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 남성 CCTV 10회 포착됐는데…軍감시망, 이대로 괜찮나
  • 서지민 객원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2.2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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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통선 소초 CCTV에서야 식별…윗선 보고도 30분 걸려
북한 남성 통과 추정 ‘배수로’는 존재조차 몰라
2월16일 새벽 강원 고성 지역 민간인통제선 인근에서 발견된 북한 귀순남성으로 인해, 통일전망대 관광객 등 일반인들의 민통선 출입이 전면 차단됐다. 북한 남성은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들어와 민통선 소초 인근까지 도달했다. ⓒ연합뉴스
2월16일 새벽 강원 고성 지역 민간인통제선 인근에서 발견된 북한 귀순남성으로 인해, 통일전망대 관광객 등 일반인들의 민통선 출입이 전면 차단됐다. 북한 남성은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들어와 민통선 소초 인근까지 도달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강원 고성 해안으로 월남한 북한 남성이 군 CCTV에 10번이나 찍혔는데도 군은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허술한 감시·경계망에 해당 남성은 해안에 도착한 후 3시간11분만에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소초까지 들어올 수 있었다. 

23일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6일 동해 민통선 북방에서 신병을 확보한 북한 귀순 남성 관련 군 대응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합참에 따르면, 해당 남성은 16일 오전 1시15분께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올라와 해안 철책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했다. 바다를 건너오며 입은 잠수복과 오리발은 암석지대에 버렸다.

해당 남성은 해안에 올라오고 민통선 소초까지 이동하는 3시간11분 동안 군에 식별되지 않았다. 이 시간 동안 남성은 오전 1시5분부터 38분까지 4대의 CCTV에서 5회 포착됐다. 상황실 모니터에는 2회 경보음까지 울렸다. 그러나 상황실 감시병은 이를 놓쳤다. 때문에 해당 부대에서는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도 않았다. 

또 오전 4시12분에서 14분 사이 동해안 최전방에 있는 해군 합동작전지원소 울타리 경계용 CCTV에서 3회 포착됐지만, 경보음은 울리지 않았다. 위병소 근무자도 인지하지 못했다. 

오전 4시16분부터 18분 사이 민통선 소초 CCTV에 2회 포착됐을 때에야 근무자가 귀순 남성을 알아채고 보고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군 CCTV에 총 10차례 포착됐고, 군은 9·10번째에야 해당 남성을 눈치챈 것이다.

귀순 남성을 식별하고 보고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민통선 소초에서는 남성을 오전 4시16분에 식별했는데, 그로부터 31분이 지난 4시47분에야 고속상화전파체계로 주요 부서와 직위자에 전파했다.

특히 북한 남성이 남측에 들어오기 위해 이용한 해안 철책 배수로는 해당 부대에서는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합참은 “북한 남성이 통과한 것으로 추정되는 배수로를 확인하기 위해 해안 수색을 진행했고, 부대 관리 목록에 없는 배수로 3개소를 확인했다”며 “배수로 차단물의 부식 상태로 봤을 때, 이번 북한 남성의 통과 전부터 훼손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합참은 현장 점검 결과, 해당 부대의 상황실 간부와 영상감시병이 임무 수행 절차를 미준수해 북한 남성을 식별하지 못했고, 수문·배수로 일제 점검 및 보완대책 지시에도 시설물 관리가 부실했다고 판단했다. 

합참은 “이번 사례를 통해 식별된 문제를 반영해 경계체계 운용 시스템을 보완하고, 철책 하단의 배수로·수문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며 “국방부와 합참, 육군본부 통합으로 22사단의 임무 수행 실태를 진단하고, 임무수행 여건 보장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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