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중과 주택난, 지방 메가시티로 풀어야 [김현수의 메트로폴리스2030]
  • 김현수 단국대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2.21 12:00
  • 호수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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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디지털 전환, 업종 간 격차가 지역·계층 간 격차 확대시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G7에 속한 이탈리아를 제쳤다고 밝혔다. 한국은 1인당 GDP 기준으로 세계 최고 선진국 클럽인 G7 반열에 오르게 된다. 경제 규모도 세계 10위권에 안착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속에서도 IT·정보통신·바이오·반도체산업·플랫폼 기업들의 빠른 성장으로 세계에 자랑할 만한 실적을 이뤄낸 것이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전통 산업의 침체가 깊어지면서 전에 없던 새로운 문제들이 나타난다.

2020년 12월4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김경수 경남지사, 송철호 울산시장, 변성완 당시 부산시장대행(오른쪽부터)이 ‘대한민국 지역대포럼’에 참석, 동남권 메가시티 추진과 관련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경남도 제공
2020년 12월4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김경수 경남지사, 송철호 울산시장, 변성완 당시 부산시장대행(오른쪽부터)이 ‘대한민국 지역대포럼’에 참석, 동남권 메가시티 추진과 관련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경남도 제공

수도권 집값 상승, 진학·취업 요인이 커

특히 일자리의 감소 추세가 가파르다. 1월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종사자 수는 1835만 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33만4000명 줄었다. 그런데 비대면 서비스와 관련된 업종은 활황이다. 2020년 한 해 동안 미래 산업인 배터리 업종에서 고용보험 가입자가 7500명 증가했고, 반도체 업종에서는 2300명 증가했다. 의료정밀기기 분야에서 3200명, 연구개발업에서는 1만7300명 늘어났다. 이에 비해 고무·플라스틱제조업에서는 7500명, 1차 금속업에서 3200명, 금속가공업에서 3300명이 각각 감소했다. 산업의 디지털화·플랫폼화가 진행됨에 따라 업종 간 명암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바이오와 배터리 업종, 정보통신업, 연구개발업과 같은 신성장 분야는 일자리 수도, 생산성도 빠르게 성장한다. 최근 1년간 덩치를 2배로 키운 카카오와 네이버 등 한국의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들은 판교와 서울에서 대규모 사옥을 확충하는 등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하고 있다. 고용이 감소하는 전통 제조업은 비수도권에 주로 입지한다. 업종 간 격차는 지역 간 격차를 확대한다. 일자리 수뿐 아니라 생산성의 차이도 커진다.

교육 분야의 양극화도 심각하다. 지방 소재 대학의 경쟁률이 하락한다. 1월11일 마감한 전국 200개 대학 정시모집 지방 소재 대학의 경쟁률이 사상 최저 수준인 2.7대 1인 것으로 조사됐다. 시도별 폐교 보유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폐교 수는 서울은 3개에 불과했지만 전남은 828개로 나타났다. 수도권과 지방 간 학령아동 분포에도 큰 차이를 보인다. 인구 소멸 우려 지역이 빠르게 늘어난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최근 지방 소멸 위험지수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시·군·구의 46%가 소멸 위험에 놓여 있으며, 이 가운데 92%가 비수도권이다.

