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중수청법 밀어붙이기...윤석열, 마지막 ‘검찰총장’ 되나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1.02.19 14:00
  • 호수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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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청·공수처·국수본 난립...범죄 신고 어느 기관에 해야 하나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개혁 시즌2’에 돌입했다. 검찰 수사권의 완전 폐지가 목표다. 황운하 민주당 의원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고,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공소청법안’ ‘검찰청법 폐지법률안’을 냈다. 이 법안대로라면, 검찰청은 없어지고 기소를 담당하는 공소청, 수사를 하는 중수청이 신설된다. 이에 따라 검사, 검찰총장이라는 용어가 사라지고 대신 공소관, 중대범죄수사청장(수사총장), 공소청장이 새로 생겨난다. 민주당은 6월까지 입법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수순대로 가면 윤석열 검찰총장은 마지막 ‘검찰총장’이 될 수 있다. 

“여권의 사이비 검찰 개혁 몰이와 초토화 수준을 넘어 아예 검찰을 공중분해하겠다는 시도에 대해, 윤석열 총장은 ‘차라리 내 목을 치라’며 분연히 그 불의한 시도를 막겠다는 결기도 보여줘야 한다.”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검장은 2월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중수청-공소청 법안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야당인 국민의힘 역시 “민주당이 ‘괴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어 중수청이라는 또 다른 정권 보위조직을 만들겠다고 나섰다”며 “덮어야 할 잘못들이 얼마나 많기에 대한민국 형사사법 체계를 이렇게까지 누더기로 만들려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정부·여당은 이미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공수처, 국가수사본부(국수본) 등을 신설했다. 그러나 공수처는 이제 막 김진욱 공수처장이 임명돼 23명의 공수처 검사 선발에 나선 상황이라 오는 4월에야 첫 수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수본은 출범한 지 50일이 되도록 수장(국가수사본부장)도 없이 공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수청이라는 또 다른 수사기관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정웅석 서경대 교수(법학)는 “국가기관(검찰)의 잘못된 권한 행사를 견제하기 위해 또 하나의 권력기관을 탄생시킬 것이 아니라, 국가권력의 총량을 증가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민’에 의한 견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사저널 이종현·박은숙

검찰 공중분해하는 검찰청법 폐지법안 등장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역시 ‘공소청법안 및 검찰청법 폐지법률안 검토보고서’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입법이 시행된 지 아직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공수처, 국수본 등 권력기관 개혁 조치에 따른 새로운 수사체계가 정착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개정안에 따라 다시 수사체계 개편이 이루어지게 되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음”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범죄 신고를 할 때 공수처, 국수본, 중수청 등 어디에 해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해야 할 판”이라는 웃지 못할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공소청 법안, 검찰청법 폐지안과 중수청 법안은 검찰의 권한을 무력화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검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들은 대부분 삭제되거나 약화됐다. 이는 검찰총장의 권한 축소로 이어진다. 가장 먼저 검찰청법 제34조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에서 검찰총장 의견청취 부분을 드러냈다. 이 규정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사 제청권자’인 법무부 장관이 ‘검찰 사무를 총괄하는’ 검찰총장을 통해 검찰 조직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장치다.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의 검찰 인사권은 ‘민주적 통제’이기도 하지만, 남용될 땐 정부·여당의 ‘검찰 장악’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은 지난 2월7일 첫 인사에서 윤석열 총장 패싱에 이어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패싱을 통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대표되는 친(親)정권 검사의 유임을 밀어붙였다. 이로 인해 신현수 민정수석이 취임 40여 일 만에 사표를 제출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검찰총장 예우를 차관급으로 강등하는 규정도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보고서에서 “검찰총장에 대해 관례적으로 장관급으로 예우하는 것은 수사 및 기소 등 준사법적 기능을 수행하는 검찰청의 특성을 감안해 구체적 수사에 대한 지휘 권한을 가진 검찰총창에게 일정한 독립성을 부여하기 위한 취지”라면서 “현재 차관급인 경찰청장을 검찰총장과 동일하게 장관급으로 격상시키는 법안도 발의된 상황이므로, 정치적 중립성 및 독립성이 특별하게 요구되는 기관의 특성 전반을 고려해 검토할 필요가 있음”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청법 제37조에 따라 검사는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파면되지 않는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위해 검사의 신분을 법률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공소청 법안에는 검사의 신분 보장에 대한 법적 근거가 삭제됐다.

인권보호·적법절차 준수 규정마저 삭제

공소청 법안은 검사의 정원과 보수를 규정한 법을 폐지했다. 검사의 정원은 ‘검사정원법’에 따라 2292명으로 정해져 있으며, 보수 역시 ‘검사의 보수에 관한 법률’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공소청 법안은 정원과 보수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정원을 법률로 규정하는 것은 해당 기관(검찰)의 조직은 오로지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의해서만 정해짐을 의미하므로, 다른 어떤 국가기관도 해당 기관의 조직에 관여할 수 없게 됨. 또한 보수를 법률로 규정하는 것은 외부의 압력이나 부당한 유혹에 흔들림 없이 직무에 정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임”이라면서 “(공소청 법안이) 검사의 정원과 보수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함에 따라 행정부의 영향력을 높이게 되는 측면이 있으므로 검사의 독립성 보장, 직무 수행의 공정성, 법원 등 다른 독립기관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음”이라고 지적했다.

공소청 법안은 심지어 인권보호와 적법절차 준수 의무를 삭제하기까지 했다. 검찰청법 제4조 제2항은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하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고 주어진 권한을 남용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공소청법안 제4조 제2항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만 명시돼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현재 수사하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금 의혹’ 사건이 인권을 무시한 불법적 공권력 남용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박상기 전 법무장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연루돼 있다. 이 때문에 인권보호·적법절차 준수 의무를 뺀 것이냐”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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