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감 드러낸 靑…“문재인 정부에 ‘블랙리스트’ 없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2.1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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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전 장관 구속 관련 첫 입장표명
“前정부 임명 기관장 적법 사유와 절차로 퇴직”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2월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2월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청와대가 공공기관장 인사에 부당 개입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김 전 장관 사건이 정권이나 부처 차원의 '블랙리스트' 작성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서면 브리핑에서 "문재인 정부에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이 사건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규정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 사건의 '성격 규정'을 위해 예외적으로 입장 표명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블랙리스트'는 특정 사안에 불이익을 주기 위해 작성한 지원 배제 명단을 말한다"며 "그러나 재판부 설명 자료 어디에도 블랙리스트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감시나 사찰 행위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정권 출범 이후 이전 정부 출신 산하기관장에게 사표를 제출받은 행위가 직권남용 등에 해당하는지를 다투는 사건"이라며 "앞으로 상급심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에서 임명한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존중했다"며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이전 정부에서 임명한 공공기관장 330여 명과 상임감사 90여 명이 대부분 임기를 마치거나 적법한 사유와 절차로 퇴직했다"고 밝혔다.

또 "사표를 제출했다는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3명 역시 상당수가 임기를 끝까지 마쳤다"면서 재판부 설명자료에도 '사표 제출 임원 중 상당수는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채 임기를 마친 점을 고려한다'고 명시된 점을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전 정부가 임명한 기관장 가운데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 등 6명은 아직도 재직 중"이라며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정권 차원의 공공기관장 '찍어내기 인사'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2월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2월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법원 "대대적이고 계획적인 사표 요구" 질타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김선희 임정엽 권성수 부장판사)는 업무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면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부분 유죄로 인정했다. 

법원은 김 전 장관이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공공기관 임원들로부터 불법적으로 사표를 받아내고, 사전에 점찍은 인사들을 부당 채용했다는 혐의가 대부분 소명됐다고 봤다.  

김 전 장관 측은 재판에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를 부인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자격 있는 내정자들을 지원할 필요성이 있었으며, 전 정권에서도 사표를 종용하거나 내정자를 지원하는 것이 관행이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부산하기관 관리기본법이 2003년 제정·시행된 후 이 사건처럼 계획적이고 대대적인 사표 징구(徵求·내놓으라고 요구함) 관행은 찾아볼 수 없다"며 "이전 정부에서도 같은 행위가 있었더라도 이는 명백히 법령에 위반되고 폐해도 매우 심해 타파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장관은 또 사표 종용이나 내정자들에 대한 지원이 모두 환경부 공무원들이 알아서 한 것이며 표적 감사와 보복성 인사는 없었다고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채 모든 책임을 자신을 보좌했던 공무원들에게 전가한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공공기관 임원 임명의 적정성과 공정성을 해쳤다"며 "간절한 소망을 가지고 임원 공모에 지원한 지원자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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