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미화·왕실 모독’ 스페인 래퍼 수감에 과격 시위
  • 박선우 객원기자 (sisa3@sisajournal.com)
  • 승인 2021.02.22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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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새째 스페인 전역에서 과격 시위 이어져
일부 상가 약탈 당하기도 해
바르셀로나에서 발생한 경제적 피해만 ‘90만 유로(약 12억원)’
기사와 관계없는 사진. ⓒ연합뉴스
기사와 관계없는 사진. ⓒ연합뉴스

스페인의 래퍼 파블로 하셀이 스페인 왕실을 조롱하고 테러 단체를 미화했다는 혐의로 수감되자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통신은 21일(현지 시각) 스페인에서 래퍼 파블로 하셀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6일째 지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셀은 수감 직전 자신의 트위터에 “내일은 당신 차례일수도 있다”며 “우리는 그들이 (우리가) 무엇을 말할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해야하는지 지시하는 걸 용납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도 마드리드와 발렌시아, 바르셀로나 등 스페인 각지에서 1000여 명의 시위대가 ‘하셀을 위한 자유’ ‘경찰 폭력을 멈춰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리로 나왔다. 비교적 평화롭게 시작된 시위는 일부 젊은이들이 경찰과 충돌하면서 격화됐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돌과 불붙은 쓰레기통, 폭죽 등을 던지며 투석전을 벌이기도 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바르셀로나 도심의 상점들 일부가 약탈의 표적이 됐다. 일부 과격 시위대는 상점 진열창을 깨뜨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바르셀로나 시위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90만 유로(약 12억원)에 달한다.

카탈루냐에서 역시 과격 시위가 이어져 상점을 약탈한 5명을 포함한 총 31명이 공공질서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스페인 유명인사들은 하셀과 연대의 뜻을 밝히고 나섰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영화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와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 등 스페인 유명인사 200여 명이 하셀과 연대한다는 내용의 공동서한을 공개했다.

앞선 19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시위대의 폭력성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산체스 총리는 “민주주의는 가장 끔찍하고 터무니없는 생각을 말하는 것을 포함한 모든 표현의 자유를 보호한다”면서도 “그러나 민주주의는 결코 폭력을 보호하진 않는다”고 못박았다.

한편 하셀은 노래 가사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테러 조직 에타(ETA)와 그라포(GRAPO)를 찬양하고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의 아버지 후안 카를로스를 “마피아 두목”으로 지칭한 혐의로 지난 16일 징역 9개월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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