여행을 혼자 갔다. 맛집들, 예쁜 가게들, 재래시장과 미술관 등을 자유롭게 다니면서 진아처럼 모든 게 새롭고 힐링이 됐던 기억이 있다. 언젠가부턴 작품이 마무리될 즈음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게 루틴처럼 됐다.”

아르헨티나는 어땠나.

“아르헨티나에 도착하는 순간, 생각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게 새로웠다. 흑백에 가까운, 번화하지 않은 곳이 많더라. 여기가 아르헨티나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어쩌면 그 마음에서 진아도 출발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점점 캐릭터의 스토리라인을 찾아갔다.”

상대 배우 유연석과의 호흡은 어땠나.

“오래전에 의류 모델을 함께 한 적이 있다. 당시 유연석 배우가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었을 때라 무척 바빴던 상황이었다. 지친 상황에서도 무척 나이스했고 배려심이 많아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좋은 배우이자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역시 더할 나위 없이 편하고 좋았다.”

이별하고 아파하고, 다시 안정을 찾는 과정이 짧은 시간 안에 세밀하게 그려졌다. 감정선을 잡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나.

“첫 출발은 ‘공감’이었다. 진아의 상황이 공감이 많이 됐다. 나도 힘들 때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파리로 훌쩍 여행을 간 적이 있다. 그 당시를 떠올리며 촬영을 했다.”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나.

“그 대사가 너무 좋았다. ‘잠시 쉬어 가는 씨에스타(낮잠)였나 봐요.’ 여행을 끝내고 진아가 내린 결론이다.”

촬영 현장에서 어떤 스타일인지 궁금하다.

“전에는 소심했는데 이제는 적극적으로 나를 표현하는 편이다. 그게 얼마 안 돼서 아쉽기도 하다. 언젠가 한 작품을 끝냈는데, ‘왜 이렇게 답답하지?’ 하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 그동안은 남들 시선을 의식해 현장에서 한마디 하는 것도 힘들어했다. 그 이후부터는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촬영한 MBC 《시네마틱드라마 SF8–만신》은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캐릭터나 스토리를 크게 따지지 않고 노덕 감독님과 작업해 보고 싶어서 선택했다. 감독님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참여한 작품이라 즐거웠고, 이 작품을 하면서 연기를 좀 더 깊게 알게 됐다.”

그렇게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연기에 열정이 보이는 와중에 깜짝 결혼 발표를 했다. 심경의 변화가 있었나.(이연희는 지난해 6월 비연예인 남편과 결혼식을 올렸다.)

“20대 때 연기에 대한 고민도,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고민도 컸다. 그 시기를 지나 30대가 되니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고, 또 이게 달란트란 생각에 감사함이 들더라. 이전까지는 잘 몰랐던 감정들이었다. 그러면서 행복을 찾아 나갔다. 결국 내가 가장 우선시돼야 하고, 내가 안정을 찾아야 하고, 내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순차적으로 한 결정이 결혼이었다. 갑자기 한 결정은 아니었다.”

결혼, 해 보니까 어떤가.

“안정적이고 심리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어려움은 항상 닥친다. 예전 같으면 그 상황이 힘들고 고민스러웠다면 이제는 고민하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왜냐하면 이 걱정을 지혜롭게 잘 넘기면 예전에 비해 성장한 내가 있더라. 30대 중반을 달려가는 요즘, 이 나이가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30대 초반에도 느끼지 못한 감정이다. 개인적으로 지금이 참 좋은 시기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쉼 없이 달려왔고, 중간중간 번아웃도 있었다. 그럼에도 계속 배우 생활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꼽자면?

“여행이다. 작품이 중반쯤 흘러가면 체력적으로 힘들어진다. 그럴 때마다 촬영을 끝내고 갈 여행 계획을 잡는다. 그 기대감으로 힘든 상황을 견뎌왔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나라가 있나.

“파리를 찬양한다(웃음). 와인의 나라, 낭만의 나라가 아닌가. 자가용 없이 걸어 다니기에도 너무 좋다. 멋쟁이도 많고, 자유로운 분위기도 좋다. 아, 베를린도 가보고 싶다. 예술적으로 발달된 도시라고 들었다. 베를린 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차에 코로나19가 터져 못 가게 됐다.”

신년 계획도 궁금하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움츠려 있었는데 몸을 조금씩 움직이며 가볍게 운동을 하고 싶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연히 콘텐츠를 많이 접하게 됐는데 영어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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