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논리에 너덜너덜해진 ‘가덕도’ 국토부 보고서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1.03.09 10:00
  • 호수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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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환경·비용 등 조목조목 따져 ‘7대 불가론’ 제기
전문가들 “전문 영역이 정치 논리에 압도당하는 현실 개탄”

“문제점을 인지한 상황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이며 성실의무 위반일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2월 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제출한 ‘가덕도 신공항 보고서’를 통해 명시한 내용이다. 청와대·여당의 투박한 공약 밀어붙이기와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사회적 갈등 속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국토부는 안전성·시공성·운영성·환경성·경제성·접근성·항공수요 등 7가지 측면을 들어 가덕도 신공항안, 정확히는 부산광역시 원안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런 국토부의 주장은 신공항 속도전 앞에서 ‘잡음’ 정도로 치부됐다. 2월25일 부산시의 반박문 발표, 문재인 대통령의 국토부 질타가 이어졌고, 결국 하루 뒤인 2월26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토부는 7대 불가론을 고스란히 되받게 됐다. 시사저널은 공항 관련 사안에 정통한 전직 고위 당국자들과 함께 주요 쟁점을 좀 더 깊숙이 파헤쳐봤다. 

ⓒ시사저널 이종현·연합뉴스

▒ 안전성, “위험 빤하다” 낙제점 

국토부는 30여 쪽 분량 보고서에서 우선 가덕도 신공항 건설 시 인근 진해비행장과 공역(空域)이 겹치는 점과 복잡한 김해국제공항 관제 업무, 대형 선박과의 충돌 우려 등까지 겹쳐 항공 사고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외교통상부 2차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김해 군(軍)공항 운영과 부산 신항 운영에 미칠 영향은 치명적인 수준임에도 제대로 조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천 이사장은 “김해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는 가덕도를 돌아 김해공항에 접근한다”면서 “만약 가덕도 신공항 활주로를 남북 방향으로 설치하면 각각 가덕도 신공항과 김해공항에 착륙할 비행기들의 접근로가 겹치고, 동서로 설치하면 서쪽에서 동쪽으로 착륙할 때 부산 신항에 출입하는 대형 화물선과 충돌할 위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가 외해(육지에 둘러싸이지 않은 바다)에 직접 노출돼 있다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는 3월2일 “세계 주요 매립 공항은 수심이 얕고 파도 높이가 낮은 내해(육지 사이에 낀 바다)에 시공하는 게 대부분이나, 가덕도 신공항 입지는 외해에 위치해 활주로 양 끝단의 침하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활주로 휘어짐과 균열은 고중량, 고속, 대형 항공기 이착륙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 전후 실무를 진두지휘했던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은 국토부의 가덕도 신공항 안전성 분석에 대해 “항공 분야는 항상 대형 사고 위험을 안고 있는 만큼 사전 안전성 검토를 결코 무시해선 안 된다”면서 “이 분야 전문가이자 향후 업무를 직접 실행해야 할 공무원들이 충분히 고민하고 타당한 지적을 했다고 본다. 더군다나 2016년 동남권 신공항을 김해공항 확장으로 대체한다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검토한 뒤 이번에 또 한 번 분석한 내용이지 않냐”고 강조했다. 

▒ 시공성·환경성 논란, 장기화할 전망 

외해라는 입지는 공사 기간과 난이도, 비용 역시 끌어올릴 전망이다. 내해를 막아 건설한 인천공항은 해양 매립 공사 기간이 약 4년이었다. 거센 조류, 파도, 태풍 등에 맞서 진행해야 하는 가덕도 신공항 매립 공사는 인천공항보다 2년 이상 더 소요될 것으로 국토부는 내다봤다. 

국토부는 평균 수심 1m, 연약 지반 5m에 불과한 인천공항과 달리 가덕도 신공항은 각각 최대 21m, 45m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인천공항과 비교해 매립 면적은 12% 수준이지만, 매립토의 양은 1.4배가량일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대규모 해양 매립과 산악 절취로 인한 환경보호구역 훼손 등은 긴 공사 기간 내내 환경 파괴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 운영성 리스크…침하 문제는 어떻게 

