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금융주가 인플레 시대의 투자 대안
  • 이승용 시사저널e. 기자 (romancer@sisajournal-e.com)
  • 승인 2021.03.10 10:00
  • 호수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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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우려로 글로벌 증시 ‘휘청’
풍산·LS·에스오일·SK이노베이션·GS 등 주목

통화량 증가로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대다수 상품 물가가 꾸준히 오르는 경제 현상. 이른바 인플레이션의 정의다. 이 인플레이션 때문에 국내 증시는 물론 글로벌 증시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주식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이유는 인플레이션 뒤에 따라오게 될 금리 인상 우려 때문이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억제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시중자금이 주식시장에서 상품시장과 채권시장으로 대거 이동하게 된다. 기업 역시 대출에 따른 비용이 늘어나면서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성장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투자전략 또한 엄연히 존재한다. 화폐가치 상승분이 반영될 수 있는 상품에 투자한다거나 인플레이션에 따라 이익이 늘어나는 기업에 투자하면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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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마크 카니 총재(가운데)가 1일(현지시간) ‘BOE 인플레이션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인플레이션 공포, 언제까지?

실제로 인플레이션 공포가 최근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공행진을 거듭했던 글로벌 증시가 조정기를 맞고 있다. 인플레이션 공포가 글로벌 증시를 본격 강타하게 된 계기는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2월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를 통해 “조 바이든 행정부의 1조9000억 달러 규모 추가 부양책이 우리 세대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부터다. 래러 서머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국가경제위원회 이사를 역임했던 경제학자이기도 하다.

래리 서머스의 경고를 시작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빠르게 확산됐다. 전 세계 자금조달 비용의 기준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올해 초 0.9% 수준에서 2월 말 1.60%까지 올랐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조달 비용이 한 달 만에 50%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국내의 경우 2월23일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1.9%를 넘어서기도 했다.

채권금리 급등 움직임에 글로벌 증시에서는 자금 이탈이 본격화됐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2월23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에 출석해 “현재 경제 상황에서는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낮다. 당분간 현재의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글로벌 증시는 다소 진정세로 돌아섰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인플레이션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핵심 근거는 국가부채다. 미국 등 각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피해 지원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부채 비율이 급격히 올라갔다. 이 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지출을 줄이고 수입을 늘려야 한다. 이 경우 필연적으로 민심 이반을 불러온다. 현실적으로 정부가 부채 비율을 낮출 수 있는 대안은 인플레이션뿐이다. 화폐가치를 떨어뜨림으로써 정부가 가지고 있는 부채를 실질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벌어진 유동성 장세는 이른바 성장주의 시대를 열었다. 성장주란 결국 미래의 가치를 현재 주가에 반영할 수 있었던 종목이다. 하지만 유동성 장세는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사실상 끝나게 된다.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면서 성장을 위한 투자금 조달이 이전보다 어려워지게 된다.

반면 인플레이션 덕분에 주가가 상승하는 종목도 있다. 원자재 등을 다루는 기업이나 금리 상승으로 이익이 늘어나는 은행 등이 대표적이다. 원자재 관련 종목이 인플레이션 수혜주로 부각되는 이유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상품 가격에 전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업종의 기업들은 인플레이션에 따라 매출과 이익이 증가한다. 대표적인 원자재로는 원유와 금속자원이 꼽힌다.

정유주 역시 원유 가격 상승에 따라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은 종목들이다. 코스피에서는 에스오일, SK이노베이션, GS 등이 있고 미국 증시에서는 엑슨모빌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4월 수요 감소 우려로 배럴당 37.63달러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는 최근 60달러를 넘어섰다. 골드먼삭스는 국제유가가 올해 3분기 배럴당 75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구리, 니켈, 아연, 알루미늄 등과 관련된 금속산업 업종 역시 인플레이션 수혜주로 꼽힌다. 특히 구리는 가장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지표로 활용된다. 구리 가격은 최근 연일 급등 중이다. 2월22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는 3개월 선물 가격이 2011년 이후 처음으로 톤(t)당 9000달러를 넘어섰다. LS와 풍산은 대표적인 구리 가격 상승 수혜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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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우려로 채권 금리가 급등하면서 글로벌 증시의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3월4일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연합뉴스

은행·보험주도 금리 인상 수혜 대상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2월23일 LS의 목표주가를 기존의 9만원에서 9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LS는 구리 가격 급등에 따라 상반기 영업 환경이 더욱 우호적일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는 시기에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2월24일 풍산의 목표주가를 기존 3만6000원에서 4만3000원으로 높이면서 “풍산은 구리 가격 변동에 따라 신동 부문과 미국 자회사 PMX의 이익이 늘어나는 민감도가 높은 대표적인 구리 관련주”라고 분석했다.

금융주 역시 인플레이션 시대 금리 인상에 따른 투자처로 꼽힌다. 미국 등 각국 중앙은행은 여전히 금리 인상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은 한층 힘을 얻고 있다. 금융주 가운데 은행주와 보험주는 대표적인 금리 인상 수혜주로 꼽힌다. 은행주의 경우 금리 인상에 따른 이익 증가가 전망되고 있다.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대출금리와 예금금리가 모두 상승하는데 대출금리는 금리 인상분을 전부 반영하지만 예금은 전체의 30~40%가량이 이자를 거의 지급하지 않는 ‘저비용 예금’이기에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늘어나게 된다. 국내에서는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이 대표적인 은행주로 분류된다.

보험주 역시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등 자산운용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개선되고 사망보험금과 연금을 지급하기 위한 보증준비금 부담도 줄어들면서 자본확충 여력도 늘어난다. 한화생명의 경우 지난해 3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로 주가가 1000원 이하인 ‘동전주’로 전락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3000원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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