업종 간 격차는 계층 간 격차를 확대한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정보통신과 연구개발업은 대졸자와 석·박사 인력의 비중이 가장 높아, 학력과 전문직 여부가 소득을 결정하게 된다. 지난해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3·4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1분위 근로소득은 1.1%, 2분위는 1.3% 각각 감소했으나, 4분위는 2.8%, 5분위는 2.9% 증가하며 1분위와 5분위의 근로소득 격차가 확대됐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디지털 전환은 업종 간 격차에 이어 계층 간, 또 지역 간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 비수도권의 전통 산업이 침체하면서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향하고, 청년들이 떠난 지역은 빈집과 폐교가 늘어난다. 이러한 변화가 낮선 일은 아니지만, 코로나 1년을 겪으면서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현재의 대응 방식으로 이러한 변화를 막을 수 있는 걸까. 결과적으로 이런 변화는 전보다 거세지고 지속적일 것으로 우려된다. 왜냐하면 디지털 전환은 전 지구적인 4차 산업혁명에 기인하며, 이 추세를 정책적 대응으로 바꾸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수도권은 증가하는 인구와 부족한 주택으로 홍역을 치르는 중이다. 수도권으로의 유입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경기나 인천보다 신성장산업의 일자리가 증가하는 서울로의 비수도권 순유입이 많다. 최근 수도권 유입은 20대 청년들이 취업을 위해 혼자 이동하는 것이다. 조만간 정부는 서울 도심의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 집값이 상승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서울과 수도권에서 새롭게 성장하는 일자리가 지방의 청년들을 수도권으로 불러오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2020년 국내 인구이동은 773만5000명으로, 전년 대비 8.9% 상승했는데 이는 20년래 가장 큰 규모다. 물론 주택경기 활황으로 인한 주택 요인이 가장 컸으나, 수도권으로의 진학과 취업 요인이 그다음이다.

 

‘시도 통합과 메가시티’라는 대안 등장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이 있지만, 지금과 같이 시군 단위의 지원, 부처별로 분산된 지원, 근린 장소 단위의 정책으로는 현재의 흐름을 바꾸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재의 위기를 인식하고, ‘시도 통합과 메가시티’라는 대안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부산·울산·경남, 대구와 경북, 광주와 전남이 시도 통합을 통한 메가시티 구축에 관한 노력을 경주 중이다. 메가시티란 시도 단위를 벗어나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권역별 균형발전 전략으로, 대도시-인근 거점도시-주변 중소도시-농어촌으로 이어지는 네트워크형 지역 발전 대응책이다.

그런데 한 단계 더 발전한, 좀 더 구체적인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메가시티가 하나의 경제권으로 작동하려면 강력한 경제적 응집력을 가진 중심도시가 주변지역과 수도권으로 연결되는 고속의 교통망과 환승체계가 필요하고, 교통의 거점에 인구와 산업이 집중하는 네트워크 형태의 공간구조가 필요하다. 현재는 중심이 보이지 않고, 시도를 추상적인 도식으로 연결하는 다소 모호한 모습이다.

광역도시권별로 광역철도망 구상이 추진되고 있다. 대구경북권의 구미·칠곡·대구·경산을 잇는 광역철도가 2023년 말 개통을 위해 추진 중이다. 충청권 4개 시도의 ‘조치원~오송~청주~오근장’ 광역철도망 구축 계획이나, 강원도의 용문·홍천·원주·춘천·철원 내륙종단철도 등 3개 노선은 광역도시권 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는 핵심사업이다. 광역철도망은 시도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통합해 주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행정과 경제, 산업 기능을 교통의 결절 지역에 모으고, 주변지역과는 대중교통망으로 연결해 가는 네트워크형 공간구조와 교통망의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 또 이를 위한 광역도시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메가시티별로 광역시와 대도시 중심으로 여러 개의 중심지를 형성하고, 이곳에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 신성장산업의 장소 플랫폼을 조성해 주고 여기에 저렴한 주택, 쾌적한 공원과 가로, 편리한 교통망을 연계해 경쟁력을 키워가야 한다. 도심융합특구와 같이 장소적으로는 거점중심에 부처별 융복합 지원을 모아주는 뉴노멀 정책을 통해 메가시티 구상을 구체화해 가야 한다.

코로나19 1년을 겪으면서, 거침없이 확산되는 수도권 집중과 지방 쇠퇴는 전과 다른 시각을 요구한다. 수도권의 주택, 교통, 환경문제 해결과 지방의 메가시티 구축 노력을 함께 경주해야 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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