특히 부등 침하 우려의 경우 ‘검증된 공법으로 개량할 수 있다’는 부산시의 설명에도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부등 침하란 매립지 등 지반이 부실한 곳에서 불균등하게 구조물의 기초 지반이 내려앉아 구조물이 불균등하게 내려앉는 현상을 의미한다. 국토부는 “가덕도는 활주로가 두 번 이상 외해에 노출돼 부등 침하 발생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입지”라고까지 소개했다. 그러면서 국토부는 지반 침하 문제가 있었던 일본 간사이국제공항을 예로 들었다. 국토부는 “부산시는 장기 침하가 50년간 35cm 정도만 진행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나, 간사이공항은 1994년부터 2016년까지 22년간 13m나 침하했다”면서 “이로 인해 소요된 공항 유지비가 10조원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정창수 가톨릭관동대 석좌교수도 가덕도 신공항의 여러 문제점 중에서 부등 침하 문제가 가장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는 국토부해양부 1차관,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맡으며 국내외 공항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한 전문가다. 정 석좌교수는 “간사이공항 건설 당시 수심이 깊어 매립 단계부터 힘들었는데, 물살까지 세다 보니 침하와 침식이 반복되고 있다”며 “가덕도 신공항 부지의 조건은 간사이공항보다 더 나쁘다”고 말했다. 

▒ 경제성·접근성·항공수요에도 ‘물음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는 필요시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SOC 사업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예타를 면제하기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관가 안팎에서 나온다. 국토부는 가덕도 신공항 사업비가 28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국제·국내선과 군 시설을 모두 옮길 경우를 가정한 계산이다. 부산시 추산액인 7조5000억원의 4배, 인천공항 사업비의 3배 정도에 이르는 메가톤급 사업이다. 

부산시의 안대로 국제선만 옮겨도 5조원 이상이 더 필요하다고 국토부는 예상했다. 국토부는 “가덕도 신공항 계획안이 예타 면제 대상으로 선정되더라도 사업비가 크게 증가해 계획 적정성 검토 과정에서 규모 축소 등 논란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천영우 이사장은 “심지어 국토부가 산정한 28조6000억원에는 공사 중 태풍이 휩쓸고 갈 때마다 유실된 흙을 다시 메우는 예산까지는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부산시는 가덕도 신공항에 국제선 활주로만 넣으면 된다고 보는 반면, 국토부는 “국제선만 이전할 경우 항공사의 노선 운영 비효율성이 증가하고 환승객 이동 동선도 증가해 운영상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부산시가 가덕도 신공항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2056년 부산의 국제·국내선 항공 여객 수요가 각각 4604만 명, 1042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 데 대해서도 짚고 넘어갔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제시한 아시아 성장 전망치를 단순히 적용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가덕도 신공항이 해상과 항공 화물의 연계 수송에 도움을 줄 것이란 찬성론자들의 주장에 천영우 이사장은 “두 화물의 근본적인 차이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선박에 싣는 화물은 값에 비해 부피나 무게가 많이 나가는 물건인 반면 휴대전화와 반도체 부품 등 비싸고 작고 가벼운 물건은 비행기로 실어나른다”면서 “전체 항공 화물 가운데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생산되는 규모는 아주 미미하다. 이는 공항이 있고 없고가 아닌 부·울·경 지역 경제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 밖에 국토부는 가덕도 신공항이 △부산·대구 등 영남권 대부분 지역에서 김해 신공항보다 접근하기 어렵고 △환경 훼손, 사업비 부담 등으로 확장이 곤란할 것이라며 불가론을 뒷받침했다. 정창수 석좌교수는 “국토부가 군공항 이전, 접근 교통망 확충, 시설 확장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총 공사비를 28조6000억원으로 추산하긴 했지만, 함께 제시한 문제점들을 감안하면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한대도 신공항으로선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2016년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 선정 당시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연구용역에서 가덕도는 김해 신공항과 밀양에 밀려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며 “비용 대비 편익(B/C) 비율이 현저히 떨어지고 기술적으로도 가능하지 않다고 결론 난 사업을 예타 면제까지 해 주면서 추진하는 이유가 대체 뭔가”라고 되물었다. 

정창수 전 인천공항 사장 “해외 직항 노선 유치 힘들 것” 

가덕도 신공항이 인천공항에 이은 관문공항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은 신기루에 불과하다고 정창수 석좌교수는 꼬집었다. 정 석좌교수는 “가덕도 신공항을 만들어봐야 인천공항 지위의 10분의 1도 못 누릴 가능성이 높다. 비즈니스가 수도권에 다 집중돼 있는 와중에 외항사들이 굳이 인천공항을 놔두고 가덕도로 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부·울·경 주민들이 기대하는 해외 직항 노선도 (수요·공급 논리상) 유치하기 어렵다. 화물 수송기 역시 교통 허브인 수도권으로 계속 몰릴 수밖에 없다”고 관측했다. 

