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점률 1%대 치킨집, 2030 젊은 창업자들 몰린다
  • 한다원 시사저널e. 기자 (hdw@sisajournal-e.com)
  • 승인 2021.03.09 14:00
  • 호수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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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창업=치킨집’ 공식 무너져…안정적 매출에 적은 자본으로 창업 가능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주문하는 배달음식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2030세대를 주축으로 한 젊은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자 역시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적은 자본과 경험으로도 사업체를 꾸릴 수 있다는 시선이 짙어지면서 ‘퇴직 후 치킨집 운영’이라는 인식이 사라졌다. 이제는 치킨집 창업이 취업 준비나 시작의 과정으로 정착되는 분위기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주문으로 이뤄지는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2017년 2조7300억원, 2018년 5조2600억원, 2019년 9조7300억원, 2020년 17조3800억원으로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외출과 회식을 자제하고 집에서 배달 애플리케이션으로 음식을 주문해 먹는 것이 일상화되면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시간 제한으로 배달음식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 운영으로 눈을 돌리는 2030세대 젊은 층도 많아지는 추세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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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집 폐업률, 코로나19에도 문제 없다

실제로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BHC가 지난해 신규 매장 오픈을 위한 교육과정 수료자를 분석한 결과, 2030세대 비중이 48%를 기록했다. BHC에 따르면 지난 2014년까지만 해도 전체 교육 수료자 중 2030세대 비중은 21% 수준이었다. 이후 2016년 30%, 2018년 35% 등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는 처음으로 40%대를 돌파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20대와 30대를 구분해서 보면 지난해 교육 수료자 가운데 30대 비중은 26%로 22%를 기록한 20대를 조금 앞섰다.

경쟁사인 제네시스BBQ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BBQ에 따르면 배달 특화 매장인 BSK(BBQ Smart Kitchen)는 지난해 11월 기준 계약자의 60% 이상이 2030세대였다. BSK는 26.4~39.6㎡(8~12평) 넓이의 소규모 매장으로 홀 고객은 받지 않고 배달과 포장만 전문적으로 하는 매장이다. BSK뿐만이 아니다. 20~30평대 카페형 매장의 점주 연령대도 지난해 2030세대로 바뀌었다. 2019년까지 4050세대가 대부분이었던 것과 비교되고 있다. 교촌치킨도 지난해 2030세대 점주 비율이 5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식업계는 장기적인 경기 불황, 취업난 등으로 청년들이 창업을 취업 준비의 시작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은퇴한 중장년층의 전유물이었던 가맹점 창업에 2030세대가 주 연령층으로 자리 잡자 프랜차이즈 업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함께 불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 사이에서 치킨집 창업 문의가 많아진 게 사실”이라면서 “적은 자본으로 쉽게 도전할 수 있어 2030세대 예비 창업자들 사이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2030세대가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에 뛰어드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어서다. 대다수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짧게는 4~5년, 길게는 30년씩 운영해 온 노하우가 있는 만큼 장사에 실패할 확률이 낮다는 점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실제 외식업계에 따르면 전체 치킨시장의 20%를 차지하는 국내 3대 치킨업체(교촌·BHC·BBQ)의 가맹점 수(4500개) 대비 폐점률은 약 1%였다.

 

치킨집 창업 이유 1위는 ‘취업난’

이는 점포 환경 개선과 양도·양수를 제외한 수치다.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의 프랜차이즈 분석 결과를 보면 외식 브랜드의 3년 생존율은 79.4%다. 전체 프랜차이즈 10곳 중 2곳이 사라지는 것에 비하면 치킨 프랜차이즈는 선방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업계 1위인 교촌치킨은 지난해 문을 닫은 곳이 단 1곳으로, 전체 가맹점 수(1269개) 대비 폐점률은 0.08%에 그쳤다. 이마저도 영업 여건이 되지 않아서가 아닌, 건강 등 개인적인 사유로 폐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킨업체들의 매출도 안정적이다. 교촌치킨은 지난해 매출액 4476억원, 영업이익 410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8%, 4% 증가했다. BHC의 지난해 매출은 4000억원을 넘어 전년(3186억원) 대비 25%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BBQ의 경우 매출이 2019년 2438억원에서 지난해 3500억원으로 40% 넘게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창업에 뛰어드는 청년이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신설법인 등록 건수는 11만3046개로 2019년 누적 신설법인 수(10만9000개)를 넘어섰다. 이 중 39세 이하 청년층이 새로 설립한 법인 수는 3만2471개로 전년 대비 26%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취업자는 점차 줄고 있다. 지난해 연간 취업자는 2690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21만8000명이나 감소했다. 1998년(-127만6000명) 이래 22년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젊은 층의 고용 상황이 불안정해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경영 노하우가 적어도 안정적으로 운영 가능한 프랜차이즈 창업이 젊은 층 사이에서 도전해 볼 만한 사업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 김아무개씨(27)는 “코로나19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돼 치킨집 창업을 알아보고 있다”면서 “번화가가 아니더라도 배달을 중심으로 운영이 가능한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대학생 신아무개씨(24)도 “창업하기 위해 모아둔 돈으로 치킨집을 차리려 한다”며 “이름 있는 치킨 브랜드는 코로나19로 수요도 높은 만큼 큰맘 먹고 도전해 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2030세대를 주축으로 한 창업 릴레이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은퇴 후 창업=치킨집’이라는 공식으로 인해 중장년층이 그동안 주를 이뤘는데 최근에는 2030세대 비중이 높아졌다”며 “배달앱, SNS와 같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마케팅에도 유리해 프랜차이즈 창업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취업난이 지속되는 만큼 창업이나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려는 2030세대는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향후 몇 년간 고용 상황이 지금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돼 이 같은 젊은 층의 창업 도전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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