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띄운 이재명 에워싸는 與…탈당설까지 ‘들썩’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2.09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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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이낙연 ‘견제구’에 당내 주요 인사들 가세
이 지사, 탈당설 일축하며 “극소수의 희망일 뿐”
이재명 경기도지사 ⓒ경기도청
이재명 경기도지사 ⓒ경기도청 제공

복지정책을 둘러싼 여권 대권주자들 간 파열음이 당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본소득'을 꺼내들자 유력한 경쟁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물론 잇달아 당내 견제구가 날아들면서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권 내 유력 대선주자 가운데 '1강'으로 올라선 이 지사에 대한 민주당 안팎의 견제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과 시기 등을 놓고 여당과 불협화음을 냈던 이 지사가 이번엔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고 나서자 이같은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됐다. 

 

여권서 확산하는 '기본소득' 비판론 

이낙연 대표는 '기본소득' 도입에 대해 시기상조 정책이라고 깎아내렸다. 이 대표는 "알래스카 빼고는 그것(기본소득 정책)을 하는 곳이 없다. 기존 복지제도의 대체재가 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세균 국무총리 역시 이 지사의 제안에 "지구상에서 기본소득제도를 성공리에 운영한 나라가 없다"며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와 함께 여권 내 대권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 대표와 정 총리가 적극 반대하고 나서자 민주당 내 인사들도 이에 동조하는 의견을 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지사를 작심 비판했다. 임 전 실장은 "이 지사가 이낙연 대표 지적에 많이 화를 냈다. '알래스카 외에는 하는 곳이 없고 기존 복지제도의 대체재가 될 수 없다'는 (이 대표의) 표현이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닌데 말이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그분은 명색이 우리가 속한 민주당의 대표"라면서 "지도자에게 철학과 비전만이 필요한 게 아니라, 때로는 말과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며 이 지사의 언행을 비판했다.

임 전 실장은 "이 지사가 목표로 제시하는 월 50만원 기본소득 지급을 위해서는 약 317조의 예산이 소요된다"면서 "어마어마한 규모의 증세가 필요하다. 스위스에서 부결된 이유를 쉽게 짐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전히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가 지금 우리 현실에서 공정하고 정의롭냐는 문제의식을 떨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을 견제하면서 이 대표가 제안한 신복지제도 구상인 '국민생활 2030'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박광온 사무총장은 전날 "소득보장은 기본적인 생계에 필요하지만,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위한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직업훈련과 교육을 통해 인적자본을 강화하는 정책이 소득보장과 연결돼야 한다"며 기본소득 제도의 한계를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제안한 복지정책에 대해서는 "복지 시스템의 기본 골격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구상"이라며 "소득뿐 아니라 교육·돌봄·의료·주거·문화·환경 등 삶의 전반적 영역에서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하는 삶의 기준을 제시하고 실천하자는 우리 사회의 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탈당설 일축 "압도적 응원받는데 왜 나가나"

당내 견제가 한층 심화하면서 이 지사에 대한 '탈당설'도 흘러나왔다. 이 지사는 이를 적극 부인하며, 경쟁자인 이 대표에 대한 여유있는 반격까지 내놨다. 

이 지사는 전날 OBS 방송에 출연해 일각에서 제기되는 탈당 가능성에 대해 "저 인간 좀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극히 소수의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지지자와 문재인 대통령님 지지자들이 압도적으로 응원하는 데 제가 왜 나가느냐"고 일축했다.

이 지사는 '정세균 총리 이외에도 당내 제3후보론이 나오는데 섭섭하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안 섭섭하다. 섭섭할 사람은 (대선주자 선호도) 2등 하시는 분일 것"이라며 이 대표를 에둘러 언급했다. 그러면서 "저는 누군가는 상대해야 하는데, 저보다는 대체 당할 수 있는 분이 억울할 것"이라고 했다. 

자신에 대한 '포퓰리스트'라는 비판에 대해선 "1회성 정책으로 국민을 현혹하면 넘어가리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돈 몇십만원 준다고 혹해서 지지하지 않을 걸 지지한다는 건 국민을 폄훼하는 것이고, 제가 진정한 포퓰리즘 정책을 한다면 국민한테 심판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월6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코로나19 백신 중앙예방접종센터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2월6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코로나19 백신 중앙예방접종센터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설 연휴 '민심행보' 본격화

민주당 대권 후보들은 설 연휴를 기점으로 민심잡기 행보를 더욱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10일 1박2일 일정으로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전남을 찾는다. 올 들어 세번째 호남 방문으로 흔들린 지지율 반등을 꾀하고, 신복지체제 구상을 보다 구체화 할 것이란 전망이다. 

같은 날 정세균 국무총리도 광주를 방문한다. 정 총리는 오전 광주시청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뒤 오후에 지역 역점 사업인 빛고을 에코연료전지 발전소 착공식에 참석한다. 전북 출신인 정 총리가 지역 민심을 겨냥한 행보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 총리는 이후 서울에서 경찰, 소방서 근무자들을 격려하고 13∼14일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해 연휴 이후 거리두기 조치를 논의한다.

이 경기도 지사는 10일 경기도청에서 지역 의료계와 경기도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정협의체 협약을 체결한다. 연휴 기간 동안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코로나19 대응 상황 등을 챙기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명절 이동 자제 권고 등 방역에 동참하기 위해 성묘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는 복지정책 관련 논의를 더욱 활성화 하기 위해 기본소득에 이은 기본주택·기본대출 등 자신의 핵심 공약이 될 '기본시리즈'를 가다듬는 데 매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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