먼저 공항을 지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도권 집중 해소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묻자 정 석좌교수는 “천만의 말씀”이라며 일축했다. 그는 일본 간사이공항을 거론하면서 “간사이공항은 원래 하네다국제공항, 나리타국제공항 등 도쿄에 위치한 공항들보다 중심 공항으로 키우기 위해 건설했으나, 지반 침하 문제가 발생한 데다 도쿄까지의 접근성도 떨어져 내리막을 걸어왔다”며 “현재는 저가항공사들이 간사이공항에 포진해 있다. 공항에 항공기가 오지 않으면 그 가치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덕도 신공항을 만들면 항공기가 저절로 날아오리라 생각하는데, 상식적으로는 그렇게 되기 어렵다”면서 “감언이설로 외항사들을 설득해 인천공항에 취항하려 했던 항공기의 3~4% 정도를 데려오려 해도 아마 상당한 인센티브를 줘야 겨우 가능할 듯하다”고 추측했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로 공은 다시 국토부로 넘어왔다. 법 통과 전 반대 의견에 주력했던 국토부는 청와대·여당의 집중포화를 맞아 잔뜩 위축된 상태다. 당장 이번 보고서 하나만 두고도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은) 국토부 일부 간부의 부적절한 업무 현황 보고가 발단이 됐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말한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국토부가 의지를 가져야 한다”며 변창흠 국토부 장관 면전에 대고 질책성 발언을 했다. 

 

천영우 전 수석 “감옥 갈 각오로 맹종하는 공무원 있을까”  

국토부는 특별법에서 배제될 뻔했던 사전타당성조사(사타)를 할 수 있게 된 것에 겨우 만족하는 분위기다. 김상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기본적으로 공항을 지으려면 사타를 통해 후보지와 규모, 소요 비용 등을 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사타 면제를 명시한 채) 발의된 법안은 일련의 실무 절차를 아예 생략하도록 했다”면서 “사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의원들에게 설명했고, 결국 반영됐다”고 전했다. 김 실장은 “국토부로서는 후속 조치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게 됐다”며 “사타 면제 조항 삭제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특별법 통과에도 움직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앞으로 특별법이 위임한 세부 내용을 정하기 위한 하위법령을 제정하고 사타를 위한 준비 작업에도 착수할 방침이다. 사타는 올 하반기쯤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예타처럼 사타도 순탄치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다. 일단 국토부가 7대 불가론을 통해 조목조목 반대했던 사항을 스스로 어떻게 풀어낼지가 관건이다. 각계각층에서 쏟아지는 지적과 우려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것은 청와대·여당의 으름장이다. 여권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렇다고 속도전에 휘말려 법적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하면 실무자가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도 있다. 

대외적으로 입장을 밝힐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아 익명을 요구한 국토부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부분을 그때그때 얘기하지 않다가 법적·절차적 어려움이 생기면 그 책임은 다 국토부로 향하게 될 것이다.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이유”라며 “보고서도 당연히 그런 취지로 작성됐는데, 여론은 ‘국토부가 여권의 핵심 공약을 보이콧했다’는 쪽으로 흘러가고, 여권은 여권대로 국토부에 ‘거짓·엉터리 보고’라고 공격하는 형국이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라고 했다. 

천영우 이사장은 “사타는 피할 수 없고, 아무리 이를 간소화하고 엉터리로 넘기려 해도 뜻대로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타당성이 없는 수십조원짜리 국책사업에 도장을 찍을 공무원이 없으면 공사를 진행하지 못한다”면서 “이런 사업에 도장을 찍는 공무원들은 모두 법적 책임을 질 각오를 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아무리 압박해도 감옥 갈 각오로 정권에 맹목적으로 충성할 공무원을 구하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세호 전 차관 “가덕도 아닐 수도 있다는 열린 자세 필요” 

기본계획과 기본설계 등의 수순도 밟아야 하는 만큼 절차적 관문을 통과한다고 해도 실제 착공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김세호 전 차관은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경험상 사타, 예타, 환경영향평가 등을 건너뛴다고 시간을 절약하는 게 아니었다”며 “이 절차를 잘못 지나면 오히려 갈등 요인을 더 키워 사업 기간·비용만 증대시킨다. 상식에 의해 검증하고 절차를 따라가면 오히려 그게 지름길”이라고 했다. 

김 전 차관은 잠시 생각한 뒤 조심스레 말을 꺼내며 “공직자들의 절절한 지적을 항명 내지 면피로 보는 시각은 옳지 못하다. 광범위한 검토를 거쳐 정말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다른 대안도 찾을 수 있을 정도의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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