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학폭’ 이재영·이다영 자매 무기한 출전정지 결정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21.02.1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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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책임감…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
OK금융그룹 송명근·심경섭도 학폭 논란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이재영·이다영 선수가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을 행사한 것과 관련해 당분간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두 선수의 소속팀인 흥국생명은 15일 이재영·이다영 선수에게 무기한 출전 정지의 징계를 내린다고 15일 발표했다.

흥국생명은 “지난 10일 구단 소속 이재영·이다영 선수가 중학교 시절 학교 폭력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피해자분들께서 어렵게 용기를 내 피해 사실을 밝혀주셨다. 피해자분들께서 겪었을 그간의 상처와 고통을 전적으로 이해하며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배구를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실망을 드려 죄송하고 싶은 책임감을 느낀다. 학교 폭력은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며,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며 “두 선수는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등 깊이 반성하고 있다. 구단도 해당 선수들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고통받은 피해자분들게 다시 한 번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흥국생명은 이재영·이다영 선수가 출전 정지 기간 동안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용서를 빌 것이라고 전했다. 흥국생명은 “구단은 이번 일을 거울삼아 배구단 운영에서 비인권적 사례가 없는지 스스로 살피고, 선수단 모두가 성숙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성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지난 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재영·이다영 선수에게 학창시절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글이 올라와 파문이 일었다. 글쓴이는 “현직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들입니다”라는 제목을 글을 올리며 21가지에 달하는 피해사례를 나열했다. 작성자는 “피해자들은 총 4명이며, 이 사람들 외에 (피해자가) 더 있다”고 폭로해 파문이 커졌다.

폭로 직후 이재영·이다영 자매는 각자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학폭 가해자들에 대한 비난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고, 설 연휴 직후 소속팀은 흥국생명에서 무기한 출전정지를 결정하게 됐다.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이재영과 이다영(왼쪽) 선수 ⓒ연합뉴스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이재영과 이다영(왼쪽) 선수 ⓒ연합뉴스

남자배구도…배구계 전체 뒤덮은 ‘학교폭력’

여자배구 최고 인기스타였던 두 선수의 학폭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은 배구계 전체로 퍼지는 양상이다. 남자배구에서도 OK금융그룹의 송명근·심경섭 선수로부터 학창시절 폭행을 당했고, 수술까지 받았다는 폭로가 터져나왔다.

피해자는 “평생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데 당시 그 부모가 와서 ‘우리 애는 그럴 애가 아니다’라고 이야기를 하더라. 그냥 조용히 넘어가자고 했던 엄마 말을 들었던 내가 너무 후회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감독조차 이 일을 덮고 싶어서 조용히 넘어가자고 사정사정하더라. 내가 배구에 대한 미련만 없었어도 그때 용기 내서 다 말했어야 하는 건데 싶은 후회를 10년을 갖고 살았다”고 했다.

두 선수에 대한 폭로 직후 송명근과 심경섭 선수는 이번 시즌의 남은 잔여경기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는 여전히 사과의 진정성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는 “사과는 가해자가 원하는 방식이 아닌 사과를 받는 사람이 원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녀 프로배구에서 학폭 사건이 터지면서 이제 관심은 한국배구연맹(코보․KOVO)와 한국배구협회 등 상위 단체에 쏠리고 있다. 이들이 자체적으로 나서서 징계를 결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KOVO는 배구협회에 협력해 학교폭력 근절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이들 단체 역시 아마추어 시절에 일어난 사건을 프로에서 징계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처벌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 현재 양 소속 구단에서 징계 수위를 결정했기 때문에 상벌위원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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